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리뷰] 20주년 뮤지컬 '명성황후', 진화 넘어선 진보

  • 뉴시스

입력 : 2015.08.03 09:38

윤호진 연출 "'명성황후', 창작뮤지컬 발전의 기폭제"
"20년 전에는 오래 공연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진화를 거듭해서 여기까지 왔네요. 관객들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31일 밤 뮤지컬 '명성황후'의 20주년 리셉션이 열린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3층 로비.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장)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윤 대표는 이 작품을 연출하며 '한국 뮤지컬계의 대부'로 통하게 됐다.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막을 올린 작품으로 대한민국 첫 브로드웨이 진출, 대한민국 첫 웨스트엔드 진출, 대한민국 최초 1000회 공연·150만 관객 달성 등을 기록을 썼다. 지금까지 162만명이 봤다.

20년 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했고, 10주년 기념 공연도 이곳에서 했다. 윤 대표는 "20주년을 맞아 또 다른 20년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했다. "초연 때는 노래를 잘하는 배우가 없어서 연극배우 중 노래 좀 한다는 배우들을 데리고 했어요. 음역대가 높은 역은 성악가를 모셨죠. 지금은 기량이 손색이 없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죠. 한국 배우들은 세계적으로도 최고에
요. '명성황후'가 그런 부분에 동기 부여를 하고 기폭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날 제작진은 이날 뮤지컬 원작 '여우사냥'을 쓴 작가 이문열, 작사·작곡을 맡은 대중가요 작곡·작사가 김희갑·양인자 부부 등에 공로패를 전했다.

'명성황후'의 명성을 반영하듯 이날 리셉션에는 한국 공연계에 내로라하는 거목들이 총출동했다.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등 3대 국공립 공연장 수장를 비롯해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윤철 현 국립극단 예술감독,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김희철 충무아트홀 본부장, 이종규 인터파크 상무, 구자흥 전 명동예술극장 극장장(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배우 이순재 등이 자리를 빛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참석했다.

공동주최사인 예술의전당의 고학찬 사장은 예술의전당 공연영상화사업 '싹온스크린(SAC on Screen)'의 하나로 '명성황후'를 영상화 작업 중이라고 알렸다. "카메라 15대로 영상화하고 있다"면서 "땅끝마을 등 국내 뿐 아니라 LA(로스앤젤에스), 아프리카 나이지라아, 중국, 아르헨티나에서도 볼 수 있게끔 하겠다"고 알렸다.

'명성황후'는 실제 외국에 선보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진화를 넘어 진보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주인 줄거리는 크게 변함이 없는데 무대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모던미 입은 무대

'명성황후' 무대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른 것이 턴테이블(원형 회전무대)이다. 이번에는 특히 속도감이 빨라져 막 변환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2막에서 명성황후와 고종황제가 외국 대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지탱하던 무대 전체가 상승하고 그 밑에서 일본 자객들이 명성황후 시해 계략을 짜는 모습이 등장하는 2단 구조의 무대는 웅장함에 눈이 번쩍 띄었다.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될 인물들이 그 사건 직전에 다른 공간에 있는 모습을 병치하는 건 기술적인 장치를 넘어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날 공연과 리셉션을 지켜본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는 이 2단 무대에 대해 "(화려하고 거대한 무대 세트로 유명한 뮤지컬인) '선셋 블러바드'에 버금가는 무대였다"고 놀라워했다.

극 초반 명성황후와 고종의 혼례 장면에선 이만익 화백의 나비 그림이 LED로 퍼져나가는 장면은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명성황후의 여성성과 그녀의 자유 의지를 또렷하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김소현의 재발견

'명성황후'는 기존까지 정치적으로 악랄하게 그려진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면모를 재발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에는 좀 더 여성성이 부각됐는데 김소현 존재가치의 힘이 크다.

로맨틱한 여자 뮤지컬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김소현 이름이 먼저 나오는데 명성황후의 여성스러움은 이로 인해 짙어졌다. 뿐만 아니다. 김소현은 점차 카리스마를 더해가는 명성황후를 위해 점차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의 톤을 강하게 만들었다. 본래 고음인데 (오페라에서 대사를 말하듯 노래하는) '레치타티보' 식 저음이 많은 명성황후를 능숙하게 소화한다. 특히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 혼이 돼 마지막에 부르는 웅장한 넘버 '백성이여 일어나라'에서 폭발력은 어마어마했다. 이날 김소현은 커트콜에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총평

한국적인 소재에 20년이나 됐음에도 고루하다는 생각이 들기는커녕 현대적이었다. 한복, 무당 굿 등 한국적인 요소는 여전한데 그를 푸는 방식이 더 세련됐다. 진화를 넘어서 진보라고 표현한 이유다. 군무를 활용한 액션, 명성황후와 호위무사 홍계훈의 멜로 라인 등 러닝타임 140분(인터미션 20분) 안에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요소를 배분한 것도 안정적이었다.

원종원 교수는 "20년간 숙성된 힘이 느껴졌다"면서 "굉장히 묵직한 주제의식이 있는 작품인데 빠른 템포로 밀고 나가는 힘이 더 단단해졌다"고 평했다.

드라마틱한 가창이 이상적인 신영숙이 김소현과 함께 명성황후를 번갈아 맡는다. 김소현처럼 성악가 출신인 그녀는 16년 전인 1999년 이 뮤지컬의 앙상블로 뮤지컬배우로 나섰다. 홍계훈 김준현·박송권·테이. 프로듀서 황보성, 각색 김광림, 작곡 김희갑, 편곡 피터 케이시, 음악감독 김호정·김길려, 무대 박동우, 의상 김현숙. 9월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3만원. 에이콤 인터내셔날. 02-2250-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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