입력 : 2015.10.22 00:18
백석우화―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시인 백석(1912~1996)의 명시(名詩)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이 유려한 판소리 가락으로 흘렀다. 백석이 광복 직후 북한에서 쓴 이 시는 연극에서 김일성 우상화가 막 시작되는 장면 직후에 나왔다. 서서히 개인을 옥죄어 오는 체제의 억압을 예감하며, 자아의 고뇌와 의지를 이야기하는 시구절이 가슴을 헤집듯 아프게 다가왔다.
이윤택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연극 '백석우화'〈사진〉는 과거 남북한 양쪽에서 외면당했던 비운의 천재 시인 백석의 일대기를 다룬다. '여우난곬족'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같은 시가 이자람이 작창한 판소리를 타고 사무치는 정한(情恨)으로 거듭났고, 10명의 배우가 김기림·모윤숙에서 유종호에 이르는 숱한 한국 문단의 인물들을 1인 다역으로 맡아 생동감 넘치는 장면 전환을 이뤄냈다.
주목할 점은 전체 11장 중에서 9개 장이 광복 이후 북한에 남아 겪은 백석의 삶에 할애돼 있다는 것. 백석은 북에서 번역과 아동문학에 몰두하고 꺾이지 않는 개인의 의지를 설파하는 동시 '굴'을 쓰기도 하지만, '혁명성이 없다'는 비판 앞에서 끝내 삼수갑산으로 쫓겨난다. 연출가 이윤택으로선 '반공극을 쓴 게 아니냐' '자기 자신을 탄압받는 지식인에 비유한 게 아니냐'는 두 방면의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탁월한 작품의 진짜 주제는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난다. 만년에 자신을 찾아온 남쪽 방문객이 "선생은 6·25때 월남했어야 했다"고 하자 백석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지 않아… 내레 어딜 가나 불편한 존재인데 뭐." 그것은 어느 체제에서든 불화를 빚을 수밖에 없는 지식인과 예술가의 숙명 같은 것이리라.
연극은 '연출가가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게 아니냐'는 최근의 의혹을 의식한 듯, 1961년 백석의 대남 방송 원고 중 '박정희 군사 깡패'란 말에서 '박정희'세 글자를 뺐다.
▷11월 1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공연 시간 100분, (02)763-1268
시인 백석(1912~1996)의 명시(名詩)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이 유려한 판소리 가락으로 흘렀다. 백석이 광복 직후 북한에서 쓴 이 시는 연극에서 김일성 우상화가 막 시작되는 장면 직후에 나왔다. 서서히 개인을 옥죄어 오는 체제의 억압을 예감하며, 자아의 고뇌와 의지를 이야기하는 시구절이 가슴을 헤집듯 아프게 다가왔다.
이윤택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연극 '백석우화'〈사진〉는 과거 남북한 양쪽에서 외면당했던 비운의 천재 시인 백석의 일대기를 다룬다. '여우난곬족'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같은 시가 이자람이 작창한 판소리를 타고 사무치는 정한(情恨)으로 거듭났고, 10명의 배우가 김기림·모윤숙에서 유종호에 이르는 숱한 한국 문단의 인물들을 1인 다역으로 맡아 생동감 넘치는 장면 전환을 이뤄냈다.
주목할 점은 전체 11장 중에서 9개 장이 광복 이후 북한에 남아 겪은 백석의 삶에 할애돼 있다는 것. 백석은 북에서 번역과 아동문학에 몰두하고 꺾이지 않는 개인의 의지를 설파하는 동시 '굴'을 쓰기도 하지만, '혁명성이 없다'는 비판 앞에서 끝내 삼수갑산으로 쫓겨난다. 연출가 이윤택으로선 '반공극을 쓴 게 아니냐' '자기 자신을 탄압받는 지식인에 비유한 게 아니냐'는 두 방면의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탁월한 작품의 진짜 주제는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난다. 만년에 자신을 찾아온 남쪽 방문객이 "선생은 6·25때 월남했어야 했다"고 하자 백석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지 않아… 내레 어딜 가나 불편한 존재인데 뭐." 그것은 어느 체제에서든 불화를 빚을 수밖에 없는 지식인과 예술가의 숙명 같은 것이리라.
연극은 '연출가가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게 아니냐'는 최근의 의혹을 의식한 듯, 1961년 백석의 대남 방송 원고 중 '박정희 군사 깡패'란 말에서 '박정희'세 글자를 뺐다.
▷11월 1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공연 시간 100분, (02)763-1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