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사람은 한 명, 묵직함은 두 배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5.09.10 00:02

[손봉숙 모노드라마 '챙!']

극작가 이강백의 2인극 작품
출가 임영웅이 모노드라마로 손봉숙 연기 훨씬 다채로워져

연극 '챙!'
/극단 산울림 제공
"시신은 안타깝게도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어요."

느리고 침착한 대사 속에 우울과 관조의 정조(情操)가 묻어났다. 모딜리아니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듯, 키 크고 마른 손봉숙은 온화한 표정 속에 심연과도 같은 슬픔을 감추고 또렷한 발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이달 개막한 이강백 작, 임영웅 연출의 연극 '챙!'〈사진〉은 지난해 초연됐지만, 사실상 신작이다. 교향악단의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이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지 1년 뒤 그의 아내가 고인의 삶을 회고하는 이 연극은 원래 손봉숙(아내 역)과 한명구(지휘자 역)가 나오는 2인극이었다.

그런데 올 초, 작가 이강백은 연출가 임영웅의 전화를 받았다. "이거, 모노드라마로 만들어도 되지 않나요?" 지휘자는 해설자 역할을 할 뿐, 극 진행에서 꼭 필요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었다. '앗! 정말 그렇군'이란 생각이 든 이강백은 보름 만에 대본을 뜯어고쳤다고 한다.

이렇게 수정돼 나온 '챙!'은 아주 다른 작품처럼 보였다. 활기차게 극을 진행하던 한명구의 대사까지 모두 손봉숙이 맡게 된 것. 줄곧 담담한 어조로 회상하던 초연 때와 달리, 공연 시간 75분을 모두 채우게 된 손봉숙의 연기는 훨씬 다채로워졌고 밀도도 높아졌다. 손봉숙은 시종 우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다가도 연애 시절의 이야기를 할 때는 발랄한 여학생의 목소리를 냈고,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절정의 심벌즈 음을 기다리는 장면에선 두 팔을 휘저으며 음악의 기쁨을 깨달은 황홀경의 표정을 지었다.

극은 인생을 오케스트라의 심벌즈 연주자에 비유하면서 "긴 침묵의 시간 동안 박자를 세면서 기다리다가 절정의 순간 '챙!' 하고 악기를 울릴 그날이 누구에게나 온다"는 주제를 드러낸다. 침묵도 음악의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대가(大家)의 솜씨라 할 만했다. 모노드라마를 이렇게까지 다이내믹하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은.

▷20일까지 서교동 산울림소극장, (02)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