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15 09:49
두 번째로 왕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신데렐라'는 밤 12시가 되자 왕궁을 떠난다. 누더기를 예쁜 드레스로 탈바꿈시킨 마법이 풀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도망칠 때 신고 있는 유리구두는 벗겨질 테다.
하지만 뮤지컬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는 한쪽 구두를 직접 벗는다. 그리고 왕자를 빤히 쳐다본 뒤 왕궁을 떠난다.
12일 개막한 '신데렐라' 라이선스 한국 초연은 이 장면 하나로 신데렐라에 능동성을 부여한다.
사실 뮤지컬 '신데렐라'에서도 신데렐라는 착하고 순진한 '전형성'은 벗어나지 못한다. 관객들이 '신데렐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크게 배신하는 순간 더이상 '신데렐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주변 인물들을 살짝 비틀며 새로운 해석을 가한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혁명가 장 미쉘 역 등의 캐릭터를 통해 민중극 성격을 가미한 장면이다. 초반 우유부단하게 그려지는 크리스토퍼 왕자의 캐릭터도 한몫한다. 신데렐라와 꿈 같은 사랑에 빠지는 그는 그녀의 인도로 마침내 백성의 목소리를 듣게되고 성장한다.
'삼총사' 같은 활극이 장기인 왕용범 연출은 지난해 초 '프랑켄슈타인'에서 보여준 소외된 자에 대한 관심을 '두 도시 이야기' '조로' '로빈훗'을 통해 민중으로 확장했다.
이런 부분을 다루면서도 진지하기보다는 활기차고 유쾌한 것이 왕 연출의 특징이다. 말 장난 식의 개그 코드도 인장처럼 박혀 있다.
'신데렐라' 역시 이런 오락적인 면모가 살아 있다. 그런데 왕 연출의 개그 코드와 원작의 순진한 그림자가 짙어 종종 동화극이 돼버리지 않을까 아슬아슬하다.
신데렐라와 크리스토퍼 왕자의 '밀당'과 민중극 요소가 녹아들어 성인극과 동화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그저 즐기기에는 무리 없는 뮤지컬이 됐지만 '웰메이드'로 대접받기엔 무리가 따른다. 신데렐라와 크리스토퍼 왕자 모두 쿼드러플 캐스팅인데, 배우들의 미묘한 연기력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후 3시 공연 신데렐라 역의 안시하는 충분히 호평받을 만하다. '황태자 루돌프' '해를 품은 달' 등 주로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한 그녀는 밝고 활기찬 역도 제대로 소화한다. 힘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가창력이 특징인 그녀는 이번엔 해맑게 보인다. 크리스토퍼 왕자 역의 엄기준은 1막 마지막 신데렐라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에서 힘이 부쳐 보였지만 캐릭터와는 잘 어울린다.
마법으로 누더기가 드레스로 바뀌는 장면은 순식간에 이뤄져 볼 만하다. 하지만 호박, 생쥐, 여우가 각각 마차, 말, 마부로 변하는 장면은 영상으로 평범하게 처리된다. 넘버 중에서는 크리스토퍼 왕자가 신데렐라에게 빠져 부르는 '10 미니츠 어고(minutes ago)'가 귀에 감긴다.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였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남태평양' 등을 쓴 걸출한 뮤지컬 작곡가·작가 콤비인 로저스와 해머스타이가 1957년 TV 방송용 뮤지컬로 만들었던 '신데렐라'를 뮤지컬 '제너두'로 유명한 더글라스 카터 빈이 각색했다.
11월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신데렐라 안시하·서현진·윤하·백아연, 크리스토퍼 왕자 엄기준·'비스트' 양요섭·'B1A4' 산들, '빅스' 켄. 프로듀서 김선미, 연출 왕용범, 음악감독 이성준, 안무 홍유선, 무대디자인 서숙진.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20분) 5만~14만원. 엠뮤지컬아트. 02-764-7857
성인극과 동화극 사이 줄타는 오락극 ★★★
하지만 뮤지컬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는 한쪽 구두를 직접 벗는다. 그리고 왕자를 빤히 쳐다본 뒤 왕궁을 떠난다.
12일 개막한 '신데렐라' 라이선스 한국 초연은 이 장면 하나로 신데렐라에 능동성을 부여한다.
사실 뮤지컬 '신데렐라'에서도 신데렐라는 착하고 순진한 '전형성'은 벗어나지 못한다. 관객들이 '신데렐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크게 배신하는 순간 더이상 '신데렐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주변 인물들을 살짝 비틀며 새로운 해석을 가한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혁명가 장 미쉘 역 등의 캐릭터를 통해 민중극 성격을 가미한 장면이다. 초반 우유부단하게 그려지는 크리스토퍼 왕자의 캐릭터도 한몫한다. 신데렐라와 꿈 같은 사랑에 빠지는 그는 그녀의 인도로 마침내 백성의 목소리를 듣게되고 성장한다.
'삼총사' 같은 활극이 장기인 왕용범 연출은 지난해 초 '프랑켄슈타인'에서 보여준 소외된 자에 대한 관심을 '두 도시 이야기' '조로' '로빈훗'을 통해 민중으로 확장했다.
이런 부분을 다루면서도 진지하기보다는 활기차고 유쾌한 것이 왕 연출의 특징이다. 말 장난 식의 개그 코드도 인장처럼 박혀 있다.
'신데렐라' 역시 이런 오락적인 면모가 살아 있다. 그런데 왕 연출의 개그 코드와 원작의 순진한 그림자가 짙어 종종 동화극이 돼버리지 않을까 아슬아슬하다.
신데렐라와 크리스토퍼 왕자의 '밀당'과 민중극 요소가 녹아들어 성인극과 동화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그저 즐기기에는 무리 없는 뮤지컬이 됐지만 '웰메이드'로 대접받기엔 무리가 따른다. 신데렐라와 크리스토퍼 왕자 모두 쿼드러플 캐스팅인데, 배우들의 미묘한 연기력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후 3시 공연 신데렐라 역의 안시하는 충분히 호평받을 만하다. '황태자 루돌프' '해를 품은 달' 등 주로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한 그녀는 밝고 활기찬 역도 제대로 소화한다. 힘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가창력이 특징인 그녀는 이번엔 해맑게 보인다. 크리스토퍼 왕자 역의 엄기준은 1막 마지막 신데렐라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에서 힘이 부쳐 보였지만 캐릭터와는 잘 어울린다.
마법으로 누더기가 드레스로 바뀌는 장면은 순식간에 이뤄져 볼 만하다. 하지만 호박, 생쥐, 여우가 각각 마차, 말, 마부로 변하는 장면은 영상으로 평범하게 처리된다. 넘버 중에서는 크리스토퍼 왕자가 신데렐라에게 빠져 부르는 '10 미니츠 어고(minutes ago)'가 귀에 감긴다.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였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남태평양' 등을 쓴 걸출한 뮤지컬 작곡가·작가 콤비인 로저스와 해머스타이가 1957년 TV 방송용 뮤지컬로 만들었던 '신데렐라'를 뮤지컬 '제너두'로 유명한 더글라스 카터 빈이 각색했다.
11월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신데렐라 안시하·서현진·윤하·백아연, 크리스토퍼 왕자 엄기준·'비스트' 양요섭·'B1A4' 산들, '빅스' 켄. 프로듀서 김선미, 연출 왕용범, 음악감독 이성준, 안무 홍유선, 무대디자인 서숙진.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20분) 5만~14만원. 엠뮤지컬아트. 02-764-7857
성인극과 동화극 사이 줄타는 오락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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