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그 축제, 비결은 있다?

  • 권승준 기자

입력 : 2015.10.21 00:24

[꾸준히 관객 몰리는 음악축제 셋]

서울재즈 - 돗자리 펴고 편히 즐겨
GMF - 전자음악·포크… 장르 다양
자라섬 - 주민 협력, 입지 불리 극복

지난 9일부터 3일간 경기도 가평군의 자라섬에는 26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주(主) 공연장에 들어가기 위해 선 줄만 1㎞가 넘었다. 지난 1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도 축제 시작 3시간 만에 공연장 4개의 객석이 모두 들어찰 정도로 성황이었다. 이 둘은 지금 한국에서 꾸준히 돈을 버는 유이(唯二)의 음악 축제다. 여기 매년 5월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도 올해 5만명을 동원해 흑자 축제 대열에 합류했다. 한때 음악 축제의 대표 선수였던 록페스티벌이 공연계 불황과 각종 구설로 부침을 겪는 사이, 조용히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순항 중인 음악 축제들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음악이 전부가 아니다

자라섬 축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음악에만 집중하지 않았단 점이다. 초창기부터 일종의 '소풍 축제'로 콘셉트를 잡았다. 재즈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무대 앞에서 재즈를 즐기고, 분위기 좋은 가을 소풍 장소를 찾아온 이들은 멀찌감치 돗자리를 펴고 편안하게 누워서 음악을 듣는다. GMF와 서울재즈페스티벌도 관객의 절반 이상이 소풍객들이다. 록 음악과 달리 부드러운 음악 위주의 축제라서 소풍 분위기를 살려주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분위기를 즐긴 관객들이 SNS나 인터넷에 남긴 관람 후기가 퍼지면서 다음 해 관객 동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지난 1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음악 축제 ‘그랜트민트페스티벌’의 모든 공연장은 이른 시간부터 관객으로 꽉 찼다. 이 축제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3만명 이상을 동원한 인기 축제다.
지난 1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음악 축제 ‘그랜트민트페스티벌’의 모든 공연장은 이른 시간부터 관객으로 꽉 찼다. 이 축제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3만명 이상을 동원한 인기 축제다. /민트페이퍼 제공
◇정체성? 모호해도 된다

GMF나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출연진 구성은 일종의 뷔페식이다. 특히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이름과 달리 재즈 음악가뿐 아니라 데이미언 라이스나 미카같이 재즈와 거리가 먼 팝스타들을 간판으로 내세운다. 음악 평론가 이경준씨는 "두 축제 모두 세련되고 춤추기 좋은 전자음악부터 잔잔한 포크나 듣기 좋은 팝송 등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영리하게 출연진을 섭외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자라섬 축제는 재즈 장르에 충실하게 출연진을 섭외하지만, 무료 공연 비중이 높다. 공연장에서도 돗자리를 펴고 만두를 구워 먹고 와인을 마시는 등 자유롭게 즐기는 관객이 많아 지역 축제 같은 분위기가 있다. 자라섬 축제 사무국 관계자는 "재즈는 어려운 음악이란 편견을 깨고 누구나 편히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과 척지지 말라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입지는 인근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록페스티벌은 강렬한 음향으로 인한 주민들 민원 때문에 도심 개최가 거의 불가능하다. 현대카드는 서울 상암동 등에서 록페스티벌을 열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공짜표를 뿌려야 했다. 반면 GMF나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잔잔한 음악 위주라서 소음 민원이 적다. 그 때문에 주변에 아파트 많은 올림픽공원에서도 무리 없이 열 수 있다.

자라섬 축제는 가평군과 인근 주민들의 협력으로 입지의 불리함을 극복한 경우다. 주민들은 축제 기간에 주차·교통 안내 등 자원봉사를 한다. 군청은 택시 기사들이 매년 받는 소양 교육에 '재즈'를 포함시켰다. 가평군청 관계자는 "교통이나 주차상의 불편은 지역 주민의 친절함으로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며 "중요한 건 지역 주민이 음악 축제에 애정을 갖고 돕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