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지휘자 아드리엘 김 "음악 앞에서 솔직하고 싶어요"

  • 뉴시스

입력 : 2015.08.07 09:39

하반기 인기 공연 잇따라 지휘
신사적인 이미지의 아드리엘 김(39·김동혁)은 '좋은 지휘자'는 '좋은 사람'이라는 명제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현재 독일에 거주,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그는 탐페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KBS 교향악단 등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하며 인성을 다져왔다.

실력은 이미 증명했으니 중언부언할 건 없다. 현재 수석 지휘자로 있는 디토 오케스트라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보면, 그가 좋은 지휘자라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다. 2008년 창단한 디토 오케스트라는 젊은 클래식 축제 '디토 페스티벌'의 상주 오케스트라다. 프로젝트 성격의 오케스트라로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젊은 단원들이 공연이 있을 때 뭉친다. 항상 함께 하는 다른 오케스트라에 비해 끈끈함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아드리엘 김은 기꺼이 윤활유가 된다.

하반기 '여름방학 청소년 음악회 - 톡톡 클래식 '모차르트 & 베토벤''(9일 오후 3시·10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15 크레디아 파크콘서트 - 디즈니 인 콘서트 2'(9월5일 오후 6시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등 바쁜 스케줄도 거뜬히 치를 수 있는 이유다.

아드리엘 김은 '제 33회 대한민국국제음악제'의 폐막 공연 'K 클래식의 미래 - 지용, 문태국 그리고 아드리엘 김'(11월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지휘(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도 맡는다.

2010년대 초까지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차세대'라는 수식어를 이제 떼어 버린 아드리엘 김을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한창 디토 오케스트라 연습 중에 짬을 낸 그는 사람 좋은 웃음 속에 자신이 포디엄에 오를 때마다 보여주는 날카로운 지휘봉 같은 섬세함을 숨기고 있었다.

-디토 오케스트라의 연주력이 갈수록 좋아집니다.

"네, 합주력이 점점 좋아져요. 수준도 계속 높아지고 있죠. 이곳에서 활동하다 서울시향, 인천시향으로 옮기는 친구들도 있죠. 일종의 젊은 세대에게 플랫폼이 되고 있어 뿌듯해요. 제가 생각하는 모델은 영국 오케스트라입니다. 클래식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음악도 빨리빨리 질 높게 잘 소화하죠." -청소년 음악회 연주는 자칫 쉬워보일 수 있지만 클래식 꿈나무들을 위한 공연인 만큼 세세하게 신경 쓸 게 많을 것 같아요.

"클래식 마니아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들이 클래식을 듣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죠. 사실 클래식을 듣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어요. 하지만 몇백년을 지속하는 셰익스피어, 괴테 작품처럼 클래식음악 역시 오래 지속하니 가치가 있죠. 사랑 뿐 아니라 철학, 인문학적인 요소도 녹아 있으니 한번 친구가 되면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클래식음악이죠.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그 매력을 전하기 힘든데 듣기만 시작하면 깊이가 있어 절대 질리지 않죠."

-이번 공연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인 신동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곡을 들려줘요. 너무 유명해서 중요함에도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음악가들입니다.

"짧게 이야기하면 모차르트는 경외의 대상, 베토벤은 존경의 대상이에요. 모차르트는 정말 천재적인 사람이에요. 악보를 봐도 거의 고친 곳이 없죠. 베토벤은 반면 인간적으로 다가와요. 청력을 조금씩 상실해서 마지막에 합창 교향곡을 만들 때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죠. 귀가 안 들리는 데 작곡한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극복하고 승리한 본보기라 좀 더 인간적이죠."

-파크 콘서트는 대중이 좀 더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는 무대에요. 특히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디즈니 인 콘서트'는 올해도 열리는데 디즈니 애니메이션 음악에 클래식의 옷을 입혀놓으니 한층 더 고급스럽게 들리더라고요.

"디즈니 음악은 연령과 계층에 구애받지 않아요. 저도 처음에 클래식 음악과 디즈니 음악이 과연 어울릴까 고민했는데 저뿐만 아니라 연주하는 사람들 모두 좋아했죠. 모두 어릴 때부터 들어온 음악들이잖아요. 야외 공연장은 넓은 만큼 열기와 에너지가 더 크게 느껴져요. 좀 더 클래식과 친숙해질 수 있는 자리죠."

-클래식 음악과 대중의 접점을 찾고자 항상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데 콘서트홀은 계속 생겨난다는 거예요. 유럽은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죠. 라이브홀에서 연주하는 음악가들과 청중들은 미래에도 계속 있다는 이야기죠. 로봇이 연주를 대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라이브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밖에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클래식 음악은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특히 한국에서는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사색적인 것이 필요하죠.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에 클래식 음악을 틀었더니 그 수가 줄었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제33회 대한민국 국제음악제' 피날레에서는 피아니스트 지용, 첼리스트 문태국 등 주목 받는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합니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소프라노 조수미 등 거장들과도 협업을 해왔는데요 거장과의 작업, 젊은 뮤지션과의 작업 모두 다른 매력이 있죠.

"대가들은 깊이감이 달라요. 연습 때도 그런 것이 느껴지죠. 함께 작업한다기 보다 매번 배우고 또 배우죠. 젊음은 무엇보다 열정이잖아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새롭죠. 젊은 연주자들은 무엇보다 같이 실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본래 바이올린을 전공하다 서울예고 1학년 때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났죠. 빈 국립음대에 한번에 붙어 반대하시던 부모님의 마음도 돌려놓고요(웃음). 바이올린을 전공하다가 석사과정에서 지휘도 공부하셨고요.

"빈 국립음대가 지휘자 학교로 유명해요. 주빈 메타, 클라우디오 아바도, 마리스 얀손 같은 거장분들과 최근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로 임명되신 키릴 페트렌코도 이 학교 출신이죠. 그래서 악기하는 친구들이 지나가다 다른 학생들이 지휘하는 걸 꼭 한번 씩 보게 됩니다(웃음). 친구의 권유로 한번 지휘과 시험을 봤는데 우연히 합격했죠. 실력은 당연히 없었는데 가능성을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좋은 지휘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테크닉과 실력은 당연히 중요하죠. 그런데 오케스트라는 리허설이 중요해요. 무대 위 연주는 한번이지만 그를 위해 계속 맞춰나가야 하잖아요. 그 때 인간적인 부분이 필요하죠. 다른 사람들이 소리를 내는 거라 인격적으로 리더십이 없으면 그 소리를 조정할 수가 없어요. 단원들이 기꺼이 소리를 낼 수 있게끔 동기 부여를 하는 게 필요하죠. 그래서 저도 지휘를 할 때마다 항상 배워요. 제가 최근 가장 중요시하는 건 솔직하자는 거예요. 저도 사람이니 당연히 실수를 해요. 그 때마다 실수를 했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죠."

-단원들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에요.

"파눌라 국제 지휘 콩쿠르(2009)에서 한 경험이 제게 큰 깨달음을 줬어요. 당시 2차 예선 도중 제가 실수를 해서 중간에 실수를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죠. 지휘를 끝내고 결과도 보지 않고 내려와 있었죠. 그런데 나중에 본선에 진출했는데 왜 안 나오냐고 연락이 왔어요.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는데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한 걸 높게 평가해주셨더라고요. 음악 앞에서 쇼를 하고 싶지 않아요. 가식적이고 싶지 않죠. 보여주기 식으로 겉멋을 부리면 결국 허무해지더라고요. 음악 앞에서는 항상 솔직해지고 싶어요."

'여름방학 청소년 음악회 - 톡톡 클래식 '모차르트 & 베토벤', 피아노 한지호, 바이올린 임해원, 해설 음악 칼럼니스트 이상민. 2~4만원. '2015 크레디아 파크콘서트 - 디즈니 인 콘서트 2', 출연 디즈니 오리지널 싱어즈, 스페셜 게스트 윤하, 4~8만원. '제 33회 대한민국국제음악제' 폐막공연, 3~12만원. 크레디아 인터내셔널 클럽발코니.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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