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망친 첫 공연… 이젠 관객이 빗속에서 뛰노는 록의 聖地

  • 권승준 기자

입력 : 2015.07.22 23:55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10년]

한국서 처음 생긴 록페스티벌… 세계 최고 음악축제 8위 꼽혀
"록 몰라도 한번 오면 못끊는 곳" 올해, 8월 7일부터 3일간 열려

"빗속에서 음악 듣는 걸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이곳은 천국이다."

영국의 도시문화 전문잡지 '타임아웃'이 지난달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펜타포트)을 세계 최고의 음악축제 50개 중 8위로 꼽으면서 내린 평가다. 펜타포트가 폭우 때문에 한 번 망했다가 다시 일어선 축제라는 걸 떠올리면 아이러니하기까지 한 평가다. 아이돌 댄스 음악이란 단일 품종만 자라는 척박한 한국 대중음악의 토양에서 펜타포트는 단비 같은 축제다. 이 비는 대기업 스폰서와 요란한 홍보 없이도 록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힘으로 10년째 내리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록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열정을 자양분 삼아 10년 동안 이어지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예스컴 제공
"망하면서 오기가 생겼습니다. 빗속에서 공연하던 딥 퍼플과 그걸 보던 관객들이 없었다면 펜타포트도 없었을 겁니다."

펜타포트를 제작하는 공연기획사 예스컴 윤창중 대표는 지난 10년간 펜타포트 최고의 순간을 꼽아달란 질문에 엉뚱하게 1999년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 얘기를 꺼냈다. 한국 최초의 록페스티벌인 트라이포트는 딥 퍼플, 프로디지 등 최고의 출연진을 섭외해 화제를 모았지만 폭우 때문에 첫날 반쪽짜리 공연만 한 뒤 끝났다. 축제가 망하면서 수억원의 빚더미를 떠안은 윤 대표는 집까지 팔았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2006년 인천시를 설득해 펜타포트를 시작했다. 비는 어김없이 내렸지만, 일본까지 가서 배워온 안전장치와 빗속에서 물 만난 고기 마냥 뛰어노는 관객들 덕분에 이번엔 무사히 축제를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10년을 이어오면서 펜타포트는 국내의 대표적 음악축제로 자리 잡았다.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록밴드엔 최고의 무대죠." 밴드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김세황은 올해도 펜타포트 무대에 선다. 작년에 세상을 뜬 신해철 추모 공연을 하기 위해서다. 10년간 넥스트는 펜타포트에 3번 출연해 크래쉬, 뜨거운 감자와 함께 펜타포트에 가장 많이 나온 뮤지션이 됐다.

외국 뮤지션 중에선 마마스건이 3번으로 가장 많아서 팬들 사이에선 "홍대에 방 잡아주자"는 말도 나온다. 이외에도 뮤즈, 프란츠 퍼디난드, 폴아웃보이, 트래비스, 카사비안 등 정상급 밴드가 1~2회씩 펜타포트를 찾았다. 2013년부턴 3일 중 꼭 하루는 국내 뮤지션에게 헤드라이너(마지막 출연자) 자리를 주고 있는 것도 의미 있는 행보다. 올해는 스콜피온스와 프로디지, 서태지가 헤드라이너로 나선다. 노장 밴드 스콜피언스는 사실상 마지막 내한 공연이고, 서태지도 자기 공연이 아닌 다른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프로디지는 1999년 트라이포트에 섭외됐다가 폭우로 공연을 못 했던 한까지 푸는 살풀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매년 록 음악을 잘 모르는 친구 하나씩 포섭해서 여기 옵니다. 한 번 맛 들이면 못 끊는 게 펜타포트입니다."

펜타포트 팬클럽인 '펜타매니아' 회원인 이희원씨는 2009년 처음으로 펜타포트에 발을 디뎠다. 그는 이후 매년 여름이면 펜타포트에 갈 준비로 바빠진다. 펜타매니아 회원들은 잘 놀기로 소문난 펜타포트 관객 중에서도 눈에 띈다. 언제나 웃통을 벗고 자체 제작한 깃발을 들고 다니면서 분위기를 띄운다. 트라이포트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펜타포트에 간 음악평론가 김작가씨도 "펜타포트는 말도 안 되게 작은 록음악 시장에서 고전하는 밴드들에 큰 무대와 관객을 경험하게 해주는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올해 펜타포트는 다음 달 7일부터 3일간 인천 송도국제도시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다. 문의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