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고급·대중적인 것의 균형…정명훈 '파크콘서트'

  • 뉴시스

입력 : 2015.09.07 09:44

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은 해가 넘어갈수록 싸늘해졌다. 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음악에 대한 집중도 역시 높아져 온기가 돌았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와 서울시립교향악단(대표 최흥식·서울시향)이 손잡고 이날 펼친 '2015 크레디아 파크콘서트 - 정명훈'에서 베토벤 선율은 스피커를 타고 야외에 흩뿌려졌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선율은 살살 부는 바람을 타고 잔디마당 곳곳에 자리잡은 청중들에게 선명하게 가닿았다.

야외 클래식 축제는 한국에서 더 이상 낯선 이벤트가 아니다. '크레디아 파크콘서트' 역시 올해로 6번째를 맞이했다. 돗자리 위에 앉아 음식을 먹고 맥주와 와인을 곁들이며 클래식 음악을 듣는 모습은 이미 익숙해졌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서울시향의 사운드를 편안하게 야외에서 듣는 건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분명 호사였다. 고급스러움과 대중적인 것의 절묘한 균형추를 찾은 공연이었다.

앞서 정 감독은 작년 7월 영국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시티오브런던 페스티벌'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한국 성악가들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해 10여 분의 기립박수를 받은 바 있다.

이날 역시 베토벤 3중 협주곡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했다.

1부에서 베토벤 3중 협주곡을 들려줬는데 정명훈은 지휘와 함께 피아니스트로 나섰다. 거장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그와 호흡을 맞췄다.

정명훈의 피아노가 포디엄 자리를 대신했다. 정명훈은 피아노 앞에 앉아 번갈아가며 연주와 지휘를 했다. 초반에 뜻대로 안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정 감독의 손은 악장이 진행될수록 탄력이 붙었다.

평소 목 디스크로 불편함을 겪고 있는 정 감독은 목 컨디션 난조로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시향의 '프리미엄 실내악 II : 정명훈의 피아노 앙상블' 2부에서 피아노로 연주할 예정이던 메시앙의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피아니스트 손열음에게 대신 맡겼다.

하지만 이날은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연주하는 손은 부드러웠고, 지휘하는 손은 그보다 더 단단했다. 미샤 마이스키는 거장답게 깊이를 품은 품격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신지아의 연주는 여전히 로맨틱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그녀의 흰 드레스로 인해 기품이 더해졌다.

세 사람의 소리는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오갔다. 긴장의 끈이 깃든 아름답고 낭만적인 선율의 베토벤 3중 협주곡에 우아함을 얹었다.

20분 인터미션 뒤 2부를 시작하자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정 감독은 포디엄에 올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야외에서 듣는 이 곡은 더욱 드라마틱했다.

극도로 세밀하게 연주하는 부분에서 바람 소리가 뜻하지 않게 연주에 더해져 80명의 서울시향 사운드는 한결 부드러움을 품었다.

마지막 부분에 베이스 박종민·테너 박지민·소프라노 서선영·메조 소프라노 양송미와 100여 명의 국립합창단·서울모테트합창단의 소리가 더해진 사운드의 웅장함은 실내 공연장과 다른 공간감을 선사했다.

다소 청중들이 편안한 공간에 자리한 터라 실내 공연장에서는 듣기 힘든 악장 간 박수 소리가 1부에서는 종종 들렸는데 2부에서는 집중도가 더 높아진 터라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한국어로 "별들이 수놓아져 있는 천공의 저편에서"라는 뜻의 노랫말이 울려퍼질 때 하늘 구름 뒤에 숨어 있는 별들은 더 반짝거리는 듯했다.

88잔디마당은 평소 유명 대중 음악 페스티벌, 재즈 축제 등도 열리는 곳이다. 이날 클래식 축제에 참여하는 청중들의 태도는 좀 더 조용했다.

합창이 끝나고 기립 박수가 터져나오자, 최근 서울시향 예술감독 사퇴 의사로 클래식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뒤 언론·대중과 씨름을 해야 했던 정 감독의 얼굴에 오랜만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그리고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에 곡을 붙인 합창의 4악장 '환희의 송가' 부분 중 '전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등의 부분을 서울시향, 합창단과 함께 짧게 연주하며 앙코르를 강렬하게 마쳤다.

이날 8100명이 140분(인터미션 20분) 간 베토벤 연주에 입맞춤을 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15 크레디아 파크콘서트'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디즈니 인 콘서트 2'는 9200명이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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