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경의 美聲, 심장을 두들기다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5.07.19 23:23

[오페라 리뷰] 마술피리

공병우·전승현의 탄탄한 연기, 이윤정·최윤정의 가창력 돋보여
연출·지휘 등 토종 秀作 오페라

타미노 왕자 역 테너 김우경(오른쪽)과 파파게노역 바리톤 공병우.
타미노 왕자 역 테너 김우경(오른쪽)과 파파게노역 바리톤 공병우. /예술의전당 제공
김우경의 타미노 왕자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공병우의 파파게노, 전승현의 자라스트로까지 더하니 미슐랭 별 두 개짜리 고급 식당에서 차려낸 만찬을 즐기는 듯했다. 예술의전당이 9억원을 들여 만든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7월15~19일)는 출연진은 물론 연출(이경재)과 지휘(임헌정), 무대와 의상까지 국내 제작진이 빚어낸 수작(秀作)이었다.

모차르트 최후의 오페라 '마술피리'(2막)는 젊은 연인들이 시련을 이겨내고 사랑을 성취하는 러브 스토리이자 성장기다. 타미노 왕자는 사냥을 갔다가 자라스트로에게 잡혀간 파미나 공주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테너 김우경은 공주의 초상을 보고 부르는 첫 아리아 '신비롭도록 아름다운 얼굴이여'부터 객석 뒷자리까지 명료하게 꽂히는 미성(美聲)으로 관객들의 심장을 두들겼다. 독일 최고의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에서 타미노로 단골 출연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리말로 대사를 이어가는 장면은 어색했지만, '가족 오페라'를 내세운 만큼 어린이 관객까지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는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바리톤 공병우는 낙천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파파게노였다. 탄탄한 가창력에 연기력까지 갖춘 공병우는 최근 몇 년간의 무대 중 가장 빛나는 장면을 보여줬다. 베이스 전승현은 독일어 가사와 우리말 대사 전달력이 모두 뛰어났다. 처음엔 악인인 줄 알았으나 나중에 현자(賢者)로 정체가 밝혀지는 자라스트로는 오페라를 지탱하는 기둥 역할. 전승현은 안정감 있는 저음으로 자라스트로의 전범(典範)을 보여줬다.

A, B팀이 하루씩 번갈아 나선 이번 공연에서 B팀 주역 소프라노들이 더 안정된 가창력을 보여준 것도 뜻밖이다. 2막 초반 등장하는 '밤의 여왕의 복수의 아리아'는 3분 남짓 짧지만 '마술피리'의 주제가 같은 곡. 조수미와 나탈리 드세이, 디아나 담라우가 이 아리아 하나로 실력파 소프라노 자리를 꿰찼다. B팀 이윤정(스위스 베른오페라 전속가수)은 이 고난도 아리아를 자신 있게 불러 박수를 받았다. 최윤정 역시 시원스레 뻗는 고음과 안정감 있는 발성으로 파미나 공주를 생동감 있는 인물로 그려냈다. 타미노 왕자를 부른 독일 만하임 극장 전속가수인 테너 이호철도 눈여겨볼 만한 기대주였다. 작년 12월 콘서트 오페라로 만든 차이콥스키 '예프게니 오네긴'에 이어 예술의전당이 계속 오페라를 만들어야 할 이유를 입증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