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목소리와 가야금이 이렇게 찰떡궁합?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5.07.27 23:39

26일 '여우락 페스티벌' 마지막 무대 선 나윤선 감독
양금·박 등 전통악기 연주와 팝·샹송·재즈의 접목 선보여

세계 최고 재즈 가수 반열에 오른 그녀의 목소리가 가야금과 양금, 북과 장구와 궁합이 맞을 줄은 미처 몰랐다. 나윤선 특유의 발작적 창법이 도드라지는 대표곡 '모멘토 마지코(Momento Magico)'가 흘러나올 때, 박순아의 가야금은 기타를 완벽하게 대신했고 서수복의 장구가 빈틈을 촘촘하게 채웠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스위스 몽트뢰와 캐나다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 청중을 사로잡은 그녀이지만, 이제 나윤선의 음악은 전통과 접합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 같다.

26일 여우락 페스티벌 피날레를 장식한 재즈 가수 나윤선이 전통 악기 박을 들고 노래하고 있다.
26일 여우락 페스티벌 피날레를 장식한 재즈 가수 나윤선이 전통 악기 박을 들고 노래하고 있다. 나윤선은 이날 자신의 레퍼토리에 가야금과 양금, 장구와 북을 더한 연주로 전통 음악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국립극장 제공
26일 오후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열린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준말) 페스티벌 마지막 무대는 축제 예술감독을 맡은 나윤선이 맡았다. 밴드 6명 중 절반이 전통 악기를 연주했다.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정선 아리랑'으로 시작한 나윤선은 두 번째부터 자기 레퍼토리로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나윤선이 축제를 준비하면서 반했다는 양금(최휘선)은 '부아야주(Voyage)'에서 반복적 리듬을 연주하며 영롱한 빛을 발했다. 꿈꾸듯 몽환적 목소리로 속삭이다 포효하듯 울부짖는 영국 민요 '세일러스 라이프(A sailor's life)'는 장구, 가야금과 깊숙이 어울렸다. 팝과 샹송, 재즈까지 장르를 이리저리 넘나들던 나윤선은 기타와 클라리넷, 베이스와 함께 연주한 전통 악기와 원래 한 몸인 듯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마지막엔 전통 악기 박까지 손에 쥐고 자작곡 '팬 케이크(Pancake)'를 불렀다. 앙코르로 썼다는 자작곡 '여우락 아리랑'까지 부른 그녀는 어김없이 눈물을 흘렸다. 쉽지 않은 협업 무대의 지난(至難)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지난 1일 시작한 여우락 페스티벌 중 다섯 공연을 봤더니, 전통 음악의 경계를 넘어서면 새로운 음악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싶은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다. 재즈 밴드 프렐류드와 경기 민요 소리꾼 전영랑은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같은 흔한 '태평가'와 '노들강변'을 고급스러우면서도 친숙하게 소화했고, 젊은 남성 국악 그룹 '불세출'도 솜씨 좋은 창작 음악으로 레퍼토리를 넓혔다.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의 '밀양 아리랑'이 미국 컨트리 음악에 쓰이는 밴조와 이토록 오묘한 조화를 이룰 줄은 몰랐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를 부르는 최고은의 우아하면서도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목소리에 반해 고개를 딴 곳으로 돌릴 수 없었다. 반면 가수 이상은처럼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시행착오도 보였다. '담다디'와 '언젠가는' 같은 대중적 히트곡을 전통과 무리하게 연관시키려다 보니 어색한 만남이 돼버렸다. '여우락'엔 완고한 국악 애호가라면 "이게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했을 장면도 있었겠지만, 덕분에 우리 음악의 자산(資産)은 착실하게 늘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