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22 09:44
국립무용단 신작 '완월' 협업
둥글고 밝은 보름달. 그 아래에 수십 명의 여인들이 손을 잡고 둥글게 둥글게 모여 빙글빙글 돈다. 음악가 장영규·전방위 아티스트 라삐율이 그 원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일상에서 잊고 있던 '강강술래'에 대한 기억의 원형을 되살린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내 국립무용단의 '완월(玩月·달을 즐기다)' 협업을 통해서다. 10분 남짓한 소품(小品)인 강강술래를 60분짜리 공연으로 재탄생시킨다.
'완월'에서 연출·음악을 맡은 장영규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과 '암살'·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음악감독으로 유명하다.
전위적인 음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어어부 프로젝트' 멤버, 국악 기반의 음악그룹 '비빙'의 리더이기도 하다. 이성열·박정희·강량원 등의 연극연출가와도 작업했다. 단짝인 안은미, 지난해 국립무용단의 '회오리' 등을 통해 무용 작업에 참여했지만 연출까지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소치동계올림픽 국제아트페스티벌에서 비빙이 국립무용단에 이어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장영규가 이 무용단의 강강술래에 영감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국립무용단에 강강술래의 음악을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국립무용단이 그에게 무용 연출까지 의뢰하면서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독일 마인츠에서 라삐율이 선보인 설치 작업을 기록 영상으로 보고 관심을 갖고 있던 장영규는 그녀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선풍기에 빛이 투사되고 유리벽 등에 다시 그게 투영되면서 그것이 달 또는 눈동자로 보이는 작업이었다. 이미 20년 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은 '달'에서 공통점을 봤다.
21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장영규는 "말로만 존재하는 듯한 강강술래의 원형이 궁금했다"고 밝혔다. "연출을 제안 받았을 때 처음에는 두려움이 컸어요. 강강술래의 매력과 실체를 모르니까요."
라삐율 역시 강강술래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기하학적인 구조를 반복하는 것 같으면서 확장되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기존 작업도 그렇고 달 이미지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번 작업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라고 전했다.
-무용·음악·건축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완월'은 기하학적인 부분에서 보듯 이 모든 장르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요. 차곡차곡 쌓아가는 장 감독님 음악자체가 건축적이기도 하죠.
라삐율 / "맞아요. 영규 씨 음악에는 건축적인 요소가 있죠. 곳곳에 수많은 점들이 찍혀 있고 그것들이 여러 층을 이루죠. 그 점들이 꿈틀대기도 하고, 서 있기도 하고요. 소리로 음악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소리 자체가 공간이 되는 건가요?
장영규 / "공간을 만드는 것을 돕는 음악이죠."
-음악은 어떻게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장 감독님 특징인 미니멀함이 묻어나올 것 같은데요.
장영규 / "1에서 시작을 해요. 그리고 1의 변형을 만들죠. 1에서 5, 3, 7이 되는 것이 아니라 1 그리고 다시 1, 즉 1의 변형을 갖고 전체를 만드는 것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렇다고 매 그림이 똑같이 나오지는 않을 거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작업 방식이기도 하죠."
-안무와 무대는 어떻게 구성이 되나요?
라삐율 / "약간의 불특정성, 불확정성, 비정형을 부여하고 싶어요. 규칙이 없는 카오스 상태일 것 같은데 무용수 뿐 아니라 공간 자체를 사물화하는 거죠. 그건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 즉 사건화 되는 것인데 보름달처럼 순환하는 거예요. 달이 변화하는 것처럼 끝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인 거죠.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만들고 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라삐율 / "가장자리에 비정형적인 요소들이 있어요. 천을 선풍기로 날리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데 그 형태는 어떤 물리적인 힘이 건드리는 것과는 관련이 없죠. 그 안에서 무용수들이 질서의 형태를 만들고요. 그렇게 변화와 반복이 상호 작용하면서 만들어지는 과정이 있을 거예요. 강강술래를 단순히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에요. 무용수의 정체성, 공간의 정체성에 대한 무한한 실험을 위해 달을 이용하는 거죠."
-음악은 라이브 연주가 아닌 녹음된 반주를 쓰신다고요?
장영규 / "춤에 더 집중하고 싶었어요. 라이브 연주와 춤이 같이 가면 (집중력이) 분산되기 마련이에요. 분산시켜서 좋은 작업이 있을 수 있고 분산을 안 시켜서 좋은 작업이 있을 수 있는데 '완월'은 분산을 시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라이브 연주가 방해 요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강강술래 하면 여자들이 원을 그리는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이번에는 여성성을 배제한다고 들었습니다.
라삐율 / "의상, 분장, 움직임에서 기하학적인 것을 강조하는 거예요. 여성성 자체를 배제한다기 보다는 다른 걸 강조하는 거죠. 여인들의 춤이 아니라 우주 만물에 대한 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두 분의 작업을 보면 장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요.
장영규 / "장르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건 이미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이미 장르 간 경계가 무너진지 오래됐기 때문이죠. 그 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가 중요하죠."
-라삐율 씨는, '시노그래피(Scenography)'를 맡으셨어요. 무대미술의 시각적 부분 뿐 아니라 협업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 무용수들의 움직임, 드라마투르기적인 모색 등 여러 갈래의 일이라고 설명이 되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맡으시는 건가요? 한국에서는 낯선 용어인데요.
"시노는 신(Scens)에서 나온 것으로 장면을 가리키고, 그래피는 뭔가를 그린다는 뜻인데 즉 공간을 그리는 것이죠. 영역, 장르마다 하는 역할히 그때 그때 달라져서 작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죠. 조명, 무대, 드라마투르기, 연출 등 참여 영역이 모호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하는 일이 바뀔 수 있죠.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것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죠. 수직적으로 나눠질 수 있는 구조를 수평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역할이에요."
장영규 / "처음부터 저는 라삐율 씨와 공동 작업을 원했어요. 둘이 함께 하면서 같이 할 수 있는 건 같이 하고 자연스레 분리할 수 있는 일은 분리하고… 유동적으로 작업하는 거죠. 하고 있는 일을 무엇이라고 이름 붙이는 건 중요하지 않았죠."
-이번 작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얻어가고 있는 것 또는 관객들이 봐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장영규 / "강갈술래의 실체를 보여주는 기회가 돼 그 원형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생겼으면 해요. 사라져버리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점이 안타깝죠.
라삐율 / "강강술래를 다시 찾아보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을 대하는 다른 태도나 시각을 가졌으면 해요. 전통을 재해석하는 작품과 공연이 많죠. 그런데 과연 전통이 무엇이고, 전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안고 가야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그런 부분에서 (다른 공연과) 차별화가 됐으면 해요."
10월 9~1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의상 전우연, 안무 구성 김기범·문창숙. 러닝타임 60분. 3만~4만원. 국립극장 02-2280-4114
둥글고 밝은 보름달. 그 아래에 수십 명의 여인들이 손을 잡고 둥글게 둥글게 모여 빙글빙글 돈다. 음악가 장영규·전방위 아티스트 라삐율이 그 원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일상에서 잊고 있던 '강강술래'에 대한 기억의 원형을 되살린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내 국립무용단의 '완월(玩月·달을 즐기다)' 협업을 통해서다. 10분 남짓한 소품(小品)인 강강술래를 60분짜리 공연으로 재탄생시킨다.
'완월'에서 연출·음악을 맡은 장영규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과 '암살'·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음악감독으로 유명하다.
전위적인 음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어어부 프로젝트' 멤버, 국악 기반의 음악그룹 '비빙'의 리더이기도 하다. 이성열·박정희·강량원 등의 연극연출가와도 작업했다. 단짝인 안은미, 지난해 국립무용단의 '회오리' 등을 통해 무용 작업에 참여했지만 연출까지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소치동계올림픽 국제아트페스티벌에서 비빙이 국립무용단에 이어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장영규가 이 무용단의 강강술래에 영감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국립무용단에 강강술래의 음악을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국립무용단이 그에게 무용 연출까지 의뢰하면서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독일 마인츠에서 라삐율이 선보인 설치 작업을 기록 영상으로 보고 관심을 갖고 있던 장영규는 그녀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선풍기에 빛이 투사되고 유리벽 등에 다시 그게 투영되면서 그것이 달 또는 눈동자로 보이는 작업이었다. 이미 20년 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은 '달'에서 공통점을 봤다.
21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장영규는 "말로만 존재하는 듯한 강강술래의 원형이 궁금했다"고 밝혔다. "연출을 제안 받았을 때 처음에는 두려움이 컸어요. 강강술래의 매력과 실체를 모르니까요."
라삐율 역시 강강술래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기하학적인 구조를 반복하는 것 같으면서 확장되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기존 작업도 그렇고 달 이미지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번 작업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라고 전했다.
-무용·음악·건축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완월'은 기하학적인 부분에서 보듯 이 모든 장르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요. 차곡차곡 쌓아가는 장 감독님 음악자체가 건축적이기도 하죠.
라삐율 / "맞아요. 영규 씨 음악에는 건축적인 요소가 있죠. 곳곳에 수많은 점들이 찍혀 있고 그것들이 여러 층을 이루죠. 그 점들이 꿈틀대기도 하고, 서 있기도 하고요. 소리로 음악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소리 자체가 공간이 되는 건가요?
장영규 / "공간을 만드는 것을 돕는 음악이죠."
-음악은 어떻게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장 감독님 특징인 미니멀함이 묻어나올 것 같은데요.
장영규 / "1에서 시작을 해요. 그리고 1의 변형을 만들죠. 1에서 5, 3, 7이 되는 것이 아니라 1 그리고 다시 1, 즉 1의 변형을 갖고 전체를 만드는 것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렇다고 매 그림이 똑같이 나오지는 않을 거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작업 방식이기도 하죠."
-안무와 무대는 어떻게 구성이 되나요?
라삐율 / "약간의 불특정성, 불확정성, 비정형을 부여하고 싶어요. 규칙이 없는 카오스 상태일 것 같은데 무용수 뿐 아니라 공간 자체를 사물화하는 거죠. 그건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 즉 사건화 되는 것인데 보름달처럼 순환하는 거예요. 달이 변화하는 것처럼 끝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인 거죠.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만들고 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라삐율 / "가장자리에 비정형적인 요소들이 있어요. 천을 선풍기로 날리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데 그 형태는 어떤 물리적인 힘이 건드리는 것과는 관련이 없죠. 그 안에서 무용수들이 질서의 형태를 만들고요. 그렇게 변화와 반복이 상호 작용하면서 만들어지는 과정이 있을 거예요. 강강술래를 단순히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에요. 무용수의 정체성, 공간의 정체성에 대한 무한한 실험을 위해 달을 이용하는 거죠."
-음악은 라이브 연주가 아닌 녹음된 반주를 쓰신다고요?
장영규 / "춤에 더 집중하고 싶었어요. 라이브 연주와 춤이 같이 가면 (집중력이) 분산되기 마련이에요. 분산시켜서 좋은 작업이 있을 수 있고 분산을 안 시켜서 좋은 작업이 있을 수 있는데 '완월'은 분산을 시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라이브 연주가 방해 요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강강술래 하면 여자들이 원을 그리는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이번에는 여성성을 배제한다고 들었습니다.
라삐율 / "의상, 분장, 움직임에서 기하학적인 것을 강조하는 거예요. 여성성 자체를 배제한다기 보다는 다른 걸 강조하는 거죠. 여인들의 춤이 아니라 우주 만물에 대한 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두 분의 작업을 보면 장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요.
장영규 / "장르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건 이미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이미 장르 간 경계가 무너진지 오래됐기 때문이죠. 그 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가 중요하죠."
-라삐율 씨는, '시노그래피(Scenography)'를 맡으셨어요. 무대미술의 시각적 부분 뿐 아니라 협업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 무용수들의 움직임, 드라마투르기적인 모색 등 여러 갈래의 일이라고 설명이 되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맡으시는 건가요? 한국에서는 낯선 용어인데요.
"시노는 신(Scens)에서 나온 것으로 장면을 가리키고, 그래피는 뭔가를 그린다는 뜻인데 즉 공간을 그리는 것이죠. 영역, 장르마다 하는 역할히 그때 그때 달라져서 작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죠. 조명, 무대, 드라마투르기, 연출 등 참여 영역이 모호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하는 일이 바뀔 수 있죠.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것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죠. 수직적으로 나눠질 수 있는 구조를 수평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역할이에요."
장영규 / "처음부터 저는 라삐율 씨와 공동 작업을 원했어요. 둘이 함께 하면서 같이 할 수 있는 건 같이 하고 자연스레 분리할 수 있는 일은 분리하고… 유동적으로 작업하는 거죠. 하고 있는 일을 무엇이라고 이름 붙이는 건 중요하지 않았죠."
-이번 작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얻어가고 있는 것 또는 관객들이 봐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장영규 / "강갈술래의 실체를 보여주는 기회가 돼 그 원형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생겼으면 해요. 사라져버리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점이 안타깝죠.
라삐율 / "강강술래를 다시 찾아보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을 대하는 다른 태도나 시각을 가졌으면 해요. 전통을 재해석하는 작품과 공연이 많죠. 그런데 과연 전통이 무엇이고, 전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안고 가야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그런 부분에서 (다른 공연과) 차별화가 됐으면 해요."
10월 9~1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의상 전우연, 안무 구성 김기범·문창숙. 러닝타임 60분. 3만~4만원.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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