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에 '리듬 고명' 얹고 한국어 섞자 '라틴 비빔밥'!

  • 권승준 기자

입력 : 2015.09.08 00:18

[9인조 라틴밴드, 로스 아미고스]

색소폰·트럼펫·기타·베이스… 멤버 모두 1급 보컬이자 연주자
정통 삼바까지 자유자재로 오가
"3년 전 공연 때 한 공무원 관객, 흥 올랐는지 텀블링도 하더라"

"비빔밥이죠." 9인조 라틴음악 밴드 '로스 아미고스(Los Amigos·친구들)'의 보컬 김국찬은 최근 발매한 2집 '바모스(Vamos)'를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의 말대로다. 흥겨운 라틴 리듬이 풍성한 고명이라면 리듬을 타고 흐르는 팝 멜로디는 윤기 나는 밥이고, 그 속에 녹아드는 한국어 가사는 화룡점정 같은 고추장 양념이다. 이질적인 것이 한데 섞여 세상 어디에나 들리는 것 같지만 오직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밴드 멤버 모두와 만났다. 노래하듯 말하고 춤추듯 웃는 음악가들이었다.

"개고생입니다." 수록곡 대부분을 작곡한 유종현(색소폰·트럼펫)과 팀의 리더 황이현(기타)은 2집을 이렇게 정의했다. 라틴 음악의 매력을 살리면서 한국 대중의 귀를 잡아끌 음악을 만들기 위한 작업은 험난했다. 특히 한국어 가사가 문제였다. 김국찬과 함께 보컬을 맡은 유하리와 정란은 "촘촘한 라틴 리듬에 발음이 센 한국어 가사를 자연스럽게 얹어서 부르는 건 힘든 도전"이라고 말했다. 물론 '개고생'한 보람이 있다. 특히 첫 곡 '바모스'와 두 번째 곡 '프롬 삼바(From Samba)'는 이들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곡이다. 단순한 코드의 멜로디 위를 현란하게 뛰어노는 삼바 리듬, 그 위로 잘 조율된 화음의 보컬이 부드럽게 흐른다. 단숨에 듣게 되고 몇 번이고 다시 듣고 싶어진다.

9인조 라틴음악 밴드 ‘로스 아미고스’의 멤버 모두는 실력파 보컬이자 연주자로 정평이 나있다. 이들은 “우리 음악의 진가는 라이브”라고 말했다.
9인조 라틴음악 밴드 ‘로스 아미고스’의 멤버 모두는 실력파 보컬이자 연주자로 정평이 나있다. 이들은 “우리 음악의 진가는 라이브”라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들을수록 기대되는 음악." 앨범을 듣고 있으면 한가람(베이스)이 이렇게 표현한 것도 수긍이 간다. 로스 아미고스는 리듬은 물론, 화성이나 연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브라질의 정통 삼바와 쿠바 라틴 음악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악기 연주를 맡은 여섯 멤버가 1급 연주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콩가(Conga)' 같은 곡에서 일렉트릭 기타와 트럼펫이 주고받듯 연주를 이어가다 등에 업히듯 슬쩍 보컬이 이어질 때 '이 노래를 반드시 라이브로 듣고 말겠다'는 욕망이 불끈불끈 솟는다.

로스 아미고스는 라틴 음악 연주팀 '코바나'에서 활동하던 김국찬과 황이현을 중심으로 2009년 결성된 뒤 2013년 첫 앨범을 냈다. 드럼(이기상)을 제외하면 멤버 교체는 없었다. 9명인데도 좀처럼 다투는 일이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묻자 이구동성으로 "군산"을 외쳤다. 3년 전 전북 군산의 레스토랑에서 공연할 때 흥이 오른 한 관객(국가정보원 소속 고위 공무원이었다고 한다)이 웃통을 벗고 텀블링을 했다고 한다. "그게 라틴 음악의 매력이죠. 우리 같은 음악가들에겐 소중한 삶의 일부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함께한 시간이 쌓여 2집 앨범이 나왔다. 인터뷰 말미에 보컬 정란은 한참을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2집이 우리에겐 새로운, 그리고 비로소 시작 같아요." 우리도 로스 아미고스의 음악을 들으며 새롭게, 그리고 비로소 라틴 음악의 매력에 눈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