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23 09:55

"대본을 봤을 때는 무대가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근데 연극이라고 (출연을) 꾀었는데 무술 감독, 안무 감독님이 오시더라고요. 뮤지컬보다 더 힘들었어요."
배우 이석준이 22일 오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걸 연습하는 과정 중에 알게 돼 저희들도 처음에는 당황했죠"라며 웃었다.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기발한 무대와 형식으로 주목 받는 작품이다. 미국 시카고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호에서 1923·1934·1943년의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옴니버스로 그린다.
러닝타임 60분 안팎의 다른 장르인 코미디 '로키', 서스펜스 '루시퍼', 하드보일드 '빈디치' 세 작품이다. 본래 200석 규모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좌석 수를 절반으로 줄여 100석으로 만들었다. 특히 객석은 50석 씩 서로 마주보게 배치돼 있다. 양쪽 객석과 객석 사이의 거리는 3m20㎝ 정도인데 배우들은 그 사이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
배우들은 매번 관객 바로 코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것 뿐 아니라 공연 내내 관객에게 뒷모습까지 노출된다. 관객과 거리가 가까워지면 불과 50㎝밖에 안된다.
이석준은 "배우들이 숨을 데도 없고 기댈 것도 없다"고 했다. 그래도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니까 시너지가 더 많다"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체홉보다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
'루시퍼' 같은 작품은 액션 신은 특히 실감난다. 관객들이 바로 앞에 있지만 김종태는 "이미 공간을 정해놓고 연습한 터라 실제 공연에서도 큰 무리는 없다"면서도 "관객 분들은 무서워하시더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의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극의 배경은 미국의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가 일대를 주름잡던 때다. 마피아로 상징되는 힘의 논리가 정의와 도덕을 누르고 횡행하던 시대다. 각기 다른 장르의 작품은 그 당시의 암울한 공기와 만나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로키'는 인기 절정의 쇼걸 '롤라 킨'의 결혼식 전날 그녀를 둘러싸고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끝없는 살인을 다룬 코미디, '루시퍼'는 조직의 2인자인 '닉 니티'가 사랑하는 아내와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면서 예기치 못한 파국을 맞이하는 서스펜스, '빈디치'는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상사 '두스'에게 화려한 복수를 계획하는 경찰 빈디치의 이야기를 그린 하드보일드다.
김종태는 "시대가 지금 여기와 동떨어져 보이지만 그 안의 내용은 우리 사는 이야기와 똑같다"면서 "사람의 욕망과 치정은 시대가 바뀌어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극작가 제이미 윌크스의 작품으로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원작에 없는 빨간 풍선을 매 에피소드마다 넣어서 세 작품의 통일성을 꾀한 것이 인상적이다.
각색자인 지이선 작가는 "작품에는 많은 상징과 오브제가 있는데 빨간 풍선이 대표적"이라면서 "공간 자체가 총이 난무하는 곳이다. 그래서 오히려 평범한 일상의 상징이 들어오면 극단적으로 충돌할 것 같아서 빨간 풍성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사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요. 작품에서는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움이 있죠. 작품마다 마지막에 풍선 처리 방법이 달라요. '로키'에서는 주인공 롤라 킨만 살아남는데 그 여자만이 빨간 풍선과 함께 방을 나가죠. '빈디치'에서는 풍선 하나만 유일하게 방을 빠져나가고, '루시퍼'에서는 그 풍선이 터집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 주제와 분위기를 담은 거죠."
관객들은 호텔 방문을 열 듯이 공연장 안에 들어오게 되는데 호텔 방문과 창문의 거리는 7m다. 실제 렉싱턴 호텔 방의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좌석도 불편하고 바로 옆자리에 앉은 관객과는 순간순간 몸을 부딪힐 수밖에 없다.
약 50명의 취재진이 몰린 이날 프레스콜에서도 객석이 마주보고 좁은 만큼 사진기자, 영상기자의 촬영도 수월하지 않았다.
김태형 연출은 하지만 "나이키의 경쟁상대가 이제 리복,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테도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어놀 시간에 게임을 한다는 이야기다. 연극 역시 다른 연극 등의 공연이 경쟁 상대가 아니라 '무한도전' '런닝맨' 같은 TV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공간에서 나올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강조했다.
"TV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는 건 편안한 일이죠. 객석도 좁고 서로 마주보면서 불편하게 하는 것이 목표에요. 같은 공간에서 이런 체험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연극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김대형 연출의 기대에 부흥하듯 연극은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이 연극들의 장르는 기존 장르를 모방한 거예요.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등의 특색인데 형식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관극이라는 점이 특징이죠. 이야기 전달 방식, 이야기 속 상징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요. 보고 듣고 몸으로 체험하고 온몸으로 진동을 느끼고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작품들 속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시카고의 실권을 쥐고 있는 카포네라는 마피아의 존재는 지금 한국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여겼다. "대한민국에도 '모피아' '금피아' 같은 것이 있잖아요.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꼼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낯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석준·김종태, 박은석·윤나무, 김지현·정연이 같은 역을 나눠 맡으니 한 편당 세 명의 배우가 나온다. 9월2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장춘섭 미술감독, 김경육 음악감독. 만19세 이상 관람가. 3만원. 아이엠컬처·스토리피. 02-541-2929
배우 이석준이 22일 오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걸 연습하는 과정 중에 알게 돼 저희들도 처음에는 당황했죠"라며 웃었다.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기발한 무대와 형식으로 주목 받는 작품이다. 미국 시카고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호에서 1923·1934·1943년의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옴니버스로 그린다.
러닝타임 60분 안팎의 다른 장르인 코미디 '로키', 서스펜스 '루시퍼', 하드보일드 '빈디치' 세 작품이다. 본래 200석 규모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좌석 수를 절반으로 줄여 100석으로 만들었다. 특히 객석은 50석 씩 서로 마주보게 배치돼 있다. 양쪽 객석과 객석 사이의 거리는 3m20㎝ 정도인데 배우들은 그 사이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
배우들은 매번 관객 바로 코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것 뿐 아니라 공연 내내 관객에게 뒷모습까지 노출된다. 관객과 거리가 가까워지면 불과 50㎝밖에 안된다.
이석준은 "배우들이 숨을 데도 없고 기댈 것도 없다"고 했다. 그래도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니까 시너지가 더 많다"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체홉보다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
'루시퍼' 같은 작품은 액션 신은 특히 실감난다. 관객들이 바로 앞에 있지만 김종태는 "이미 공간을 정해놓고 연습한 터라 실제 공연에서도 큰 무리는 없다"면서도 "관객 분들은 무서워하시더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의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극의 배경은 미국의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가 일대를 주름잡던 때다. 마피아로 상징되는 힘의 논리가 정의와 도덕을 누르고 횡행하던 시대다. 각기 다른 장르의 작품은 그 당시의 암울한 공기와 만나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로키'는 인기 절정의 쇼걸 '롤라 킨'의 결혼식 전날 그녀를 둘러싸고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끝없는 살인을 다룬 코미디, '루시퍼'는 조직의 2인자인 '닉 니티'가 사랑하는 아내와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면서 예기치 못한 파국을 맞이하는 서스펜스, '빈디치'는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상사 '두스'에게 화려한 복수를 계획하는 경찰 빈디치의 이야기를 그린 하드보일드다.
김종태는 "시대가 지금 여기와 동떨어져 보이지만 그 안의 내용은 우리 사는 이야기와 똑같다"면서 "사람의 욕망과 치정은 시대가 바뀌어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극작가 제이미 윌크스의 작품으로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원작에 없는 빨간 풍선을 매 에피소드마다 넣어서 세 작품의 통일성을 꾀한 것이 인상적이다.
각색자인 지이선 작가는 "작품에는 많은 상징과 오브제가 있는데 빨간 풍선이 대표적"이라면서 "공간 자체가 총이 난무하는 곳이다. 그래서 오히려 평범한 일상의 상징이 들어오면 극단적으로 충돌할 것 같아서 빨간 풍성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사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요. 작품에서는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움이 있죠. 작품마다 마지막에 풍선 처리 방법이 달라요. '로키'에서는 주인공 롤라 킨만 살아남는데 그 여자만이 빨간 풍선과 함께 방을 나가죠. '빈디치'에서는 풍선 하나만 유일하게 방을 빠져나가고, '루시퍼'에서는 그 풍선이 터집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 주제와 분위기를 담은 거죠."
관객들은 호텔 방문을 열 듯이 공연장 안에 들어오게 되는데 호텔 방문과 창문의 거리는 7m다. 실제 렉싱턴 호텔 방의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좌석도 불편하고 바로 옆자리에 앉은 관객과는 순간순간 몸을 부딪힐 수밖에 없다.
약 50명의 취재진이 몰린 이날 프레스콜에서도 객석이 마주보고 좁은 만큼 사진기자, 영상기자의 촬영도 수월하지 않았다.
김태형 연출은 하지만 "나이키의 경쟁상대가 이제 리복,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테도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어놀 시간에 게임을 한다는 이야기다. 연극 역시 다른 연극 등의 공연이 경쟁 상대가 아니라 '무한도전' '런닝맨' 같은 TV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공간에서 나올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강조했다.
"TV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는 건 편안한 일이죠. 객석도 좁고 서로 마주보면서 불편하게 하는 것이 목표에요. 같은 공간에서 이런 체험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연극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김대형 연출의 기대에 부흥하듯 연극은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이 연극들의 장르는 기존 장르를 모방한 거예요.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등의 특색인데 형식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관극이라는 점이 특징이죠. 이야기 전달 방식, 이야기 속 상징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요. 보고 듣고 몸으로 체험하고 온몸으로 진동을 느끼고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작품들 속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시카고의 실권을 쥐고 있는 카포네라는 마피아의 존재는 지금 한국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여겼다. "대한민국에도 '모피아' '금피아' 같은 것이 있잖아요.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꼼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낯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석준·김종태, 박은석·윤나무, 김지현·정연이 같은 역을 나눠 맡으니 한 편당 세 명의 배우가 나온다. 9월2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장춘섭 미술감독, 김경육 음악감독. 만19세 이상 관람가. 3만원. 아이엠컬처·스토리피. 02-541-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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