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17 01:15
[동요 음반 낸 박종화 서울대교수]
'고향의 봄' '섬집 아기'등 수록
"동요 속에 녹아있는 한국… 기억과 경험 찾아가는 작업"
전국 순회 연주회도 가져
"이런 걸 뭘 클래식 음악회에서 연주하지? 서울대 교수가 점잖은 체면에…." 고개를 갸웃거린 것도 잠시, 변주(變奏)를 거듭하더니 오케스트라처럼 웅장한 소리로 증폭됐다. 프로 피아니스트의 솜씨가 녹아 있는 '학교 종'은 훌륭한 독주곡으로 변신했다.

박종화가 동요만 수록한 피아노 음반을 내고 순회 연주회를 갖는다. 음반 '누나야'(유니버설뮤직)엔 '고향의 봄' '섬집 아기' '산토끼' '엄마야 누나야' '꽃밭에서' '과수원 길' 등 중장년층도 익숙한 동요와 '아리랑' '새야 새야 파랑새야' 등 전통 민요를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11곡이 실렸다.
부산 출신인 박종화는 회사 주재원으로 일하던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 도쿄 음대 영재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시작했다. 선화예중에 다녔으나 다시 미국에 건너가 보스턴 뉴잉글랜드음악원, 마드리드 소피아 왕립음악원, 뮌헨 국립음대 등에서 수학했다. 부조니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루빈스타인 콩쿠르 등 유명 대회에서 수상하며 연주자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서른셋이던 2007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하기 전까지 30년 가까이 해외에서 살았다.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살다 보니 우리 가요나 민요는 물론이고 동요도 제대로 아는 게 없었어요. 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년 전 당시 두 살배기 딸아이에게 유아용 그림책을 읽어주다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동요를 함께 듣게 됐다. "그걸 듣다 보니 예전에 아버지가 기타 반주로 들려주던 동요가 생각나는 거예요. '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박종화는 "이 시대에 클래식 연주자로 어떻게 살까 하는 고민을 해왔는데, 동요에 녹아 있는 한국인의 기억과 경험을 찾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동요를 하나둘씩 편곡해 연주회 때 앙코르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작곡가 이영조·나실인·김준성 등의 편곡을 거쳐 음반까지 내고 콘서트를 갖게 된 것. 광화문 근처 연습실에서 그가 연주하는 '섬집 아기'를 들어보니 슈베르트 가곡 '마왕'의 도입부와 비슷한 느낌이면서 애잔함보다 화려함이 돋보인다.
콘서트는 1부는 모차르트 '반짝반짝 작은 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베토벤 소나타 14번 '월광' 등 클래식 곡으로, 2부는 동요로 꾸민다.
▷박종화 콘서트 '누나야: 동요, 클래식이 되다'=20일 오후 5시 LG아트센터, 24일 오전 11시 여수 예울마루, 10월 1일 오후 7시 30분 제주아트센터, 10월 7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등 (02)737-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