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07 00:49
[10년 만에 문 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가보니]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 공간
공연·전시 등 아시아 콘텐츠 제작해 선보이는 '문화 공장'
지나치게 예술 지향적 콘텐츠… 대중 문화수요와 어긋날수도
엄청난 스케일이었다. 옛 전남도청 일대에 '천장 없는 지하 도시'의 형태로 지어진 전당의 외관은 웅장했으며, 로비와 통로는 광활했다. 관람객 누구나 바깥 도로에서 옥상 정원으로 쉽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했다. 가로 33m, 높이 20m의 거대한 예술극장 외벽이 통째로 열려 무대와 외부 공간을 하나로 만드는 것도 볼거리였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 시설인 광주(光州)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올 연말 정식 개관을 앞두고 지난 4일 시설 대부분을 일반에게 개방했다. 2005년 첫 삽을 뜬 지 10년 만이다. 규모는 연면적 16만1237㎡(4만8774평). 서울 국립중앙박물관(13만7000㎡)이나 예술의전당(12만8000㎡)보다도 크다. 주말인 4~6일 3만명의 시민이 이곳을 찾았다. 방문객 선우경(37·광주 두암동)씨는 "처음이라 아직 새 건물 냄새가 많이 나지만, 콘텐츠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훌륭한 예술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품 생산하는 '문화 공장' 개념
아시아문화전당은 ▲대극장(1120석)과 중극장(512석)으로 이뤄진 아시아예술극장 ▲8655㎡(2618평) 규모의 복합전시관 등 예술가의 전시·창작 공간인 문화창조원 ▲아시아 문화 콘텐츠를 갖춘 문화정보원 ▲어린이 공연과 체험 교육의 공간인 어린이문화원 ▲옛 전남도청을 개조해 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만든 민주평화교류원의 5개 원(院)으로 이뤄졌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 시설인 광주(光州)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올 연말 정식 개관을 앞두고 지난 4일 시설 대부분을 일반에게 개방했다. 2005년 첫 삽을 뜬 지 10년 만이다. 규모는 연면적 16만1237㎡(4만8774평). 서울 국립중앙박물관(13만7000㎡)이나 예술의전당(12만8000㎡)보다도 크다. 주말인 4~6일 3만명의 시민이 이곳을 찾았다. 방문객 선우경(37·광주 두암동)씨는 "처음이라 아직 새 건물 냄새가 많이 나지만, 콘텐츠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훌륭한 예술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품 생산하는 '문화 공장' 개념
아시아문화전당은 ▲대극장(1120석)과 중극장(512석)으로 이뤄진 아시아예술극장 ▲8655㎡(2618평) 규모의 복합전시관 등 예술가의 전시·창작 공간인 문화창조원 ▲아시아 문화 콘텐츠를 갖춘 문화정보원 ▲어린이 공연과 체험 교육의 공간인 어린이문화원 ▲옛 전남도청을 개조해 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만든 민주평화교류원의 5개 원(院)으로 이뤄졌다.

특히 공연과 전시 등 아시아산 문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선보이고 해외에 유통시키는 '팩토리 숍(factory shop)'의 개념을 택한 것이 주목된다. 아시아예술극장은 '아시아 컨템퍼러리(동시대) 공연의 허브'를 지향하고 있으며, 문화창조원은 아시아연구랩, 미디어랩, 디지털 AV 스튜디오 등의 시설을 갖춰 제작과 전시를 한곳에서 할 수 있게 했다. 정준모 문화창조원 전시감독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용광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8000억원짜리 공원이 될 수도?
문제는 짓는 데 8000억원이 투입됐고 1년 예산만 최소 650억원에 이르는 이 대규모 시설을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있다. '아시아 문화 마켓의 중심'이라는 전당의 원대한 목표가 일반 시민의 문화적 수요와 제대로 접점을 찾을지도 의문이다. 4일 시작된 예술극장 개막 축제 가운데 퍼포먼스 '봄의 제전'은 기계가 6t 분량의 소 뼛가루를 뿌리는 것이 공연의 전부였다. 연극 '당나라 승려'는 공연 시간 140분 내내 무대 위 종이를 검게 채색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예술성은 높지만 지나치게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아 대중의 외면을 살 우려가 있는 것이다. "광주에 있는 시설이 정작 지역 문화계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자칫하면 '비싼 시민공원'에 머무를 위험도 있다.
◇8000억원짜리 공원이 될 수도?
문제는 짓는 데 8000억원이 투입됐고 1년 예산만 최소 650억원에 이르는 이 대규모 시설을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있다. '아시아 문화 마켓의 중심'이라는 전당의 원대한 목표가 일반 시민의 문화적 수요와 제대로 접점을 찾을지도 의문이다. 4일 시작된 예술극장 개막 축제 가운데 퍼포먼스 '봄의 제전'은 기계가 6t 분량의 소 뼛가루를 뿌리는 것이 공연의 전부였다. 연극 '당나라 승려'는 공연 시간 140분 내내 무대 위 종이를 검게 채색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예술성은 높지만 지나치게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아 대중의 외면을 살 우려가 있는 것이다. "광주에 있는 시설이 정작 지역 문화계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자칫하면 '비싼 시민공원'에 머무를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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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직무대리는 "예술품 창작 과정에서 지역의 문화 인력이 많이 투입될 것이고, 현재 열리는 '한·중·일 서예 교류전'처럼 지역에서 기획한 전시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당이 주력하는 컨템퍼러리 예술은 세계적으로 가능성이 큰 틈새 시장이며, 먼저 지역민과 국민의 관심부터 얻겠다"고 했다,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아시아문화전당은 2002년 '광주 문화수도 육성'을 내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서 비롯됐다. 전남도청 별관 보존 문제로 2008년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3월엔 전당의 운영 주체를 규정한 특별법이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됐다. 가까스로 통과된 이 법은 앞으로 5년까지만 운영 주체를 국가 기관으로 정했다. 그 뒤의 운영 주체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산고(産苦) 끝에 탄생한 대형 문화 시설이 '국립'과 '법인', '예술'과 '대중', '아시아'와 '지역' 사이에서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