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12 09:39
9일 나란히 초연한 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의 '완월(玩月)'과 LG아트센터의 '푸가'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묘를 발휘했다. 강강술래(완월)와 바흐의 '푸가'(푸가)가 바탕이 된 두 작품은 옛것에서 지금에 맞는 새 호흡을 발견했다.
중심에는 '전방위 뮤지션' 장영규와 안무가 정영두(두 댄스 시어터 대표)가 있다. 장영규는 '완월'을 통해 무용 연출가로 데뷔했다. 정영두는 클래식음악의 옷을 입고 발레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실험했다. 자신들만의 해석을 통해 결국 영감의 원천인 원형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완월'…엄청나게 모던하고 믿을 수 없게 전통적인
60분의 러닝타임 중 전반부는 한국무용보다 현대무용의 몸짓에 가깝다. 무용수들은 비슷한 동작을 우주인처럼 반복한다. 의상뿐 아니라 짧은 머리 모양마저 같다. 음악 역시 미니멀리즘의 대표주자인 필립 글래스 음악처럼 소수의 음이 쉴새 없이 반복된다.
후반부 장영규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국악적인 요소가 섞인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전통의 원형 찾기 놀이가 시작된다. 그렇다고 무용수들이 빤하게 강강술래을 연상케 하는 동작을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달 밑을 도는 것이 강강술래인데 '완월'에서 무용수들은 큰 원을 그리기보다 여러개의 작은 원을 만들었다가 흩어진다. 움직임도 곡선이라기보다 직선이다. 음악과 상황에 심취해 달을 즐기는(玩月)데 주력하는 듯하다. 강강술래는 풍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기도 했지만 일종의 놀이였다. 장단을 타는 듯하면서도 정형화돼 있지 않은 동작과 동선은 예술의 유희성을 뽐낸다. 변화와 반복이 되면서 질서가 만들어지는 묘한 경험도 더해준다.
무대 역시 현대적이다. 무대미술의 시각적 부분 등을 협업하는 '시노그래피(Scenography)'를 맡은 라삐율이 지난해 독일 마인츠에서 선보인 설치작업을 뼈대로 삼았다. 선풍기에 빛이 투사되고 유리벽 등에 다시 그게 투영되면서 그것이 달 또는 눈동자로 보이는 작업이었다.
'완월' 무대 뒤편에도 대형 선풍기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달처럼 무용수들은 관망한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대형 훌라후프처럼 생긴 무대 장치가 조금 하강하는 순간. 무용수들은 둘씩 짝을 짓고 '인간 컴퍼스'가 돼 무대 위에 하얀 분필 등을 사용해 쉴 새 없이 원을 그려나간다. 무대 위에 또 조명으로 대형 원을 만들고 무용수들은 그 안에서 격렬하게 춤을 춘다. 전통을 기리는 의식이었다.
◇'푸가'…음과 춤의 호흡이 들려
바흐의 '푸가' 중 11곡을 활용한 '푸가'(러닝타임 총 75분)는 옴니버스 형식이다. 곡마다 무용수들이 숫자를 달리해서 나오는데 이들의 앙상블은 조합에 따라 화성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청각의 시각화인 셈이다.
푸가는 하나의 주제가 성부 또는 악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방 반복되면서 특정한 법칙이 만들어지는 악곡이다. 반복과 변화가 마지막에 가서 하나의 커다란 형식으로 마무리된다.
무용수의 움직임을 이처럼 옮기다보면 단순해질 위험도 있는데 정영두는 세세한 변화로 이를 피해간다. 무용수들이 세밀한 근육을 써서 움직임을 계속 변주하기 때문이다.
각자 동선과 동작을 선보이면서도 결국은 앙상블을 이루는 안무들은, 미적·기술적 기준에 따라 2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들을 결합하는 기술인 대위법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두 무용수가 마치 거울 바깥과 안의 사람처럼 움직이며 같은 동작을 반대로 선보일 때는 대위법의 변주 같았다.
차라리 동작이 확연하게 변하고 달라지는 것이 무용수들에게 쉬웠을 법한데, 탄탄한 내공의 스타무용수 7명은 능히 동작들을 감당했다. 발레와 현대무용의 여러 요소가 섞이면서 독특한 지점에 위치한, 소화가 쉽지 않은 동작들이다.
발레에 기반을 뒀으나 새로운 도전에 거리낌이 없는 김지영·엄재용·윤전일, 국립현대무용단 출신 무용수 최용승, 정영두 안무가가 이끄는 두 댄스 시어터의 핵심 무용수인 김지혜와 하미라,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활약한 도황주가 주인공이다.
발레 작품에서는 볼 수 없던 무심한 표정을 짓고 발레의 선을 끌어안으면서도 현대무용의 무브먼트까지 끌어안는 김지영의 매력이 특히 눈에 띄었다.
그녀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다. 이 단체와 함께 국내 양대발레단으로 통하는 곳이 유니버설발레단이다. 엄재용은 또 이곳 수석무용수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두 곳의 수석무용수와 함께 발레리노 윤전일이 가세한 무대가 정점이었다. 푸가의 기법 BWV 1080 중 제14곡 카논에 맞춰 춤을 춘 이들의 안무는 대위법의 절정이었다.
플라스틱 모델 조립 전 부품이 매달려 있는 틀을 연상케 하는 무대 배경은 변형된 오선지 같았다. 성악이나 기악에서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까지 표현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음과 춤이 호흡이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클래식음악을 모티브로 삼은 무용이 결국 두 장르의 매력 모두 발견하게 만든 셈이다.
'완월'과 '푸가' 모두 라이브 연주음악이 아닌 녹음된 음악을 사용했다. 춤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음악 없이 침묵을 배경음악으로 안무를 선보이는 찰나가 두 작품 안에 모두 있었는데 그 때 춤은 곧 음악이 됐다.
'완월' 1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3만~4만원. 국립극장 02-2280-4114. '푸가' 11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14일 통영국제음악당, 23~24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3만~6만원. LG아트센터. 02-2005-0114.
중심에는 '전방위 뮤지션' 장영규와 안무가 정영두(두 댄스 시어터 대표)가 있다. 장영규는 '완월'을 통해 무용 연출가로 데뷔했다. 정영두는 클래식음악의 옷을 입고 발레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실험했다. 자신들만의 해석을 통해 결국 영감의 원천인 원형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완월'…엄청나게 모던하고 믿을 수 없게 전통적인
60분의 러닝타임 중 전반부는 한국무용보다 현대무용의 몸짓에 가깝다. 무용수들은 비슷한 동작을 우주인처럼 반복한다. 의상뿐 아니라 짧은 머리 모양마저 같다. 음악 역시 미니멀리즘의 대표주자인 필립 글래스 음악처럼 소수의 음이 쉴새 없이 반복된다.
후반부 장영규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국악적인 요소가 섞인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전통의 원형 찾기 놀이가 시작된다. 그렇다고 무용수들이 빤하게 강강술래을 연상케 하는 동작을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달 밑을 도는 것이 강강술래인데 '완월'에서 무용수들은 큰 원을 그리기보다 여러개의 작은 원을 만들었다가 흩어진다. 움직임도 곡선이라기보다 직선이다. 음악과 상황에 심취해 달을 즐기는(玩月)데 주력하는 듯하다. 강강술래는 풍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기도 했지만 일종의 놀이였다. 장단을 타는 듯하면서도 정형화돼 있지 않은 동작과 동선은 예술의 유희성을 뽐낸다. 변화와 반복이 되면서 질서가 만들어지는 묘한 경험도 더해준다.
무대 역시 현대적이다. 무대미술의 시각적 부분 등을 협업하는 '시노그래피(Scenography)'를 맡은 라삐율이 지난해 독일 마인츠에서 선보인 설치작업을 뼈대로 삼았다. 선풍기에 빛이 투사되고 유리벽 등에 다시 그게 투영되면서 그것이 달 또는 눈동자로 보이는 작업이었다.
'완월' 무대 뒤편에도 대형 선풍기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달처럼 무용수들은 관망한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대형 훌라후프처럼 생긴 무대 장치가 조금 하강하는 순간. 무용수들은 둘씩 짝을 짓고 '인간 컴퍼스'가 돼 무대 위에 하얀 분필 등을 사용해 쉴 새 없이 원을 그려나간다. 무대 위에 또 조명으로 대형 원을 만들고 무용수들은 그 안에서 격렬하게 춤을 춘다. 전통을 기리는 의식이었다.
◇'푸가'…음과 춤의 호흡이 들려
바흐의 '푸가' 중 11곡을 활용한 '푸가'(러닝타임 총 75분)는 옴니버스 형식이다. 곡마다 무용수들이 숫자를 달리해서 나오는데 이들의 앙상블은 조합에 따라 화성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청각의 시각화인 셈이다.
푸가는 하나의 주제가 성부 또는 악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방 반복되면서 특정한 법칙이 만들어지는 악곡이다. 반복과 변화가 마지막에 가서 하나의 커다란 형식으로 마무리된다.
무용수의 움직임을 이처럼 옮기다보면 단순해질 위험도 있는데 정영두는 세세한 변화로 이를 피해간다. 무용수들이 세밀한 근육을 써서 움직임을 계속 변주하기 때문이다.
각자 동선과 동작을 선보이면서도 결국은 앙상블을 이루는 안무들은, 미적·기술적 기준에 따라 2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들을 결합하는 기술인 대위법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두 무용수가 마치 거울 바깥과 안의 사람처럼 움직이며 같은 동작을 반대로 선보일 때는 대위법의 변주 같았다.
차라리 동작이 확연하게 변하고 달라지는 것이 무용수들에게 쉬웠을 법한데, 탄탄한 내공의 스타무용수 7명은 능히 동작들을 감당했다. 발레와 현대무용의 여러 요소가 섞이면서 독특한 지점에 위치한, 소화가 쉽지 않은 동작들이다.
발레에 기반을 뒀으나 새로운 도전에 거리낌이 없는 김지영·엄재용·윤전일, 국립현대무용단 출신 무용수 최용승, 정영두 안무가가 이끄는 두 댄스 시어터의 핵심 무용수인 김지혜와 하미라,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활약한 도황주가 주인공이다.
발레 작품에서는 볼 수 없던 무심한 표정을 짓고 발레의 선을 끌어안으면서도 현대무용의 무브먼트까지 끌어안는 김지영의 매력이 특히 눈에 띄었다.
그녀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다. 이 단체와 함께 국내 양대발레단으로 통하는 곳이 유니버설발레단이다. 엄재용은 또 이곳 수석무용수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두 곳의 수석무용수와 함께 발레리노 윤전일이 가세한 무대가 정점이었다. 푸가의 기법 BWV 1080 중 제14곡 카논에 맞춰 춤을 춘 이들의 안무는 대위법의 절정이었다.
플라스틱 모델 조립 전 부품이 매달려 있는 틀을 연상케 하는 무대 배경은 변형된 오선지 같았다. 성악이나 기악에서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까지 표현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음과 춤이 호흡이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클래식음악을 모티브로 삼은 무용이 결국 두 장르의 매력 모두 발견하게 만든 셈이다.
'완월'과 '푸가' 모두 라이브 연주음악이 아닌 녹음된 음악을 사용했다. 춤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음악 없이 침묵을 배경음악으로 안무를 선보이는 찰나가 두 작품 안에 모두 있었는데 그 때 춤은 곧 음악이 됐다.
'완월' 1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3만~4만원. 국립극장 02-2280-4114. '푸가' 11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14일 통영국제음악당, 23~24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3만~6만원. LG아트센터.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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