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17 09:37
이유원 기술(무대)감독 인터뷰
"마술사 고용하고 드론도 활용"
"'판타지'지만 너무 비현실적으로 빠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개막 전부터 화려한 무대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끈 뮤지컬 '신데렐라'의 이유원 기술(무대)감독은 "아무리 화려한 기술이라도 극의 맥락에 맞지 않으면 포기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이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남태평양' 등을 쓴 뮤지컬 작곡가·작가 콤비인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이 1957년 TV 방송용 뮤지컬로 만들었던 '신데렐라'를 뮤지컬 '제너두'로 유명한 더글라스 카터 빈이 각색했다. 엠뮤지컬아트는 대본과 음악만 사온 '스몰 라이선스'로 지난 13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처음 올렸다. 무대 기술은 이 회사가 자체적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1막에서 요정 마리, 1·2막에서 신데렐라의 누더기 또는 평범한 옷이 마술 트릭을 통해 무대 위에서 3초 만에 화려한 드레스로 바뀌는 장면이 가장 눈길을 끈다.
15일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이 감독은 "변복(變服)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마술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이 변복을 위해 무대 뒤로 나갔다 들어와요. 드레스 부피가 너무 커서 변복이 힘들기 때문에 패치(드레스를 부풀려주기 위한 속치마)를 제거하기 위해서죠. 저희는 반 패치를 사용해서 볼륨감을 어느 정도 키우면서도 무대 위에서 변복이 수월하도록 조정했죠."
한국적인 색깔로 무대를 '리프로덕션'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한국 관객 수준이 높다는 점"이었다.
"변복 장면에서 미국 등지에서는 조명 등을 사용해 연극적으로 소화했어요. 한국 관객들은 수준이 높아서 '짠'하고 변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죠. 뮤지컬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는 하층민이 아니에요. 누더기가 한번에 화려한 드레스로 변하는 게 아니라 일상복이 드레스로 변하는 거죠. 동화가 원작이라 판타지 색을 띠지만 너무 비현실적이지는 않았으면 했어요. 미국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컷을 찾으려고 했어요."
무엇보다 배우들이 다른 뮤지컬에 출연할 때보다 고생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13일 오후 3시 공연에서 신데렐라의 변복이 되기 전에 티아라가 먼저 노출되기도 했다.
"충분한 연습으로도 극복이 안 될 때가 있거든요. 배우들이 당황했을 거예요. 공연 시작 전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겁니다."
호박, 생쥐, 여우가 각각 마차, 말, 마부로 변하는 장면은 영상으로 처리된다.
이 감독은 이를 위해 수많은 방법을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호박이 커져서 변신하는 것으로 해볼까 생각을 했는데 너무 기계적이고 인위적일 것 같았죠. 호박이 날아가는 장면은 드론(무인(無人) 비행기)을 사용했어요. 지금의 트렌드에 맞춰 구현한 장면이죠. 드론에 호박을 태운 건데 기존 드론은 무대 상황에 맞지 않아서 손수 제작했어요. 그 드론에 맞춰 호박만 여섯번 만들었습니다. 무게가 맞지 않아 고생했거든요. 근데 실외 공간에서는 GPS를 활용하면 되는데 실내 무대 위에서는 그게 불가능하죠. 그래서 공연 때마다 드론을 손수 조정하는 전담자가 따로 있습니다. 관절마다 움직이는 말과 마차를 만드는 데는 14일 동안 꼬막 밤을 새웠죠."
이번 무대에서 구현하지 못했지만 작업 과정에서 낸 아이디어는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했다. "아깝지 않아요. 우리의 노하우가 됐기 때문이죠. 다음 작품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고요. 이번에는 '신데렐라'와 가장 조화로운 것을 찾고자 했어요.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공학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극을 올리면 달라지거든요. 앞서 찢어졌던 초대장이 다시 한 장의 종이가 되는 기술이 적용될 거라 공개됐는데 실제는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예죠."
원작 동화 속 판타지에만 갇힌 신데렐라가 아닌 왕자 앞에서 유리 구두를 일부러 놓고 올 정도로 적극적이고 지적인 신데렐라의 이미지가 투영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미래를 의지적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신데렐라를 판타지로만 풀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 거죠. 한순간에 아름다운 여자로 변하는 게 아니라 원래 지적인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구두를 놓고 가는 신데렐라의 모습이 작품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왕 외 정치를 담당하는 수상을 따로 두는)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은 동화 속에서 찾을 수 없죠. 신데렐라가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요."
약 20년 간 뮤지컬계에 몸을 담은 이 감독은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프랑켄슈타인' '로빈훗' 등 주로 왕용범 연출과 호흡을 맞추며 무대기술력을 뽐냈다.
샹들리에 하강 등 당시 화려한 무대기술로 주목 받았던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초연 이후 한국 뮤지컬계가 기술에 눈을 뜨게 됐다고 짚은 이 감독은 "한국의 스태프와 기술력은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다만 "이것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아카데미 등 기술적인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데 아직 한국 뮤지컬계 형편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기술은 구현하는 건 쉽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해요. 한국에서는 아직 여건이 부족하지만 무대 기술 쪽 일을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은 틈이 날 때마다 현장에서 그것을 익히는 노력이 필요하죠."
한국 관객 수준이 높다는 건 그 만큼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특히 무대 기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트렌드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데렐라' 11월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신데렐라 안시하·서현진·윤하·백아연. 프로듀서 김선미, 연출 왕용범, 음악감독 이성준.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20분) 5만~14만원. 엠뮤지컬아트. 02-764-7857
"마술사 고용하고 드론도 활용"
"'판타지'지만 너무 비현실적으로 빠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개막 전부터 화려한 무대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끈 뮤지컬 '신데렐라'의 이유원 기술(무대)감독은 "아무리 화려한 기술이라도 극의 맥락에 맞지 않으면 포기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이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남태평양' 등을 쓴 뮤지컬 작곡가·작가 콤비인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이 1957년 TV 방송용 뮤지컬로 만들었던 '신데렐라'를 뮤지컬 '제너두'로 유명한 더글라스 카터 빈이 각색했다. 엠뮤지컬아트는 대본과 음악만 사온 '스몰 라이선스'로 지난 13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처음 올렸다. 무대 기술은 이 회사가 자체적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1막에서 요정 마리, 1·2막에서 신데렐라의 누더기 또는 평범한 옷이 마술 트릭을 통해 무대 위에서 3초 만에 화려한 드레스로 바뀌는 장면이 가장 눈길을 끈다.
15일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이 감독은 "변복(變服)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마술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이 변복을 위해 무대 뒤로 나갔다 들어와요. 드레스 부피가 너무 커서 변복이 힘들기 때문에 패치(드레스를 부풀려주기 위한 속치마)를 제거하기 위해서죠. 저희는 반 패치를 사용해서 볼륨감을 어느 정도 키우면서도 무대 위에서 변복이 수월하도록 조정했죠."
한국적인 색깔로 무대를 '리프로덕션'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한국 관객 수준이 높다는 점"이었다.
"변복 장면에서 미국 등지에서는 조명 등을 사용해 연극적으로 소화했어요. 한국 관객들은 수준이 높아서 '짠'하고 변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죠. 뮤지컬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는 하층민이 아니에요. 누더기가 한번에 화려한 드레스로 변하는 게 아니라 일상복이 드레스로 변하는 거죠. 동화가 원작이라 판타지 색을 띠지만 너무 비현실적이지는 않았으면 했어요. 미국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컷을 찾으려고 했어요."
무엇보다 배우들이 다른 뮤지컬에 출연할 때보다 고생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13일 오후 3시 공연에서 신데렐라의 변복이 되기 전에 티아라가 먼저 노출되기도 했다.
"충분한 연습으로도 극복이 안 될 때가 있거든요. 배우들이 당황했을 거예요. 공연 시작 전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겁니다."
호박, 생쥐, 여우가 각각 마차, 말, 마부로 변하는 장면은 영상으로 처리된다.
이 감독은 이를 위해 수많은 방법을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호박이 커져서 변신하는 것으로 해볼까 생각을 했는데 너무 기계적이고 인위적일 것 같았죠. 호박이 날아가는 장면은 드론(무인(無人) 비행기)을 사용했어요. 지금의 트렌드에 맞춰 구현한 장면이죠. 드론에 호박을 태운 건데 기존 드론은 무대 상황에 맞지 않아서 손수 제작했어요. 그 드론에 맞춰 호박만 여섯번 만들었습니다. 무게가 맞지 않아 고생했거든요. 근데 실외 공간에서는 GPS를 활용하면 되는데 실내 무대 위에서는 그게 불가능하죠. 그래서 공연 때마다 드론을 손수 조정하는 전담자가 따로 있습니다. 관절마다 움직이는 말과 마차를 만드는 데는 14일 동안 꼬막 밤을 새웠죠."
이번 무대에서 구현하지 못했지만 작업 과정에서 낸 아이디어는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했다. "아깝지 않아요. 우리의 노하우가 됐기 때문이죠. 다음 작품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고요. 이번에는 '신데렐라'와 가장 조화로운 것을 찾고자 했어요.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공학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극을 올리면 달라지거든요. 앞서 찢어졌던 초대장이 다시 한 장의 종이가 되는 기술이 적용될 거라 공개됐는데 실제는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예죠."
원작 동화 속 판타지에만 갇힌 신데렐라가 아닌 왕자 앞에서 유리 구두를 일부러 놓고 올 정도로 적극적이고 지적인 신데렐라의 이미지가 투영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미래를 의지적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신데렐라를 판타지로만 풀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 거죠. 한순간에 아름다운 여자로 변하는 게 아니라 원래 지적인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구두를 놓고 가는 신데렐라의 모습이 작품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왕 외 정치를 담당하는 수상을 따로 두는)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은 동화 속에서 찾을 수 없죠. 신데렐라가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요."
약 20년 간 뮤지컬계에 몸을 담은 이 감독은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프랑켄슈타인' '로빈훗' 등 주로 왕용범 연출과 호흡을 맞추며 무대기술력을 뽐냈다.
샹들리에 하강 등 당시 화려한 무대기술로 주목 받았던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초연 이후 한국 뮤지컬계가 기술에 눈을 뜨게 됐다고 짚은 이 감독은 "한국의 스태프와 기술력은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다만 "이것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아카데미 등 기술적인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데 아직 한국 뮤지컬계 형편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기술은 구현하는 건 쉽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해요. 한국에서는 아직 여건이 부족하지만 무대 기술 쪽 일을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은 틈이 날 때마다 현장에서 그것을 익히는 노력이 필요하죠."
한국 관객 수준이 높다는 건 그 만큼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특히 무대 기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트렌드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데렐라' 11월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신데렐라 안시하·서현진·윤하·백아연. 프로듀서 김선미, 연출 왕용범, 음악감독 이성준.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20분) 5만~14만원. 엠뮤지컬아트. 02-764-7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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