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23 00:31
[작년 대구시향 음악감독 부임하며 대구 클래식 붐 이끌어]
18일 공연, 열흘 전에 전석 매진… 남은 연주회 3개도 60% 팔려
'코바체프' 효과 톡톡히 보는 셈 "亞 대표 오케스트라로 만들 것"
코바체프가 무대에 걸어나오자 몇몇 '열혈 관객'은 벌떡 일어나 박수로 맞았다. 6월 중순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지휘하다 다시 쓰러진 코바체프의 무사 귀환을 환영하는 뜻이었다. 병상에서 떨치고 일어난 코바체프는 지난달 초부터 베로나에서 예정된 '토스카'와 '아이다' 지휘를 마치고 곧장 대구로 돌아왔다.

이날 대구시향의 레퍼토리는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녹록지 않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코바체프의 대구시향은 의욕적으로 연주했다. 현악 주자들만 나선 '정화된 밤'은 난해한 현대 음악으로 들어서기 전 쇤베르크의 낭만적 선율을 잘 살렸고, 말러 교향곡 1번은 가끔 관악 주자들의 불협화음이 거슬렸지만 멋진 연주를 들려주겠다는 단원들의 의지가 돋보였다. 서너 차례 이어진 커튼콜에 불려나온 코바체프도 감격한 듯 두 손을 가슴에 모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음악 도시'로 비상하는 대구
대구가 들썩거리고 있다. 코바체프가 작년 4월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부임하면서부터다. 코바체프가 지휘한 정기 연주회 11번 중 8회가 전석 매진됐다. 올 들어 5차례 연주회도 매진됐고, 올해 남은 연주회 3개 티켓도 60% 넘게 팔려나갔다. '코바체프 효과'인 셈이다.
불가리아 출신인 코바체프는 1984년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이름을 알린 지휘자. 밀라노 라 스칼라, 나폴리 산 카를로극장 등 유명 극장에 섰고, 매년 여름 로마 원형경기장서 공연하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 단골로 초청받았다. 최근 국립 오페라단의 '팔스타프'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지휘하면서 국내 오페라 애호가들에게도 낯익다.
◇코바체프의 '단원 氣 살리는' 리더십
코바체프는 매년 월평균 1회꼴인 대구시향 정기 연주회 10회를 지휘하기로 계약했다. 그는 연습 때 단원들을 몰아세우지 않는다. 엄세희 대구시향 제1바이올린 수석은 "칭찬으로 단원들의 기(氣)를 살려주고, 잘해야겠다는 의욕을 불어넣어 준다"고 했다.
지난 20개월간 대구시향이 연주한 레퍼토리를 보면 베토벤과 브람스부터 말러와 브루크너, 스트라빈스키와 프로코피예프, 슈트라우스까지 폭이 넓다. 대구시의 집중적 지원과 함께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을 보강하고 강도 높은 연습을 거치면 대구시향을 아시아의 대표적 오케스트라로 만들겠다는 코바체프의 말이 현실로 될 수 있다.
◇교향악단의 날개 '클래식 전용 홀'
대구시향의 또 다른 무기는 정명훈의 서울시향도 부러워하는 '클래식 전용 홀'이다. 2013년 11월 기존 건물을 리노베이션해서 개관한 콘서트홀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맞먹을 만큼 음향이 뛰어난 편이다. 이런 오케스트라 전용 홀을 가진 교향악단은 국내에 거의 없다. 게다가 매번 매진 사례를 빚을 만큼 대구시향을 떠받치는 애호가들의 열정도 뜨겁다. 대구는 올해 13회를 맞은 대구 국제오페라축제(10월 8일~11월 7 일)와 매년 6~7월 열리는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 공연 인프라가 뛰어난 도시다. 코바체프의 대구시향이 활짝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수 있을지 문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