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08 03:00
[22일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1번, 한국서 꼭 연주하고 싶어"
스크랴빈 '24개의 전주곡'도
"한국에서 연주할 땐 특정한 작품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요. 이번엔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1번이 그 주인공이에요. 알려진 연주자 손에 연주된 적이 거의 없고, 알렉시스 바이젠베르크(불가리아 피아니스트)를 빼곤 음반 녹음된 경우도 잘 없어서 다른 나라에서 들을 기회가 드물어요. 꼭 이 곡을 한국에서 연주하고 싶습니다."
일흔을 눈 앞에 둔 피아니스트 백건우(69)가 러시아 작곡가들의 독주곡을 들고 한국 무대에 선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이다.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스크랴빈(1872~1915)의 '24개의 전주곡',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피아노 소나타 1번'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서울 공연에 앞서 17일 천안예술의전당, 18일 구리아트홀, 19일 군포시문화예술회관에 오르고, 23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전국 투어의 막을 내린다.
한 작곡가의 작품으로만 연주회를 갖는 전곡(全曲) 리사이틀이나 해외 오케스트라의 국내 협연에서 여러 작곡가의 협주곡으로 무대에 올랐던 그가 러시아 작곡가들의 독주곡으로 국내 청중과 호흡하는 건 낯선 일이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이 참 좋아서 그 느낌을 피아노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이 독주곡이 교향곡만큼 웅장하고 깊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후기 작품 위주로 연주해온 스크랴빈은 이번에 초기작인 24개의 전주곡을 공부해보면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마침 피아노 수집가인 친구에게 스타인웨이(미국 피아노 회사)가 1926년에 만든 피아노가 있는데 소리가 달콤하고 울림이 길어요. 그 피아노와 이 작품이 잘 어우러지겠다 싶었죠."
피아니스트 김주영은 백건우가 '한 곡에 꽂히면 주변 모든 걸 이해해야 고민이 풀리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연주자들이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할 때, 백건우는 그 작곡가의 다른 작품은 무엇인지 탐구하는 게 버릇이고 출판되지 않은 곡까지 악보 17개를 새로 구하게 되면 보물을 얻은 것처럼 좋아한다는 얘기다.
"라흐마니노프의 손녀 집에서 어린 손주들과 노는 라흐마니노프를 찍은 동영상을 봤는데 영락없이 사랑 넘치는 할아버지였어요. 소나타 1번이 그 모습을 닮았어요. 연주에 45분 걸리는 대곡에 자신이 자랐던 지방, 할머니 손잡고 성당 가서 들었던 종교음악 등이 곳곳에 담겨 있어요."
열네 살 소년의 얼굴로 피아노 앞에 앉은 지 어느덧 55년이 흘렀다. 쉬지 않고 연주해오다 문득 뒤돌아보니 "처음 외국에서 공부할 때 느꼈던 외로움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온 삶을 음악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이지 행운이에요. 다행히 아직까진 육체가 따라주니 좋은 곡들을 발굴해 더 많이 연주하고 싶어요."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2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