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17 00:38
[英韓 부부 밴드 '사우스웨이']
벨기에·독일·프랑스·네덜란드… 100여개 도시 여행하며 공연
"다음은 미국 횡단투어 계획 중"
션의 성을 딴 밴드 '사우스웨이(Southway)'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서울 서대문에 살다가 2014년 영국으로 떠났고 지난 6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새 앨범 'The World Outside'를 들고서였다. 두 사람은 승합차를 캠핑카로 직접 개조해 영국·벨기에·독일·프랑스·네덜란드를 다니며 공연하다가 승합차를 처분하고 한국에 왔다. 이들을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인생은 95%의 땀(perspiration)과 5%의 영감(inspiration)으로 이뤄집니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지 하고 해먹에 누워있어 봐야 뭐가 나오지는 않죠. 새로운 나라, 새로운 문화, 새로운 음식을 끊임없이 접하고 열심히 일하면서 살았어요. 그러면 어느 순간 '짠' 하고 영감이 떠오르죠. 그 5%의 영감이 찾아오면 재빨리 낚아채야 해요. 그렇게 음악을 만들었어요."
유럽에서 이들에게 승합차는 집이자 녹음실이고, 사무실이었다. 도시를 옮길 때마다 무척 분주했다. 공연 포스터를 인쇄하고 CD를 복사해야 했다. 물론 밀린 빨래를 하고 쓰레기통과 정화조를 비우는 일도 그때마다 해야 했다. 앨범 수록곡 중 일부는 승합차에서 녹음했다. "오로지 기름값을 번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공연했어요. 그러다 보니 클럽 공연에서는 썰렁했는데 길거리 공연에 수백명이 모인 적도 있어요."
수많은 도시의 페스티벌과 클럽, 길거리에서 공연을 했으나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가장 좋아 한 달을 머물며 공연하고 지냈다. 이들은 "줄잡아 100개 도시쯤을 여행한 것 같은데 짧게는 5시간, 길게는 두 달까지 머물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우스웨이는 션이 기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악기를 맡고, 시은은 드럼과 탬버린을 연주하며 함께 노래한다. 시은은 션을 만나기 전 딱히 음악을 한 적이 없으나 마치 오랫동안 밴드를 함께 한 것처럼 잘 어울린다. 오히려 시은의 무대 액션이 더 화려하다.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시은은 드럼으로 굿을 하는 무당처럼 보일 정도다.
새 앨범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일렉트로닉 록 넘버들로 이뤄져 있지만, 전반적으로 어둡고 탁한 이미지를 띠고 있다. 두 사람은 "첫 번째 곡인 'Changing World'를 쓸 때 영국에서 경찰이 흑인을 사살한 일 때문에 시위가 벌어졌다가 전국적 약탈로 번졌었다"며 "이번 음반은 죽음이나 묵시록 같은 이미지가 강한 앨범"이라고 말했다. 이미 EP로 발표된 '100 Years'는 "일백년을 살아/ 사랑을 하련다" 하는 가사를 시은이 창(唱)처럼 부르고 션이 록을 가미해, 처연하면서도 박력이 넘치는 독특한 풍미를 낸다.
이들은 미국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시애틀의 라디오방송국을 비롯한 몇몇 방송국에 음반을 보내놓은 상태다. 현지에서 이들의 음악이 조금 알려지면 다시 승합차를 개조해 미국을 횡단하며 공연한다는 계획이다. 두 사람은 "유럽에서는 나라를 옮겨 다니는 데 30분~1시간이면 되는데 미국은 너무 땅덩어리가 커서 기름값을 벌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