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01 11:36
※공연의 캐릭터는 영상의 등장인물과 달리 날마다 새로 숨쉰다. 같은 장면에 같은 감정을 가지고 같은 연기를 선보이지만 배우의 컨디션과 그날 감정 상태, 상대 배우와 호흡, 관객들의 분위기에 따라 같은 캐릭터라도 다른 결을 지니게 된다. 특히 배우들의 감정의 진폭이 큰 뮤지컬에 '회전문 관객'이 많은 이유다. 여기에 같은 배역에 여러 배우가 동시에 캐스팅된 경우에 그 캐릭터의 결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같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면 그 만큼 캐릭터가 입체적일 거라 생각했다.
뮤지컬 '아리랑' '수국'(윤공주·임혜영)에 이어 두 번째 캐릭터는 라이선스 초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신데렐라'의 '신데렐라'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남태평양' 등을 쓴 걸출한 뮤지컬 작곡가·작가 콤비인 로저스와 해머스타이 1957년 TV 방송용 뮤지컬로 만들었던 '신데렐라'를 뮤지컬 '제너두'로 유명한 더글라스 카터 빈이 각색했다. 화려한 무대와 마법 같은 의상 교체가 백미로 꼽힌다.
마법으로 누더기가 드레스로 바뀌고 호박, 생쥐, 여우가 각각 마차, 말, 마부로 변한다는 동화 속 내용이 무대에서 그대로 실현된다. 캐릭터를 원작과 달리 재치 있게 비틀어 놓은 점 또한 눈길을 끈다. 신데렐라는 특히 자신이 반한 왕자인 크리스토퍼에게 적극적으로 유리구두를 남기는 당찬 아가씨이다. 물론 신데렐라의 전형성은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면 대중이 생각하는 신데렐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틀 안에서 차별화된 신데렐라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배우 안시하(33)와 서현진(30)을 최근 잇따라 만났다. 가수 윤하(27)·백아연(22)과 함께 신데렐라 역에 쿼드러플된 이들은 한국의 첫 신데렐라라는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감은 분명히 했다.
2012년 뮤지컬 '아이다'의 암네리스 역으로 이름을 알린 안시하는 힘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보컬이 인상적이다. 2004년 데뷔해 뒤늦게 스타덤에 올랐지만 '해를 품은 달' '조로' '황태자 루돌프' '체스' 등 주로 대형 뮤지컬에서 존재감을 입증해왔다.
-3년 전 '아이다'에 캐스팅되면서 '뮤지컬계 신데델라'로 불렸는데 진짜 '신데렐라'가 됐어요.
"스케줄이 빠듯한 편이라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신데렐라라서 결정했죠. 제가 늘 하던 발성과 연기가 아니어서 겁도 났는데 말이에요(웃음). 혹자는 '안시하'하면 딱 떠오를 만한 작품이 신데렐라가 됐으면 한다고 응원도 해주셨고요. '옥주현하면 엘리자벳'이 떠오르는 것처럼요."
-맞아요. 무엇보다 타이틀롤을 맡았고 그 타이틀롤 맡은 배우들 중에서도 시하 씨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오죠.
"대본을 봤을 때 나오는 분량이 상당히 많겠구나 생각했는데 연습을 하다보니 더 많더라고요. 그래서 신데렐라가 못하면 안 돼요. 1막부터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야죠."
-이번 신데렐라는 연기하기가 어때요? 신데렐라의 그 전형성 안에서도 기존 신데렐라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는 듯한데요.
"물론 기존 신데렐라와는 조금 달라요. 하지만 원형은 비슷하죠. 대신 함께 나오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워낙 강하고 튀어서 저까지 튀면 안 되겠더라고요. 전형적인 면이 남아 있지만 다른 캐릭터들 때문에 자연스레 다르게 보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고민했는데 지금은 제 캐릭터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전에는 '무대를 내가 채워야 해'라는 의무감 같은 것도 있었는데 이번 무대는 자연스럽게 채워져서 좋아요."
-시하 씨는 본래 이미지가 당당하고 솔직해요. '아이다'의 '암네리스'에 그런 점이 묻어나 적극성이 드러났고, '조로'의 '루이사'도 그랬죠. '황태자 루돌프'의 마리, '해를 품은 달'의 연우, '체스'의 플로렌스 등 극의 흐름상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인 캐릭터도 시하 씨를 만나면 활기를 띠죠.
"루이사를 연기할 때 (액션 신 등이 많아)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연기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연기가 한정됐으니까요. 어느날 본 공연 들어가기 직전 런(RUN·리허설) 때 제멋대로 했는데 왕용범 연출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무대 위에서도 그렇게 해달라고 하셨죠(웃음). 그런 적극성을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신데렐라'의 연출도 왕용범 연출가다.).'
-기존에 시하 씨가 생각한 신데렐라 이미지는 어떤가요?
"여리여리한 몸에 하얀 얼굴, 그리고 가녀린 팔목에 바로 쓰러질 것 같은(웃음). 그런데 그와 함께 하늘색 드레스와 금발의 머리에 무엇보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계속 떠올라요. 만화 '캔디' 같이 슬픈 상황에서도 계속 웃으며 일어나는 모습이 딱 생각 나더라고요. 가녀린 여자들이 오히려 깡이 있는 경우도 많잖아요. 다른 디즈니 공주들은 진짜 태생부터 공주인데 신데렐라는 본래 천민 취급을 받던 여자이기도 하고요."
-이번 신데렐라를 연기하면서 포인트를 둔 부분이 있나요?
"얼마 전에 (릴리 제임스 주연의) 영화 '신데렐라'(감독 케네스 브래너)를 봤는데 그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도 있어요. 뮤지컬 '신데렐라'는 대본만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이 있거든요. 모든 대사가 진실하지 않으면 안 돼요. 자칫 진심을 넣지 않거나 잘못 전달하면 뭔가 여지를 부러 남기는, 음흉한 분위기를 풍길 수도 있죠. 영화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 말 한다미 한마디가 다 진실로 느껴지거든요. 뮤지컬에서도 진심을 담아서 하려고 하면 거짓이 돼요. 이 캐릭터 자체가 순수하니까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거죠. 오히려 전형적인 캐릭터가 더 연기하기 어려워요. 디테일을 잡고자 하면 이 캐릭터의 방향이 아예 달라지거든요. 그러면 극의 다른 캐릭터 방향도 달라져야 하고. 전형적이라 요즘 같은 때 매력이 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본질에 충실하고 주변 반응을 끌어내려고 해요."
-노래 부르시기는 어떠세요? 힘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은 시하 씨 전매특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배우들이 하기는 어려운데 관객들이 듣기에는 편한 여자 배우들의 음역대가 있어요. '라시도레'요. 진성과 가성의 섞임을 자연스럽게 하고 그 두 소리를 바꾸는 걸 자연스럽게 해야 하죠. '신데렐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발성을 많이 써요. 근데 이 부분이 참 힘들거든요. 백조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편안하고 우아해보이지만 배우는 속으로 정말 빠르게 계산도 많이 하면서 긴장을 해야 하죠. 이런 음역대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아이다'의 '암네리스'를 끝내고 레슨도 받으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시하 씨는 노래를 워낙 잘해서 그런 고민이 덜 할 줄 알았어요.
"예전에는 소리를 쭉 뽑아내기만 해서 이런 소리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다'를 마치고 바로 연습을 시작했고 '황태자 루돌프' 때 조금 자신감을 얻었죠. 동유럽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클래식한 소리를 많이 쓰게 됐고 기존에 지르던 제 창법으로만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오디션을 봐도 제 목소리로는 출연할 수 있는 뮤지컬이 먼저 구분되는 것도 속상했고요."
-신데렐라와 크리스토퍼 왕자와의 관계도 기존 작품과 좀 다른 면이 있죠?
"물론 전형적인 부분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아요. 그렇게 되면 신데렐라가 아니죠(웃음). 사람들이 전형적인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 부분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약간 비트는 명이 있죠. 그래서 저는 어른들이 이번에 더 '신데렐라'를 보셨으면 해요. 아이들의 눈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 보이거든요. 요즘 유행하는 남녀 사이의 '썸' '밀당'도 느껴볼 수 있고요(웃음)."
-의붓언니는 가장 크게 변화한 캐릭터에요. 신데렐라와 사랑의 비밀을 공유하는 '가브리엘'(가희·정단영)이 그렇죠. 여성의 연대에 힘이 실리는 것 같기도 해요.
"그 부분에 감동 코드가 있어요. 저도 친언니가 있어서 그런지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근데 신데렐라와 가브리엘이 극 중에서 공감대를 쌓아가는 걸 보여줄 시간이 부족해요. 특히 1막이 그렇죠. 그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 중이죠."
-그런 점은 결국 같이 신데렐라를 연기하는 서현진·윤하·백아연 등 후배들과의 연대와도 겹쳐져요. 현진 씨와 인터뷰를 미리 했는데 시하 씨에게 정말 고맙다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더라고요. 자신들이 많이 부족한데 언니가 본인 시간 내주며 후배들 다 챙겨준다고. 참 보기 좋았어요(웃음).
"저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잖아요. 모두 다 신데렐라니 다 같이 잘해야 우리 '신데렐라' 브랜드가 살죠. '체스' 때부터 후배들을 더 챙기기 시작한 것 같아요. 조권, 키(샤이니), 신우(B1A4), 켄(빅스)와 함께 했는데 지금도 연락을 주고 받으며 조언을 해줄 정도로 친해졌죠. '신데렐라'도 마찬가지에요. 그렇게 조언을 주다보면 예전에는 없던 유대감이 생기죠. 의무감과 책임감도 함께 들고요."
-2004년 데뷔 후 앙상블 등을 맡다가 '아이다' 때 마침내 빛을 보시고, 이후 3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달려오셨어요. 그럼에도 시하 씨는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올해 초 '황태자 루돌프'를 마치고 다행히 3개월을 쉬었어요. 그리고 3년을 생각해보니 꿈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을 꼽으라면 전혀 다른 이유로 '아이다'와 '황태자 루돌프'를 꼽아요. '아이다'는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 주역을 맡은 것이었으니 부담감이 커서 겉으로는 즐기는 캐릭터라도 속으로는 크게 떨고 있었죠. 8개월 동안 그 캐릭터를 맡았는데 마지막 공연 때는 그 힘든 것이 얼마나 쌓여 있었던지 마스카라 번지는 것도 모르고 계속 울었죠. 이제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출연하고 싶어요. 반면 '황태자 루돌프'는 정말 행복하게 연기하고 노래했거든요. 그 감정선이 너무 좋았어요. '조로' 출연하면서 롤러 스케이트랑 노래 연습까지 같이 해야 해서 체력적으로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를 상쇄할 정도였죠. 무엇보다 지난 3년은 제 실력보다 운이 좋아서 감사해요."
-절정의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이고 있는데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어요. 한국 뮤지컬 신은 아무래도 남자 배우들의 배역이 많아서 '신데렐라' 같은 작품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시하 씨는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지금이 전성기라고 치면 향후 길어야 3~4년이에요. 주연에서 조연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섭리라 두렵지는 않아요. 다만 어떻게 융통성 있게 다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냐가 관건이죠. 이미 잘하고 계신 홍지민 언니, 서지영 언니들 이야기를 들으면 운도 잘 따라줘야 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오랫동안 연기를 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져요. 저는 60~70세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근차근 내공을 쌓고 무대가 아니더라도 다른 매체를 통해서 연기를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중간하게 다른 매체 연기로 넘어가고 싶지는 않아요."
-'신데렐라'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요.
"물론 신데렐라도 살짝 우는 신이 있지만 무엇보다 밝아요. 행복하게 웃고 키스하죠. 제가 그동안 맡았던 역은 주로 비장하거나 죽고 막 우는 캐릭터였거든요(웃음). '신데렐라' 덕분에 긍정적으로 살고 있어요. 제가 모든 일에 걱정이 많은 편이라 행복감을 느끼기 쉽지는 않은데 '신데렐라'가 도움을 주고 있죠. '배우' 안시하뿐만 아니라 '인간' 안시하도 단순하며 명료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거죠(웃음). 순수하게 한 가지 감정에만 접근하는 깊이감이 좋아요. 관객들도 약간 오그라들 수 있는 대사를 들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종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죠."
신데렐라와 꿈 같은 사랑에 빠지는 크리스토퍼 왕자 역은 엄기준, 양요섭(BEAST), 산들(B1A4), 켄(VIXX)이 맡는다. 신데렐라의 꿈을 이뤄주는 요정대모 역은 서지영, 홍지민, 신데렐라를 구박하는 의붓어머니 마담 역은 이경미가 연기한다. 신데렐라와 사랑의 비밀을 공유하는 의붓언니 가브리엘 역에는 가희와 정단영, 단순하고 솔직한 의붓언니 샬롯 역에는 임은영이 캐스팅됐다. 크리스토퍼 왕자를 대신해 국정을 돌보는 집정관 세바스찬 역은 김법래, 장대웅이 나눠 맡고 가브리엘과 사랑에 빠진 혁명가 장 미쉘 역은 박진우가 연기한다. 순식산에 무대 위에서 의상을 바꾸는 것도 볼거리다.
9월12일~11월8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프로듀서 김선미, 연출 왕용범, 음악감독 이성준, 안무 홍유선, 무대디자인 서숙진.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20분) 5만~14만원. 엠뮤지컬아트. 02-764-7857
뮤지컬 '아리랑' '수국'(윤공주·임혜영)에 이어 두 번째 캐릭터는 라이선스 초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신데렐라'의 '신데렐라'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남태평양' 등을 쓴 걸출한 뮤지컬 작곡가·작가 콤비인 로저스와 해머스타이 1957년 TV 방송용 뮤지컬로 만들었던 '신데렐라'를 뮤지컬 '제너두'로 유명한 더글라스 카터 빈이 각색했다. 화려한 무대와 마법 같은 의상 교체가 백미로 꼽힌다.
마법으로 누더기가 드레스로 바뀌고 호박, 생쥐, 여우가 각각 마차, 말, 마부로 변한다는 동화 속 내용이 무대에서 그대로 실현된다. 캐릭터를 원작과 달리 재치 있게 비틀어 놓은 점 또한 눈길을 끈다. 신데렐라는 특히 자신이 반한 왕자인 크리스토퍼에게 적극적으로 유리구두를 남기는 당찬 아가씨이다. 물론 신데렐라의 전형성은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면 대중이 생각하는 신데렐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틀 안에서 차별화된 신데렐라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배우 안시하(33)와 서현진(30)을 최근 잇따라 만났다. 가수 윤하(27)·백아연(22)과 함께 신데렐라 역에 쿼드러플된 이들은 한국의 첫 신데렐라라는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감은 분명히 했다.
2012년 뮤지컬 '아이다'의 암네리스 역으로 이름을 알린 안시하는 힘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보컬이 인상적이다. 2004년 데뷔해 뒤늦게 스타덤에 올랐지만 '해를 품은 달' '조로' '황태자 루돌프' '체스' 등 주로 대형 뮤지컬에서 존재감을 입증해왔다.
-3년 전 '아이다'에 캐스팅되면서 '뮤지컬계 신데델라'로 불렸는데 진짜 '신데렐라'가 됐어요.
"스케줄이 빠듯한 편이라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신데렐라라서 결정했죠. 제가 늘 하던 발성과 연기가 아니어서 겁도 났는데 말이에요(웃음). 혹자는 '안시하'하면 딱 떠오를 만한 작품이 신데렐라가 됐으면 한다고 응원도 해주셨고요. '옥주현하면 엘리자벳'이 떠오르는 것처럼요."
-맞아요. 무엇보다 타이틀롤을 맡았고 그 타이틀롤 맡은 배우들 중에서도 시하 씨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오죠.
"대본을 봤을 때 나오는 분량이 상당히 많겠구나 생각했는데 연습을 하다보니 더 많더라고요. 그래서 신데렐라가 못하면 안 돼요. 1막부터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야죠."
-이번 신데렐라는 연기하기가 어때요? 신데렐라의 그 전형성 안에서도 기존 신데렐라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는 듯한데요.
"물론 기존 신데렐라와는 조금 달라요. 하지만 원형은 비슷하죠. 대신 함께 나오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워낙 강하고 튀어서 저까지 튀면 안 되겠더라고요. 전형적인 면이 남아 있지만 다른 캐릭터들 때문에 자연스레 다르게 보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고민했는데 지금은 제 캐릭터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전에는 '무대를 내가 채워야 해'라는 의무감 같은 것도 있었는데 이번 무대는 자연스럽게 채워져서 좋아요."
-시하 씨는 본래 이미지가 당당하고 솔직해요. '아이다'의 '암네리스'에 그런 점이 묻어나 적극성이 드러났고, '조로'의 '루이사'도 그랬죠. '황태자 루돌프'의 마리, '해를 품은 달'의 연우, '체스'의 플로렌스 등 극의 흐름상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인 캐릭터도 시하 씨를 만나면 활기를 띠죠.
"루이사를 연기할 때 (액션 신 등이 많아)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연기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연기가 한정됐으니까요. 어느날 본 공연 들어가기 직전 런(RUN·리허설) 때 제멋대로 했는데 왕용범 연출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무대 위에서도 그렇게 해달라고 하셨죠(웃음). 그런 적극성을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신데렐라'의 연출도 왕용범 연출가다.).'
-기존에 시하 씨가 생각한 신데렐라 이미지는 어떤가요?
"여리여리한 몸에 하얀 얼굴, 그리고 가녀린 팔목에 바로 쓰러질 것 같은(웃음). 그런데 그와 함께 하늘색 드레스와 금발의 머리에 무엇보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계속 떠올라요. 만화 '캔디' 같이 슬픈 상황에서도 계속 웃으며 일어나는 모습이 딱 생각 나더라고요. 가녀린 여자들이 오히려 깡이 있는 경우도 많잖아요. 다른 디즈니 공주들은 진짜 태생부터 공주인데 신데렐라는 본래 천민 취급을 받던 여자이기도 하고요."
-이번 신데렐라를 연기하면서 포인트를 둔 부분이 있나요?
"얼마 전에 (릴리 제임스 주연의) 영화 '신데렐라'(감독 케네스 브래너)를 봤는데 그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도 있어요. 뮤지컬 '신데렐라'는 대본만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이 있거든요. 모든 대사가 진실하지 않으면 안 돼요. 자칫 진심을 넣지 않거나 잘못 전달하면 뭔가 여지를 부러 남기는, 음흉한 분위기를 풍길 수도 있죠. 영화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 말 한다미 한마디가 다 진실로 느껴지거든요. 뮤지컬에서도 진심을 담아서 하려고 하면 거짓이 돼요. 이 캐릭터 자체가 순수하니까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거죠. 오히려 전형적인 캐릭터가 더 연기하기 어려워요. 디테일을 잡고자 하면 이 캐릭터의 방향이 아예 달라지거든요. 그러면 극의 다른 캐릭터 방향도 달라져야 하고. 전형적이라 요즘 같은 때 매력이 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본질에 충실하고 주변 반응을 끌어내려고 해요."
-노래 부르시기는 어떠세요? 힘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은 시하 씨 전매특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배우들이 하기는 어려운데 관객들이 듣기에는 편한 여자 배우들의 음역대가 있어요. '라시도레'요. 진성과 가성의 섞임을 자연스럽게 하고 그 두 소리를 바꾸는 걸 자연스럽게 해야 하죠. '신데렐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발성을 많이 써요. 근데 이 부분이 참 힘들거든요. 백조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편안하고 우아해보이지만 배우는 속으로 정말 빠르게 계산도 많이 하면서 긴장을 해야 하죠. 이런 음역대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아이다'의 '암네리스'를 끝내고 레슨도 받으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시하 씨는 노래를 워낙 잘해서 그런 고민이 덜 할 줄 알았어요.
"예전에는 소리를 쭉 뽑아내기만 해서 이런 소리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다'를 마치고 바로 연습을 시작했고 '황태자 루돌프' 때 조금 자신감을 얻었죠. 동유럽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클래식한 소리를 많이 쓰게 됐고 기존에 지르던 제 창법으로만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오디션을 봐도 제 목소리로는 출연할 수 있는 뮤지컬이 먼저 구분되는 것도 속상했고요."
-신데렐라와 크리스토퍼 왕자와의 관계도 기존 작품과 좀 다른 면이 있죠?
"물론 전형적인 부분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아요. 그렇게 되면 신데렐라가 아니죠(웃음). 사람들이 전형적인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 부분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약간 비트는 명이 있죠. 그래서 저는 어른들이 이번에 더 '신데렐라'를 보셨으면 해요. 아이들의 눈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 보이거든요. 요즘 유행하는 남녀 사이의 '썸' '밀당'도 느껴볼 수 있고요(웃음)."
-의붓언니는 가장 크게 변화한 캐릭터에요. 신데렐라와 사랑의 비밀을 공유하는 '가브리엘'(가희·정단영)이 그렇죠. 여성의 연대에 힘이 실리는 것 같기도 해요.
"그 부분에 감동 코드가 있어요. 저도 친언니가 있어서 그런지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근데 신데렐라와 가브리엘이 극 중에서 공감대를 쌓아가는 걸 보여줄 시간이 부족해요. 특히 1막이 그렇죠. 그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 중이죠."
-그런 점은 결국 같이 신데렐라를 연기하는 서현진·윤하·백아연 등 후배들과의 연대와도 겹쳐져요. 현진 씨와 인터뷰를 미리 했는데 시하 씨에게 정말 고맙다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더라고요. 자신들이 많이 부족한데 언니가 본인 시간 내주며 후배들 다 챙겨준다고. 참 보기 좋았어요(웃음).
"저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잖아요. 모두 다 신데렐라니 다 같이 잘해야 우리 '신데렐라' 브랜드가 살죠. '체스' 때부터 후배들을 더 챙기기 시작한 것 같아요. 조권, 키(샤이니), 신우(B1A4), 켄(빅스)와 함께 했는데 지금도 연락을 주고 받으며 조언을 해줄 정도로 친해졌죠. '신데렐라'도 마찬가지에요. 그렇게 조언을 주다보면 예전에는 없던 유대감이 생기죠. 의무감과 책임감도 함께 들고요."
-2004년 데뷔 후 앙상블 등을 맡다가 '아이다' 때 마침내 빛을 보시고, 이후 3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달려오셨어요. 그럼에도 시하 씨는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올해 초 '황태자 루돌프'를 마치고 다행히 3개월을 쉬었어요. 그리고 3년을 생각해보니 꿈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을 꼽으라면 전혀 다른 이유로 '아이다'와 '황태자 루돌프'를 꼽아요. '아이다'는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 주역을 맡은 것이었으니 부담감이 커서 겉으로는 즐기는 캐릭터라도 속으로는 크게 떨고 있었죠. 8개월 동안 그 캐릭터를 맡았는데 마지막 공연 때는 그 힘든 것이 얼마나 쌓여 있었던지 마스카라 번지는 것도 모르고 계속 울었죠. 이제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출연하고 싶어요. 반면 '황태자 루돌프'는 정말 행복하게 연기하고 노래했거든요. 그 감정선이 너무 좋았어요. '조로' 출연하면서 롤러 스케이트랑 노래 연습까지 같이 해야 해서 체력적으로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를 상쇄할 정도였죠. 무엇보다 지난 3년은 제 실력보다 운이 좋아서 감사해요."
-절정의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이고 있는데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어요. 한국 뮤지컬 신은 아무래도 남자 배우들의 배역이 많아서 '신데렐라' 같은 작품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시하 씨는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지금이 전성기라고 치면 향후 길어야 3~4년이에요. 주연에서 조연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섭리라 두렵지는 않아요. 다만 어떻게 융통성 있게 다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냐가 관건이죠. 이미 잘하고 계신 홍지민 언니, 서지영 언니들 이야기를 들으면 운도 잘 따라줘야 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오랫동안 연기를 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져요. 저는 60~70세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근차근 내공을 쌓고 무대가 아니더라도 다른 매체를 통해서 연기를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중간하게 다른 매체 연기로 넘어가고 싶지는 않아요."
-'신데렐라'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요.
"물론 신데렐라도 살짝 우는 신이 있지만 무엇보다 밝아요. 행복하게 웃고 키스하죠. 제가 그동안 맡았던 역은 주로 비장하거나 죽고 막 우는 캐릭터였거든요(웃음). '신데렐라' 덕분에 긍정적으로 살고 있어요. 제가 모든 일에 걱정이 많은 편이라 행복감을 느끼기 쉽지는 않은데 '신데렐라'가 도움을 주고 있죠. '배우' 안시하뿐만 아니라 '인간' 안시하도 단순하며 명료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거죠(웃음). 순수하게 한 가지 감정에만 접근하는 깊이감이 좋아요. 관객들도 약간 오그라들 수 있는 대사를 들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종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죠."
신데렐라와 꿈 같은 사랑에 빠지는 크리스토퍼 왕자 역은 엄기준, 양요섭(BEAST), 산들(B1A4), 켄(VIXX)이 맡는다. 신데렐라의 꿈을 이뤄주는 요정대모 역은 서지영, 홍지민, 신데렐라를 구박하는 의붓어머니 마담 역은 이경미가 연기한다. 신데렐라와 사랑의 비밀을 공유하는 의붓언니 가브리엘 역에는 가희와 정단영, 단순하고 솔직한 의붓언니 샬롯 역에는 임은영이 캐스팅됐다. 크리스토퍼 왕자를 대신해 국정을 돌보는 집정관 세바스찬 역은 김법래, 장대웅이 나눠 맡고 가브리엘과 사랑에 빠진 혁명가 장 미쉘 역은 박진우가 연기한다. 순식산에 무대 위에서 의상을 바꾸는 것도 볼거리다.
9월12일~11월8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프로듀서 김선미, 연출 왕용범, 음악감독 이성준, 안무 홍유선, 무대디자인 서숙진.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20분) 5만~14만원. 엠뮤지컬아트. 02-764-7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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