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리뷰]작품성과 오락성의 하모니…'올드 위키드송'

  • 뉴시스

입력 : 2015.09.10 17:54

※경우에 따라 약간의 스포일러 있음
지난 8일 한국 라이선스 초연을 한 '올드 위키드송'은 작품성과 오락성이 따뜻한 하모니를 이룬 작품이라 할 만하다.

그 중간 디딤돌은 미스터리. 대체로 2인극이 그러하 듯 서로 다른 성향의 인물이 만나면서 갈등이 빚어지는데 오스트리아 빈의 어느 음악대학 괴짜 음악교수 '마슈칸'이 과연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극에 몰입하는 추동력이 된다.

힌트를 하나 주자면 배경인 1986년 오스트리아를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치 부역 꼬리표를 달았던 발트하임이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이 된 해다. 2차 대전의 아픔이 아직 남아 있던 때다.

마슈칸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지만 따뜻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의 제자가 되는 스티븐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청년이다. 절정의 기교는 있지만 음악의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베토벤·쇼팽의 "모자만 쓸 뿐" '자신만의 연주'가 없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두 인물은 막판에 다른 성향으로 변화한다. 마슈칸은 세상을 놓아버린 듯하고 스티븐은 열정과 분노로 가득차 있다.

두 남자는 그러나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발견하고 치유한다. 음악으로 서로 소통하고,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음악극이라 할 만하다. 러닝타임 125분 간(인터미션 15분 제외) 내네 울펴퍼지는 '시인의 사랑'은 극에 집중할 수 있는 중심이 된다. 배우들이 피아노 연주를 실제로 하지 않지만 어색하지 않다. '시인의 사랑'을 초반에 독일어로 부르는 것을 비롯해 이 언어가 꽤 많이 나오는데 극의 한 인물의 아픔과 연관된 것이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묵직한 내용이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극의 설정에 아기자기한 웃음 요소도 많아 술술 넘어간다.

무엇보다 지적인 작품이라 앞서 말한 역사적인 배경과 브리튼, 말러, 호로비츠, 번스타인 등의 음악가의 성향은 개괄적으로나도 알고 가면 도움이 된다.

음악과 사제의 이야기라 지난해 화제가 된 영화 '위플래시'와 닮았고, 예술을 다루는 2인극이란 점에선 마크 로스코와 그의 조수 켄을 다룬 연극 '레드'와 비견되기도 하는데 '올드 위키드송'은 맥락이 좀 다르다. 치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름다움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 숨어 있다"는 마지막 부분의 대사를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힌트 하나. 유태인처럼 다른 나라의 침략으로 고통받은 한국에서 훌륭한 음악가가 배출될 것이라는 마슈칸의 대사도 웃으며 흘려듣지 말기를.

첫날 마슈칸은 송영창, 스티븐은 조강현이었다. 최근 '베테랑'을 비롯해 영화에서 주로 악역을 맡았지만 무대, 특히 뮤지컬에서는 대체로 인자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송영창은 익살과 함께 고통의 세월를 뼛속 깊이 새겼다. 노래 실력도 상당히 늘었다. 뮤지컬배우인 조강현은 지난해 연극 '멜로드라마'(연출 장유정)에서 선보인 섬세한 연기력이 우연히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데스트랩'과 '아가사'에서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엮었던 김지호 연출은 자신의 솜씨를 그대로 가져온다. 무대는 단순해 교수 사무실 하나뿐인데 다양한 조명 활용이 가능한 큰 창을 비롯해 곳곳에 배려와 손때가 묻은 박동우 식의 무대도 조용히 빛난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등을 성공시킨 영화 투자배급사 뉴(대표 김우택)의 계열사인 공연제작사 쇼앤뉴가 제작했다. 야심찼으나 혹평을 받았던 뮤지컬 '디셈버', 본래 있던 작품을 발전시킨 연극 '월남스키부대'를 거쳐 자신들의 브랜드를 부각시킬 만한 작품을 골랐다. 대학로 브랜드 공연 '김수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배우 겸 프로듀서 김수로와 협업했다.

11월22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2관 라이프웨이홀. 마슈칸 송영창·김세동, 스티븐 이창용·김재범·박정복·조강현. 프로듀서 김우택, 제작 한현기, 예술감독 김수로, 번역 현은영, 드라마투르그 윤안나, 무대디자인 박동우. 러닝타임 135분(인터미션포함). 1만5000~5만5000원. 쇼앤뉴·스페셜원컴퍼니·컬처마인. 1544-1555(인터파크)

작품성과 오락성의 따듯한 하모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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