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10명, 10개 아리랑, 절창 20일 릴레이…'월드뮤직 아리랑'

  • 뉴시스

입력 : 2015.10.20 13:53

20일 서울 필동 한국의집에 울려퍼진 아리랑은 굳셌다. 이춘희(68)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의 소리에는 한이 맺혀 있었다. 그러면서도 기운이 셌다.

이 명창은 "지금까지 '아리랑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슬프다', '한이다'라고 했는데 이제는 희망적이고 부르면 힘이 나는 것이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민족의 희로애락이 담긴 아리랑이 지난달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29호가 되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이에 힘 입어 27일부터 11월15일까지 한국의집에서 지역마다 전승된 다양한 아리랑을 한 곳에 모아 명창들이 잇따라 공연하는 '월드뮤직, 아리랑'을 펼친다.

구 아리랑의 이 명창을 비롯해 상주아리랑 정순임 명창(경북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예능보유자), 해주아리랑 김광숙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예능보유자), 강원도아리랑 김길자 명창(강원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아리랑 예능보유자), 서울아리랑 유의호 명창(서울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 예능보유자)이 돌아가며 나선다.

밀양아리랑 임정자 명창(경기무형문화재 제31호 경기소리 예능보유자), 서도아리랑 이춘목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예능보유자), 정선아리랑 유영란 명창(강원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아리랑 예능보유자), 중원아리랑 박재석 명창(충북무형문화재 제5호 마수리농요 예능보유자), 진도아리랑 신영희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도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른다. 인간문화재 10명이 아리랑 10곡을 20일 동안 연달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리랑은 지역마다 특색이 묻어나와 구성지고 알차다. 밀양아리랑은 "(민요·판소리·농악 등에서 사용하는) 세마치 장단으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임정자)을 돋우고, 황해도 해주에서 울려퍼지는 해주아리랑은 "근래에 만들어진 신민요로 쉽고 경쾌한 느낌"(김광숙)을 주는 식이다.

김광숙 명창은 "예전에는 아리랑이 애국가처럼 불렸다"며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듯이 아리랑도 선율을 사투리에 얹어 부른다. 서울도 사투리를 섞어서 부른다"고 알렸다.

이 명창은 2012년 12월5일 밤 프랑스 파리 UNESCO 본부 회의장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리랑이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된 날이다. 그날 그곳에 이 명창이 있었다. "현장에서 아리랑을 불렀는데 그때의 감동은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회의 장소에서 노래를 하리라는 생각은 못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한복을 가지고 가, 입고 노래를 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했는데 '어디서 들리는 천상의 소리냐'라는 표정을 짓던 모습이 떠오른다."

세계에서 이처럼 점차 인정받고 있지만 아리랑을 전수하는, 소리 관련 예능 보유자들의 설 자리는 아직도 부족하다. 이 명창은 "소리만 50~60년을 했다. 소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것인데 설 자리가 적다.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전국 각 지자체에서 해당 지역 아리랑을 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는 이유다. 문화재청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아리랑을 지정했지만 아직 실질적인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이 명창은 하지만 "아리랑이 등재돼 이런 자리도 마련됐고 한국의집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 지원에 대해 기대를 해본다"고 전했다.

한편, 정선아리랑연구소(소장 진용선)는 아리랑 아카이브의 도움을 받아 아리랑 자료 40여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료전시회를 공연기간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함께 연다. 미국·일본에서 발행된 희귀 음반과 악보를 비롯해 1970년대 정선아리랑 LP음반 등이 공개된다. 주요 전시물 중 'Ah Ri Rung(아리랑)' 악보와 EP음반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하는 것이다. 리 카우더러가 작사하고 편곡한 아리랑이다.

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는 "1954년 발매된 음반과 함께 나온 악보로 6·25전쟁 이후 해외로 확산된 아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아리랑 보물"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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