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 엔더스 "김선욱과 긴 여행 떠나요"

  • 뉴시스

입력 : 2015.08.18 09:46

"김선욱은 음악적 깊이가 있는 보기 드문 연주자예요. 선욱이를 만날 때면, 나를 위해 피아노를 쳐달라고 연주를 부탁해요. 제가 피아노곡을 쓴다면 다음은 선욱이를 위한 작품일 겁니다.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와 듀오를 위해 작품을 쓸 생각도 하고 있고요."(진은숙, 2015년 4월 BBC 뮤직 매거진 어워드 '프리미어'상 수상 직후)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을 사로잡은 동갑내기 두 뮤지션인 피아니스트 김선욱(27)과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27)가 베토벤 첼로 프로젝트로 의기투합했다.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1996~97)을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녹음하고 BBC 뮤직 매거진 '프리미어상'을 수상한 김선욱은 진은숙과의 폭넓은 대화를 통해 그녀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 피아니스트다.

이상 엔더스는 진은숙의 첼로 협주곡(2009/13)으로 노르웨이와 파리에서 데뷔 무대를 갖은 진은숙 스페셜리스트다. 두 사람 모두 진은숙의 현대 음악 프로그램 '아르스노바'에 참여했다. 김선욱과 이상 엔더스는 2차례에 걸쳐 베토벤 첼로 곡들을 탐험한다.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전곡(5곡)과 함께 베토벤이 남긴 다양한 변주곡을 연주한다. 공연 전 두 사람과 각자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번 공연의 퍼즐이 완성됐다.

이상 엔더스는 오르가니스트 겸 피아니스트인 독일인 아버지와 작곡가인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독일인이다. 이름은 재독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독일에서 자랐지만 절반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스무 살의 나이에 독일 첼로 주자 중 최연소의 나이로 4년간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에 임명된 후 당시 악단의 수석 지휘자였던 파비오 루이지와 그의 뒤를 이은 크리스티안 틸레만 아래에서 자신의 재능을 연마했다. 10월에는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과 진은숙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베토벤을 무대 위에서 연주한다는 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이번 프로젝트 참여는 어떻게 결정을 하신 건가요?

"김선욱이 LG아트센터에서 진행한 베토벤 사이클을 인상 깊게 봤어요. 베토벤에 대한 저와 김선욱의 열정이 뜨겁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한 결정은 쉽게 성사됐죠. 베토벤 변주곡은 대단한 작품이고, 베토벤의 소나타는 음악사에 빛나는, 정말 가치가 있는 곡입니다. 베토벤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모차르트나 바흐처럼 놀랍고 비교할 수 없는 곡들을 썼죠. 그는 앞만 보고 나아갔고 자신이 살던 때보다 앞선 곡들을 작곡했어요. 이런 천재는 몇백년 만에 한번 나타나죠."

-첼로 팬들에게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5곡 전곡은 '신약성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6곡 전곡은 '구약성서'로 통하죠. 당신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연주를 통해 첼로의 구약 성서를 탐독했는데 이제 신약 성서에 도전합니다.

"모든 음악에 도전 정신을 느끼지만 베토벤은 더 특별합니다. 김선욱과 저는 소통하며 긴 여행을 떠날 겁니다. 3시간 이상을 연주해야죠. 우리에게는 행운이죠. 당장은 어떻게 연주해나갈지 말하기는 힘들지만 우리는 작곡가의 의도대로 연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선욱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첫 인상이 어땠나요?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보여요. 선욱 씨와 호흡은 어떻습니까?

"'아르스 노바' 시리즈를 연주한 서울시향 콘서트에 가서 진은숙 선생님을 만났어요. 거기서 김선욱이 바르톡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 걸 봤죠. 놀라웠어요. 와인을 몇 잔 마시고 함께 악보를 보기 위해 런던에서 만나기로 결정했죠. 베토벤은 특히 우리의 공통적인 관심사였습니다. 우리는 비슷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었고 협업하는 건 시간 문제였죠. 언제나 함께 하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연주를 할 때 신선함과 창의성을 어떻게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나요?

"많은 리허설은 순간적으로 음악을 만들어가는데 독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계속 연주해나갈 때 더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기도 하죠. 매일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신선한 순간이 될 수 있죠. 오래전에 베토벤을 배웠지만 이 곡의 악보를 열 때마다 제게 새로운 것을 보여줘요. 그리고 아직도 볼 게 많죠. 제가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겁니다."

-당신에게 진은숙 선생님은 어떤 의미인가요? 10월 프랑스 라디오필과 진은숙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으로 아는데요.

"진은숙 선생님은 살아 있는 작곡가 중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분입니다. 그의 작업물에 대해 경의를 표하죠. 가을 페스티벌 기간 중 파리에 머무는 동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첼로 협주곡을 연주합니다. 가장 행운이 넘치는 첼리스트 중 한명이죠. 진은숙 선생님의 놀라운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니까요. 그분과 친구가 돼서 행복해요. 저를 많이 지원해주셨는데 저도 앞으로 그 분을 위해 더 연주했으면 해요."

-이번 콘서트에서 청중들이 특히 얻어갔으면 하는 게 있나요?

"선욱과 파트너십에 집중했으면 해요. 보이지는 않겠지만 두 뮤지션의 음악적인 대화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시간은 문제가 안 돼요. 마음을 여셨으면 해요."

'김선욱·이상 엔더스 듀오 콘서트' 8월 29~30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서울 공연 직전인 25일 오후 7시30분 여수 예울마루 대극장, 28일 오후 8시 강동 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무대에도 오른다. 빈체로 & 봄아트프로젝트. 2만~6만원.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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