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리뷰]뮤즈, 살기 위한 오디세이

  • 뉴시스

입력 : 2015.10.01 10:22

음반 이상의 빈틈 없는 사운드

화려한 조명쇼에 열기 한가득
'언인텐디드(Unintended)'를 듣던 작가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2007) 속 주인공은 어느새 자랐다.

80년생 청춘 풍속도를 그린 이 소설에서 발표 당시 고시원에 사는 주인공은 인터넷 퀴즈방에서 또 다른 청춘을 만났다. 두 남녀는 영국 출신의 록밴드 '뮤즈(MUSE)'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통해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팍팍한 삶에서 생각이 많은 젊은이들.

2015년 현재 30대 중반이 됐을 그들에게 주변 환경은 여전히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도 뮤즈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다 같이 모여 음악으로 교감하고 위로 받을 수 있어 다행이다.

서늘한 초가을 밤바람이 기분 좋은 30일 밤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 모인 1만1000여명의 팬들은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시와 음악 등을 관장하는 여신인 뮤즈에게 홀린 듯했다. 록 음악의 아우라에 가득차 공연 내내 환희에 젖었다. 내내 일어서 있던 관객들에게 스탠딩석과 지정석 구분은 무의미했다. 2007년 첫 내한 이후 단독으로는 세번째, 페스티벌 포함 총 다섯번째 내한한 뮤즈는 그럼에도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이번에도 확인시켰다.

'사이코' '리퍼스' '머시' 등 진작부터 이어온 과학 문명에 대한 철학적 탐색의 바통을 이어 받은 최근 앨범인 정규 7집 '드론스(Drones)' 수록곡을 전반에 포진한 뮤즈는 90분간 자신들의 음악 여정에 팬들을 동참시켰다.

'샤운드 샤워'라는 용어를 떠올릴 정도로 공연장 곳곳을 빈틈 없이 꽉 채운 사운드는 음반 이상의 질과 쾌감을 선사했다. 매튜 벨라미(리드 보컬·기타), 크리스 볼첸홈(베이스·서브보컬), 도미닉 하워드(드럼) 세 멤버에 신시사이저와 믹서를 다루는 세션이 가세한 구성은 10여명 이상의 밴드가 부럽지 않을 정로도 탄탄했다. 사운드에 맞춰 화려한 춤을 추는 조명쇼에 열기도 한가득이었다.

흥분한 팬들이 제각기 점프를 하는 모습은 성난 파도를 방불케 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에서 죽음을 부르는 요정 세이렌을 물리치고 뮤즈를 불러내기 위한 하나의 제례의식 같았다. 즉 교주와 교도의 만남의 열기도 이에 비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멤버들의 연주력은 매번 빛났는데 '히스테리아'와 '시티즌 이레이즈드(Citizen Erased)'가 특히 발군이었다. 볼첸홈의 베이스는 살아 있는데 연거푸 들숨날숨을 번갈아 내쉬었고 벨라미의 기타는 '드론'처럼 쉬지 않고 앵앵거렸다. 하워드의 드럼은 공연장 꼭대기에서도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펄떡거렸다.

화룡점정은 후반부 '매드니스(Madness)'를 시작으로 '슈퍼매시브 블랙 홀(Supermassive Black Hole)' '타임 이스 러닝 아웃(Time Is Running Out)' '스타라이트(Starlight)' '업라이징(Uprising)'으로 이어지는 대표 히트곡 퍼레이드였다.

호메로스가 지은 고대 그리스의 장편 서사시인 '오디세이'(Odyssey)인 변주인 '오디세이(odyssey)'였다. 트로이 원정에 성공한 영웅 오디세우스가 이타카(Ithaca) 섬에 돌아오기까지 10여 년 동안의 여정을 그린 오디세이가 대문자 '오'(O)을 품은 거대한 모험담이라면, 대표곡을 콘서트에서 열정적으로 경유하면서도 신선함과 열정을 뽑아내는 뮤즈의 시간은 소문자 '오'(o)'를 품은 '경험이 가득한 긴 여정'이었다.

'업라이징'이 끝나자 공연장 꼭대기부터 플로어석까지 관객들의 손을 타고 내려간 거대한 검은 풍선 20여개는 터지는 동시에 종이 가루를 흩뿌리며 이날의 공연을 자축했다.

앙코르 첫 곡인 '머시(Mercy)'에서 한국 팬들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플래시를 동시에 켜는 이벤트로 뮤즈의 여정에 붉을 밝혀줬다.

'나이츠 오브 시도니아(Knights of Cydonia)'는 언제나 앙코르 곡으로 옳다. "신념을 위해 싸우고,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한다고 노래하는 이 곡은 뮤즈라는 아지트에 모인 이들이 다시 살아가기 위한 응원가다.

최근 내로라하는 밴드들의 단독 공연은 대부분 갔는데 관객들의 집중도는 이날 공연이 단연 최고였다. 거친 전장에서 그럼에도 살아남아야 하는 이들의 고군분투였다. 웅장한 사운드의 오디세이는 그렇게 이번에도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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