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15~2016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발표회… 무대 뒷얘기 풍성

  • 뉴시스

입력 : 2015.07.21 10:40

스타 뮤지컬 연출가 장유정이 어릴 때부터 판소리에 익숙하다는 사실,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출신으로 섬세함이 돋보이는 이소영 연출이 남성적인 소리인 동편제에 반해 창극 '적벽가'를 선택한 이야기, 핀란드 출신 테로 사리넨이 안무한 국립무용단의 '회오리'에서 조안무와 주역을 맡았던 수석무용수 김미애가 지난해 이 공연 당시 체력이 필요해 2주동안 소고기만 먹은 이야기….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20일 오후 서울 장충동 달오름극장에서 연 '2015~2016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발표회'에서 쏟아져 나온 에피소드들이다.

이날 현장은 예술가들이 '2015~2016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에서 선보일 공연을 무대로 아닌 말로 먼저 소개하는 자리.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을 비롯해 국립극장 3개 전속 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관계자들과 이 단체의 작품에 참여하는 객원 예술가들이 모두 모였다. 막연하기만 한 신작에 대해 관객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번 쇼케이스의 의도다.

계성원 부지휘자가 진행을 맡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프로그램 소개에는 작곡가 임준희, 지휘자 최수열, 송혜진 숙명여대 교수, 드러머 남궁연이 등장했다. 국악을 새로운 시선으로 푸는 '별미(別味) 콘서트'에 대해 "임준희는 "우리 음악에도 이런 음악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면서 "국악관현악의 틀을 해체하고 실내악, 챔버, 소편성 등의 악기 구성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는 '2015 리컴포즈'를 통해 김성국과 김택수 두 명의 작곡가의 음악을 들려준다. 송혜진 교수와 남궁연은 국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정오의 음악회' & '좋은밤 콘서트'로 관객을 만난다. 남궁연은 "주로 반주를 맡던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주인공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3대 단체 예술감독 중 유일하게 연임(나머지 2개 단체 예술감독 자리는 공석)된 김성녀 감독이 사회자로 나선 국립창극단 시즌 소개에는 "전통의 대중화, 창극의 대중화"를 내세웠다.

한국 여성 오페라 연출가 1호로 통하는 이소영 연출의 '적벽가'로 시즌 포문을 연다. 그녀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인 송순섭 명창의 소리를 듣고 이 작품을 골랐다. 송 명창은 이 작품의 작창 및 도창도 맡는다.

이 연출은 "선율에 의존하지 않는 음악을 만들 것"이라면서 "적벽대전 당시 죽었던 수많은 민초에게 집중하고 싶다. 결국 그것은 우리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그날들'을 통해 한국 뮤지컬계의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장유정은 판소리 '흥부가'를 바탕으로 한 창극을 만든다.

어릴 때부터 판소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예전에 '흥부가'를 재미있게 들었는데 다시 들어보니 한이 많다"면서 "어떻게 재미를 살리고 동시대성을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 같다"고 말했다.

연극 '푸르른 날에' 뮤지컬 '아리랑'의 스타 연출가 고선웅은 지난해 최대 화제작인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다시 선보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2016년 4월 피터 브룩, 로버트 윌슨 등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이 오른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에서 공연하게 돼 뜻깊다. 국립창극단 역사상 프랑스 관객과 만나는 첫 번째 창극이다.

고선웅은 프랑스 "피터 브룩, 로버트 윌슨의 작품이 올랐던 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라면서 "우리 창극으로 구기 사냥을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성녀 예술감독은 "창극 패키지를 구입하면 연출가들과 공연 뒷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뒷담화 시간에 참여할 수 있다"고 알렸다.

안호상 극장장이 직접 진행을 본 국립무용단 프로그램 소개에는 김미애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어어부 프로젝트' 멤버 겸 영화음악감독 장영규, 주목 받는 젊은 무용수 조용진과 류장현, 거장 한국무용가 김매자가 등장했다.

사리넨과 협업해 만든 작품으로 2014년 4월 초연한 뒤 올해 11월 열리는 '칸댄스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된 '회오리'에 대해 김미애는 "정말 체력 소비가 많은 작품"이라고 웃었다.

'회오리'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는 초연작 '완월(玩月)'의 연출도 맡게 됐다. 국립무용단의 강강술래를 직접 본 장영규가 국립극장에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가 직접 지휘까지 하게 됐다. 춤 구성은 김기범(안은미 컴퍼니 소속)이 맡는다.

이번 시즌의 교차공연으로 편성된 조용진의 '기본활용법'과 류장현의 '칼 위에서'(가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콤비를 이루는 공연이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무용수가 바라본 한국 춤의 기본, 현대무용 안무가가 생각하는 한국무용의 본질을 다룬다. 류장현은 무당의 굿을 모티브로 삼은 '칼 위에서'에 대해 "무당이 굿을 할 때 막판에 접어드는 황홀경과 지금의 한국 사람이 밤에 노래방과 클럽에서 노는 것과 접점을 봤다"고 웃었다. 우리 인생을 굿판을 대체하고 칼 위에 아슬아슬하게 선 현대인의 이야기와 고민을 담는다.

2016년 3월과 6월에는 프랑스와 한국을 대표하는 마스터 급의 두 안무가와 협업이 준비됐다. 프랑스 국민 안무가 조세 몽딸보의 신작과 김매자 안무의 '심청'이다. 판소리 '심청가' 완창을 춤음악으로 삼았다. 김매자는 "제 작품이 국립무용단의 시즌 레퍼토리로 들어와 영광"이라면서 "그 동안 '심청가' 완창을 안숙선, 이자람, 정은혜 씨가 맡았는데 이번에도 그 분들이 맡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체 사회를 본 안호상 극장장은 친근감 있게 이끌어갔다. 그는 "국립극장은 컨템포러리 극장을 지향한다"면서 "극장이 변화하려면 공연이 많아져야 하고 회차도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관객 중심으로 시즌을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쇼케이스에는 국립극장 시즌제에 관심이 많은 관객 약 500명이 초대됐다. 창극, 무용극, 연극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국립극장 시즌제를 반영하듯 다양한 연령대가 인상적이었다. 공연에 관심이 많은 이들인 만큼 예술가들의 설명을 내내 집중해서 들었다. 플래시 없이 무대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 가능해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이벤트였다.

시즌제가 활성화된 유럽의 선진 극장들에서는 관객 대상 프레젠테이션을 유료로 판매함에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는 뮤지컬 관련 쇼케이스 등이 눈에 띄게 많아졌지만 한 극장에서 시즌 전체 라인업을 연출가, 안무가 등이 나와 발표하는 건 이례적이다.

안 극장장은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정 관객을 만들고 그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서 더 많은 시즌 관객을 만들어야 해요. 신작을 만드는데 감독님과 관객 분들의 성원과 지원을 받을 수 있죠"라며 시즌을 패키지로 사는 고정 관객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립극장은 2012~2013년, 2013~2014, 2014~2015년 등 그간 총 세 번의 레퍼토리 시즌을 통해 914일 간 총 공연 176편을 선보여 39만4809명을 끌어들였다. 매시즌 305일간 53편의 작품을 올려 평균 13만1603명이 관람한 셈이다. 객석점유율 87%, 유료점유율 63%를 기록했다.

시즌 도입 전인 2011년 8월부터 2012년 6월 동기간과 비교할 경우 레퍼토리시즌 도입 후 국립극장 전속 단체와 기획 공연 편수는 33편에서 평균 53편으로 161%, 관객수는 6만3085명에서 13만1603명으로 209% 증가했다.

올해 네 번째 시즌은 8월27일 영국 국립극장 NT 라이브 '워 호스'로 포문을 연다. 2016년 6월30일까지 신작 20편, 레퍼토리 13편 등 총 55편을 선보인다. 국립극장은 공연선택을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프리 패키지' 등 다양한 패키지를 선보인다.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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