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모나코 왕립 발레학교장 "한국학생들 기초 튼튼"

  • 뉴시스

입력 : 2015.09.08 14:32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국내 3대 발레단 단장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명문 발레학교인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황혜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도 이곳을 나왔다.

할리우드 스타에서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가 1975년 설립했다. 지난 4일 한국을 찾은 루카 마살라(44) 모나코왕립발레학교 교장은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SSCL·포르쉐 공식 딜러사)를 통한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발레를 배우는 한국 학생들은 기초가 튼튼하다"고 말했다.

그는 발레영재육성 사업 'SSCL 드라이브유어드림 : 마스터클래스' 강연 차 내한했다. '한국 청소년들의 꿈에 엔진을 달아준다'는 취지로 SSCL이 후원하고 한국메세나협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1년간 유명 발레리나·발레리노의 마스터클래스, 발레 콩쿠르 준비를 위한 장학금 지급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이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지난해 해당 프로그램에 참가한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 교사와 김 단장의 추천으로 고영서·남민지(16) 양이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에 전액장학생으로 들어갔다.

-고영서·남민지 양 등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에 입학한 한국 학생들은 어떤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가요? 한국 학생만들의 특징 같은 것이 있나요?

"작년 우리학교의 올리비에 선생님이 드라이브유어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영상을 보내왔어요. 보통 영상을 보고 학생들을 뽑지는 않아요. 직접 인터뷰를 통해 학생과 얘기를 하고 정신적으로 준비돼 있나를 보는데, 김 단장님이나 올리비에를 믿고 받아 들인 학생들이 고영서, 남민지죠. 친구들고 잘 어울리며 적응을 잘하고 있어요. 수업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고 있죠. 두 학생은 기본적으로 기술이 뛰어나요. 체구에 연연하지 않는 편인데 신체도 굉장히 좋고 마음도 열려 있는데다 정신력도 강합니다. 고영서, 남민지 학생이 특출난 건지, 전반적으로 한국 학생이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수해요."

-이번에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본 한국 학생들에 대한 느낌은 어떠셨나요? "정신적으로 자신에 대한 철칙이 있어요. 그게 좋죠. 선생심에 대한 자세와 태도가 좋은데, 존중하고 헌신하는 면이 있습니다."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는 클래식, 모던 발레를 모두 배우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균형감각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나요?

"문을 열어주는 것 또는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클래식을 먼저 배운 학생 같은 경우에는 현대무용, 모던 댄스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죠. 모던 발레를 하던 학생이 클래식을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겁니다. 두가지 다 배워뒀을 때 어떤 것을 어디에 사용하게 되는지, 이동작을 어디에 보태야 하는지에 대한 균형을 익히게 되는 게 중요하죠."

-유명 콩쿠르 심사위원이기도 한데요, 심사를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뭡니까?

"한가지로 정리해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다만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건 신체조건이죠. 근데 그것은 단 5~10초 정도에 불과하죠. 먼저 보지만 중요하지는 않아요. 제가 참가자들의 춤을 보고 신이 나는지가 중요하죠. 대중들의 눈으로 보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대중은 '지금 몇바퀴를 돌았다' '지금 어떤 기술을 썼다' 등의 부분은 안 봐요. 모든 것을 잊고 꿈꾸게 해주는 무용수를 제일 좋게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즐기지 않은 무용수는 잘 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발레의 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현대무용, 비보잉 뿐 아니라 화려한 볼거리가 많아지는 이 때 발레의 경쟁 상대가 많아요. 이런 때 발레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요?

"발레는 TV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페라처럼 CD를 사서 듣고 싶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대중성이 있는 것도 아니죠. 전문성이 있는 예술이에요. 프랑스에서는 직접적으로 엘리트라는 말을 써서 특별한 사람들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체가 발레라고 말하죠. 길거리에서 보거나 출 수 있는 춤이 아닌 겁니다. 불행히도 태생자체가 특정한 곳에서 특정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에요. 발레에 대중성을 더하고자 한다면 틀을 벗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SSCL처럼 기업이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봐요. 특히 무용처럼 순수예술에 대해서 말이다.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후원을 받는 게 중요한 부분이죠. 우리학교만 해도 그런 후원으로 돌아가고 있는 장학 시스템이기 때문이죠. 개인 후원도 있지만 기업 후원이 대부분이죠. 재능이 있는데 주변 환경이 돕지 않는 학생들도 있어요. 이런 아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재정은 갖춰줘야 되는 상황이죠.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레를 하는 무용수들이 앞으로 커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점, 특히 한국의 젊은 무용수들이 유의할 점이 있다면?

"개인별로 다 틀리기 때문에 어떤 나라로 특정지어 말하기보다는 지금 세대에게 바라는 점이 있어요.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겁니다. 우리 안의 것을 대중들과 공유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무용을 보는 동안 잠깐 만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유명세나 이런 것들만 중요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대중들과 나눌 수 있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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