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10 01:15
[무용 리뷰] 미마지의 무악
국수호 예술감독 직접 무대올라
일본 다카마쓰(高松) 고분 벽화에 그려진 여인 네 명이 유유히 무대 앞으로 나온다. 공후와 생황이 꿈결 같은 곡조를 수놓는 가운데, 이들은 남자 네 명과 함께 일월(日月)과 음양(陰陽)인 듯 어울려 춤을 춘다. 그다음 무대 위에 나온 사람은 1400년 전 일본에 춤을 전수했다는 백제 예술가 미마지(味摩之)였다.
국수호(67)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했겠는가. 지난 6일 저녁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미마지의 무악(舞樂)'〈사진〉은 그가 20년 전부터 찾아 모은 미마지 관련 자료와 현장 답사를 토대로 선보인 공연이다. 백제 멸망 이후 사라진 고대 한국 춤의 유산을 재현하겠다는 참신한 시도다.
국수호(67)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했겠는가. 지난 6일 저녁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미마지의 무악(舞樂)'〈사진〉은 그가 20년 전부터 찾아 모은 미마지 관련 자료와 현장 답사를 토대로 선보인 공연이다. 백제 멸망 이후 사라진 고대 한국 춤의 유산을 재현하겠다는 참신한 시도다.
그가 미마지 역으로 직접 출연한 이 공연은 우아하면서도 몽환적인 역사 무용극이라 할 만했다. '우주의 기(氣) 한가운데서 땅의 기운을 하늘과 사방에 뿜어낸다'는 그의 몸짓은 무용총 벽화나 석굴암 금강역사상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서기 612년 백제 무왕의 명을 받아 일본에서 쇼토쿠(聖德) 왕자를 만나고, 사쿠라이(櫻井) 언덕에 토무대(土舞臺)를 만들어 춤과 음악을 가르치는 과정이 춤사위를 통해 물 흐르듯 펼쳐졌다. 군무에는 승무와 학춤을 연상케 하는 요소가 들어 있었다. 인도에서 중국과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전설의 새 가루라(금시조·金翅鳥)의 춤은 유연하면서도 남성적인 절도를 갖춘 국수호 스타일의 정수를 보여줬다. '아스카(飛鳥) 문화'의 '아스카'를 글자 그대로 풀어낸 마지막 비조무(飛鳥舞)는 백제인의 자유로운 영혼을 형상화했다.
국 감독 스스로 이 공연을 '초견'이나 '초안'이라 한 만큼 아직은 어딘가 덜 완성된 듯했다. 금동대향로, 산수문전, 서산 마애삼존불 같은 백제 특유의 이미지가 보이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향후 완성도를 더욱 높인 공연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공연은 오는 11월 12일 일본 도쿄 국립 노(能) 극장 무대에 다시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