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17 16:25

연극 '모험왕'과 그 후속작인 연극 '신모험왕'의 배경은 하나다. 무대 변환이나 암전 없이 이스탄불의 게스트하우스 다인실에 머물고 있거나 드나드는 배낭여행자들 이야기다.
드라마틱한 특별한 사건도 없다. 2시간 안팎의 러닝타임이 극 속에서 흐르는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
'모험왕'은 거품경제 호황의 전주곡이 들리던 1980년 고국 일본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일본을 떠나왔거나 일본에서 도망쳐왔다.
'신모험왕'은 '모험왕'으로부터 20여 년 후인 2002년 후의 이야기다. 20년 전 일본인 여행자만 머물던 이 방에 지금은 한국인 여행자들도 뒤섞여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고 있다. 두 나라는 나란히 16강에 진출했으나 일본은 터키에게 패하고 한국은 이탈리아와의 힘겨운 일전을 치르고 있다.
배낭여행자들의 저렴한 숙소인 이 곳은 세계의 축약판이다. 1980년에는 구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이란과 이라크 전쟁 등이 대화 소재로 등장한다. 2002년에는 대화 소재가 9·11 테러 이후 미국을 위시한 연합군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등으로 대체된다. 그 당시의 역사적 맥락, 유럽과 아시아의 접점으로 불안정한 정세의 중동과 맞닿아 있는 이스탄불의 지역성 등을 배경으로 한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과 시선을 압축하는 간결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동아시아 이웃나라로 다른 듯 닮은 서로 다른 얼굴을 지닌 일본인과 한국인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다를 수밖에 없는 입장과 시선이 묻어난다.
1993년 10월 28일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에게 1대 2로 끌려가던 이라크는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고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탈락이 확실시 되던 한국은 이로 인해 골득실 차에 앞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일본에게는 '카타르의 비극', 한국인에게 '카타르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이 건에 대해서 양국 사람은 단번에 소통할 수 없다.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활약한 선동렬에 대해 우리는 그의 성인 선을 따 '나고야의 태양(SUN)'으로 기억하지만 일본은 그의 외양을 보고 '나고야의 앙팡맨(호빵맨)'으로 부른다.
일본 사람들은 같은 냄비에 숟가락을 넣고 나눠 먹으며 '우리' 문화를 강조하는 한국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근데 이 부분은 낯선 곳에서 일본인과 한국인을 타자화시켜 객관적으로 바라 보게 만든다. 결국 이는 관객이 한국과 일본의 정체성, 나아가 세계에서 우리의 위치를 주관적으로 고민케 하는 사유의 솜씨로 승화된다.
'모험왕'(10일~14일)과 '신 모험왕'(16~26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을 연이어 공연해 20년 간 변화를 자연스럽게 짚어보는 점도 의미가 크다.
'모험왕'은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의 초기 대표작이다. '신 모험왕'은 히라타 오리자가 동갑내기 친구였던 한국의 배우 겸 연출가 박광정과 '서울노트'에 이어 한일 합작으로 만들려 했던 연극이다. 2008년 박광정이 별세하면서 이뤄지지 않았던 프로젝트는 '서울노트'의 번역자였으며 그간 히라타 오리자의 희곡을 꾸준히 소개해온 극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과의 협업으로 실현됐다. 3만원. 극단 세이넨단·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02-764-7462
드라마틱한 특별한 사건도 없다. 2시간 안팎의 러닝타임이 극 속에서 흐르는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
'모험왕'은 거품경제 호황의 전주곡이 들리던 1980년 고국 일본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일본을 떠나왔거나 일본에서 도망쳐왔다.
'신모험왕'은 '모험왕'으로부터 20여 년 후인 2002년 후의 이야기다. 20년 전 일본인 여행자만 머물던 이 방에 지금은 한국인 여행자들도 뒤섞여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고 있다. 두 나라는 나란히 16강에 진출했으나 일본은 터키에게 패하고 한국은 이탈리아와의 힘겨운 일전을 치르고 있다.
배낭여행자들의 저렴한 숙소인 이 곳은 세계의 축약판이다. 1980년에는 구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이란과 이라크 전쟁 등이 대화 소재로 등장한다. 2002년에는 대화 소재가 9·11 테러 이후 미국을 위시한 연합군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등으로 대체된다. 그 당시의 역사적 맥락, 유럽과 아시아의 접점으로 불안정한 정세의 중동과 맞닿아 있는 이스탄불의 지역성 등을 배경으로 한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과 시선을 압축하는 간결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동아시아 이웃나라로 다른 듯 닮은 서로 다른 얼굴을 지닌 일본인과 한국인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다를 수밖에 없는 입장과 시선이 묻어난다.
1993년 10월 28일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에게 1대 2로 끌려가던 이라크는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고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탈락이 확실시 되던 한국은 이로 인해 골득실 차에 앞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일본에게는 '카타르의 비극', 한국인에게 '카타르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이 건에 대해서 양국 사람은 단번에 소통할 수 없다.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활약한 선동렬에 대해 우리는 그의 성인 선을 따 '나고야의 태양(SUN)'으로 기억하지만 일본은 그의 외양을 보고 '나고야의 앙팡맨(호빵맨)'으로 부른다.
일본 사람들은 같은 냄비에 숟가락을 넣고 나눠 먹으며 '우리' 문화를 강조하는 한국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근데 이 부분은 낯선 곳에서 일본인과 한국인을 타자화시켜 객관적으로 바라 보게 만든다. 결국 이는 관객이 한국과 일본의 정체성, 나아가 세계에서 우리의 위치를 주관적으로 고민케 하는 사유의 솜씨로 승화된다.
'모험왕'(10일~14일)과 '신 모험왕'(16~26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을 연이어 공연해 20년 간 변화를 자연스럽게 짚어보는 점도 의미가 크다.
'모험왕'은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의 초기 대표작이다. '신 모험왕'은 히라타 오리자가 동갑내기 친구였던 한국의 배우 겸 연출가 박광정과 '서울노트'에 이어 한일 합작으로 만들려 했던 연극이다. 2008년 박광정이 별세하면서 이뤄지지 않았던 프로젝트는 '서울노트'의 번역자였으며 그간 히라타 오리자의 희곡을 꾸준히 소개해온 극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과의 협업으로 실현됐다. 3만원. 극단 세이넨단·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02-764-7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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