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17 09:38

#1. 코펜하겐 기후변화총회 사무실을 상징하는 무대.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회의가 결렬되면서 수평으로 놓여 있던 무대 겸 스크린이 수직으로 기울어진다. 스크린에는 환경 재앙의 모습들이 나열되고, 공중에 매달린 배우들은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위로 계속 상승한다.(개막작인 영국 공중극 전문단체인 와이어드 에어리얼 시어터의 '세상이 뒤집히던 날' 중·10월 1~3일 서울광장 앞 도서관)
#2. 약 1억원을 들여 제작한 8m 대형 할머니 인형이 세종대로를 가로지르며 서울광장 앞까지 나아간다. 그녀의 이름은 '영자' 우리 현대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1945년에 태어난 영자는 우리 현대사를 관통했다. 잔치를 벌이기 위해 길을 나섰다. 퍼레이드를 하면서 70년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광복의 기쁨과 뒤이은 한국전쟁,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남과 북, 동과 서가 갈라지는 정치적 분열과 빈부격차에 의한 경제적 분열까지…. 광복 후 굴곡진 70년 역사를 이동형 거리극 형식으로 보여준다.(폐막작인 극단 서울괴담&예술불꽃 화랑의 '영자의 칠순잔치'·10월4일 오후 8시 세종대로)
#3. 노인 요양원에서 기거하는 일곱 노인들은 구내식당에서 배식을 받다 비상구가 열린 것을 보고 그쪽으로 탈출한다. 갇혀 있다 공공장소에 나가면서 해방감을 느낀다. 그로 인해 잊고 있었던 감각을 일깨우게 된다. 공연 내내 들고 있던 식판에 담긴 음식을 모두 땅바닥에 버리고 새로운 삶을 향해 도망친다. 프랑스 원로배우 7명과 한국 원로 배우 7명, 그리고 아마추어 실버 극단 어르신 10명을 포함해서 전체 24명이 출연한다.(프랑스 컴퍼니 아도크의 '아름다운 탈출: 비상구'·10월2일 시립미술관 앞마당·3일 청계천 광통교)
#4. 무속신화인 '바리데기' 이야기가 버티컬 퍼포먼스와 파사드 영상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 버림받은 아이가 자신을 버린 아비를 구하는 역설적인 이야기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겹쳐진다. 전통 민요가 녹아들어가 애절함이 더해진다.(창작중심 단디 + 우리동네 아뜰리에의 '바리, 오다'·10월 1~2일 서울시립미술관)
10월 1~4일 서울광장·청계광장·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거리 예술 축제인 '하이서울페스티벌 2015'를 통해 아시아 초연하는 '세상이 뒤집히던 날'을 비롯해 해외 초청작 8개 작품, 국내 초청작 17개 작품, 자유참가작 26개 작품이 선보인다. '길에서 놀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사회 문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공연들이 눈에 띈다.
김종석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술감독(용인대학교 연극과 교수)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사람들이 동시에 놀고 웃고 즐기는 것이 축제에서 중요하다"면서도 "삶을 발견하고 다시 성찰할 수 있는 것도 축제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르치거나 설득하는 것이나 단순하게 진지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축제의 의미는 돌아옴이죠. 새로운 것을 접하고 우리가 살아온 것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발견하는 겁니다. 정치적인 의도나 사회적인 의도로서가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환경, 노인의 문제를 다루고 싶었어요. 내년에는 장애 문제를 다뤘으면 하는데 우리의 이야기를 집단적으로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죠. 단순히 문제 제기가 아닌 숨겨놓은 이야기를 꺼내 축제적인 화해로 가자라는 의미입니다."
거리예술 이론가들은 유럽의 거리극에 영감을 제공한 기점을 '68혁명'으로 통하는 1968년 프랑스의 학생운동을 꼽는다.
김 감독 역시 이를 짚으며 "거리극 자체에는 사회적 속성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외국 거리극 예술가들이 한국 관객을 접하고 난 뒤 항상 '이렇게 뜨거운 이유가 뭐냐'고 물어요. 80년대(민주항쟁)도 그렇고 90년대 이후 촛불집회도 그렇고 그런 속성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축제조직위원장이자 '아름다운 탈출: 비상구'의 한국 연출, '바리, 오다'의 총연출까지 맡은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 교수 역시 "연극, 즉 예술이라는 건 태초부터 관객의 가장 궁금한 것을 다루다 보니 시대에 대답하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동의했다. "그것이 공연예술 가장 밑바닥의 본질이죠. 광장, 거리에서 사회적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죠."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위주로 진행되다 민간 축제조직위원회를 꾸리고 전문성을 강화한 2013년부터 예술감독을 맡은 김 감독은 거리예술이 다른 공연 장르보다 언론 등에서 조명이 덜 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그는 "저희들도 대학로에 연극을 올리는 연극 전공 연출가죠. 그런데 거리극을 축제의 덩어리로만 여기는데 아쉬움이 있죠"라고 했다.
"저도 5년동안 거리극을 해왔죠. 처음 안산에서 거리극을 시작할 때 거리보다 집중할 수 있는 극장이 좋았어요. 하지만 그간 거리극을 해오면서 감동적인 것이 4일 동안 400만명 이상을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극장을 가지 못하는 분들이 어려운 작품을 보고 잘 이해하시고 그것을 즐기시더라고요. 그걸 깨달은 뒤 사명감을 느끼게 됐어요. 거리에서 예술을 경험하고 체험하게 되면 그 다음 극장에 가시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는 거죠."
3년 간 예술 감독으로서 애로사항은 매년 관객들의 기대치가 커졌다는 점에 있다. 근데 예산은 늘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뮤지컬 한평당 제작비가 50억원인데 저희 예산은 16억원이죠. 더 많은 분들에게 해외의 좋은 공연과 한국의 우수한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좀 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한다. 국내외 54개 단체의 약 180여회 공연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 개막 첫날인 10월1일 시민청 바스락홀에서는 국제 컨퍼런스 '거리예술의 새로운 변화와 과제'도 열린다. 시민들이 만드는 작은 축제 '시작', 만남과교류의 장 '페스티벌 라운지', 자원활동가 프로그램 '길동이랑 놀자' 등의 기획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 02-2133-0909
#2. 약 1억원을 들여 제작한 8m 대형 할머니 인형이 세종대로를 가로지르며 서울광장 앞까지 나아간다. 그녀의 이름은 '영자' 우리 현대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1945년에 태어난 영자는 우리 현대사를 관통했다. 잔치를 벌이기 위해 길을 나섰다. 퍼레이드를 하면서 70년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광복의 기쁨과 뒤이은 한국전쟁,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남과 북, 동과 서가 갈라지는 정치적 분열과 빈부격차에 의한 경제적 분열까지…. 광복 후 굴곡진 70년 역사를 이동형 거리극 형식으로 보여준다.(폐막작인 극단 서울괴담&예술불꽃 화랑의 '영자의 칠순잔치'·10월4일 오후 8시 세종대로)
#3. 노인 요양원에서 기거하는 일곱 노인들은 구내식당에서 배식을 받다 비상구가 열린 것을 보고 그쪽으로 탈출한다. 갇혀 있다 공공장소에 나가면서 해방감을 느낀다. 그로 인해 잊고 있었던 감각을 일깨우게 된다. 공연 내내 들고 있던 식판에 담긴 음식을 모두 땅바닥에 버리고 새로운 삶을 향해 도망친다. 프랑스 원로배우 7명과 한국 원로 배우 7명, 그리고 아마추어 실버 극단 어르신 10명을 포함해서 전체 24명이 출연한다.(프랑스 컴퍼니 아도크의 '아름다운 탈출: 비상구'·10월2일 시립미술관 앞마당·3일 청계천 광통교)
#4. 무속신화인 '바리데기' 이야기가 버티컬 퍼포먼스와 파사드 영상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 버림받은 아이가 자신을 버린 아비를 구하는 역설적인 이야기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겹쳐진다. 전통 민요가 녹아들어가 애절함이 더해진다.(창작중심 단디 + 우리동네 아뜰리에의 '바리, 오다'·10월 1~2일 서울시립미술관)
10월 1~4일 서울광장·청계광장·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거리 예술 축제인 '하이서울페스티벌 2015'를 통해 아시아 초연하는 '세상이 뒤집히던 날'을 비롯해 해외 초청작 8개 작품, 국내 초청작 17개 작품, 자유참가작 26개 작품이 선보인다. '길에서 놀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사회 문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공연들이 눈에 띈다.
김종석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술감독(용인대학교 연극과 교수)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사람들이 동시에 놀고 웃고 즐기는 것이 축제에서 중요하다"면서도 "삶을 발견하고 다시 성찰할 수 있는 것도 축제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르치거나 설득하는 것이나 단순하게 진지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축제의 의미는 돌아옴이죠. 새로운 것을 접하고 우리가 살아온 것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발견하는 겁니다. 정치적인 의도나 사회적인 의도로서가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환경, 노인의 문제를 다루고 싶었어요. 내년에는 장애 문제를 다뤘으면 하는데 우리의 이야기를 집단적으로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죠. 단순히 문제 제기가 아닌 숨겨놓은 이야기를 꺼내 축제적인 화해로 가자라는 의미입니다."
거리예술 이론가들은 유럽의 거리극에 영감을 제공한 기점을 '68혁명'으로 통하는 1968년 프랑스의 학생운동을 꼽는다.
김 감독 역시 이를 짚으며 "거리극 자체에는 사회적 속성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외국 거리극 예술가들이 한국 관객을 접하고 난 뒤 항상 '이렇게 뜨거운 이유가 뭐냐'고 물어요. 80년대(민주항쟁)도 그렇고 90년대 이후 촛불집회도 그렇고 그런 속성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축제조직위원장이자 '아름다운 탈출: 비상구'의 한국 연출, '바리, 오다'의 총연출까지 맡은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 교수 역시 "연극, 즉 예술이라는 건 태초부터 관객의 가장 궁금한 것을 다루다 보니 시대에 대답하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동의했다. "그것이 공연예술 가장 밑바닥의 본질이죠. 광장, 거리에서 사회적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죠."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위주로 진행되다 민간 축제조직위원회를 꾸리고 전문성을 강화한 2013년부터 예술감독을 맡은 김 감독은 거리예술이 다른 공연 장르보다 언론 등에서 조명이 덜 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그는 "저희들도 대학로에 연극을 올리는 연극 전공 연출가죠. 그런데 거리극을 축제의 덩어리로만 여기는데 아쉬움이 있죠"라고 했다.
"저도 5년동안 거리극을 해왔죠. 처음 안산에서 거리극을 시작할 때 거리보다 집중할 수 있는 극장이 좋았어요. 하지만 그간 거리극을 해오면서 감동적인 것이 4일 동안 400만명 이상을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극장을 가지 못하는 분들이 어려운 작품을 보고 잘 이해하시고 그것을 즐기시더라고요. 그걸 깨달은 뒤 사명감을 느끼게 됐어요. 거리에서 예술을 경험하고 체험하게 되면 그 다음 극장에 가시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는 거죠."
3년 간 예술 감독으로서 애로사항은 매년 관객들의 기대치가 커졌다는 점에 있다. 근데 예산은 늘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뮤지컬 한평당 제작비가 50억원인데 저희 예산은 16억원이죠. 더 많은 분들에게 해외의 좋은 공연과 한국의 우수한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좀 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한다. 국내외 54개 단체의 약 180여회 공연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 개막 첫날인 10월1일 시민청 바스락홀에서는 국제 컨퍼런스 '거리예술의 새로운 변화와 과제'도 열린다. 시민들이 만드는 작은 축제 '시작', 만남과교류의 장 '페스티벌 라운지', 자원활동가 프로그램 '길동이랑 놀자' 등의 기획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 02-213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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