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20 00:31
[뮤지컬 아리랑] 여주인공 임혜영·윤공주
강인한 여성 수국役 맡아
"한국 여인 역할은 오랜만… 가발 쓰고 연기할 때보다 더 살아있다는 느낌 들어"
이들이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수난사를 다룬 창작 뮤지컬 '아리랑'에서 여주인공 수국 역에 더블캐스팅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정작 막이 오르고 보니, 이 지극히 토속적인 한국 여인 역할을 두 사람 모두 기막히게 소화해냈다.
상여에 올라 미친 듯이 팔을 흔들며 "아리랑 응 어―응 아라리가 났네"라며 울부짖는 윤공주는 신들린 듯했고, 눈보라 속을 떠돌며 "어무니 보고파요 눈물 나게, 그래도 나는 더 살아볼라요"라며 노래를 부르는 임혜영의 눈에는 핏발이 서려 있었다. 둘 다 어머니 감골댁 역으로 나오는 관록의 배우 김성녀의 연기에 밀리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평소에 아리랑 노래를 잘 부르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연습을 해 보니 그렇게 슬프고 아픈 감정을 금세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참 신기한 일이죠."(임혜영) "제 안에 있던 한국 사람의 DNA가 저도 모르게 밖으로 표출된 것 같아요."(윤공주) 슬픔을 좀처럼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큰 틀을 고선웅 연출이 제시했고, 은연중 배우들의 장점을 끌어내 줬다는 얘기다.
극 중 수국은 '꽃'에 비유되는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꽃처럼 쉽게 꺾이는 존재다. 능욕을 당하고 연인과 헤어지더니 임신한 채 떠도는 등 온갖 고초를 겪지만, 끝까지 생존 의지를 놓지 않는 강인한 여성이기도 하다. 숯검정 묻히고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무대에 나와야 하는데도 이들은 "괜찮은 역할"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공주는 "오히려 헝클어진 모습이 어느 때보다도 예쁘다는 분이 많다"고 했고, 임혜영은 "가발 쓰고 드레스 입고 나올 때보다 더 살아 있는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연기하기에 가장 어려운 곳을, 어머니 감골댁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이라고 했다. 감골댁은 검은 한복을 입은 채 새까맣게 탄 시신을 연기하고, 수국은 "우리 어머니, 숯댕이로 살더니 숯댕이가 되었네, 아이고!"라며 목놓아 운다. 윤공주는 "정말 잘하고 싶은 장면이라 할 때마다 처음 하는 기분"이라고 했고, 임혜영은 "엄마가 정말 죽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서 기를 쓰고 연기한다"고 했다. 객석에서 볼 때 등을 돌리고 있는 감골댁 역의 김성녀도 말없이 연기 호흡을 맞춰 준다. 여기서 수국의 오열(嗚咽)은 관객을 울컥하게 한다.
윤공주와 임혜영은 서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혜영이는 정말 아프고 불쌍하고, 노래도 너무 잘하는 수국이예요. 수국이가 부르는 삽입곡은 고음이 많아 힘들거든요."(윤공주) "괜히 하시는 말씀 같아요. 제가 '수국이를 어떻게 연기하지'라고 고민하고 있을 때 보면 공주 언니는 이미 수국이가 돼 있는 걸요."(임혜영)
▷뮤지컬 '아리랑' 9월 5일까지 LG아트센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