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아리랑 다 들어봤죠, 어찌나 코끝 찡하던지…"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5.07.16 03:00 | 수정 : 2015.07.16 10:06

[뮤지컬 '아리랑' 주연 안재욱·서범석]

민족지사 송수익役 맡아
"나라 위해 私財 턴 인물… 수난의 역사 속에서도 희망을 주는 공연 될 것"

안재욱, 서범석 배우 사진
안재욱, 서범석 배우가 각각 송수익으로 분장한 모습.
"작품 연습을 하면서 전국 각지 '아리랑'을 다 들어봤습니다.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다 알고 있던 노래라고 생각했었는데…."(안재욱)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만 나오면 다들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습니다. 신기한 일이죠!"(서범석)

불혹 넘긴 두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아리랑'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털어놨다. 16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대형 창작 뮤지컬 '아리랑'(극본·연출 고선웅)에서 주연을 맡은 안재욱(44)과 서범석(46)이다. 이들은 독립운동가이자 민족 지사인 주인공 '송수익' 역을 맡아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경력 20년 넘는 배우이자 1세대 한류(韓流) 스타인 안재욱은 최근 '태양왕' '황태자 루돌프' 같은 대형 뮤지컬에서 주연을 맡은 뮤지컬 스타이기도 하다. 그가 출연하는 날이면 중국·일본 여성 팬들이 로비로 우르르 몰려든다. 그는 올해 초 '아리랑' 출연 제의를 받고 '아, 한번 해봐야겠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저도 모르게 스스로를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배우로서 캐릭터는 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건데 말이죠." 그런데 안재욱이 지난달 초 뮤지컬 배우 최현주(35)와 결혼하게 되면서 연습 일정이 결혼 준비 기간과 겹치게 됐다. 고민하는 걸 눈치 챈 신부가 당차게 말했다. "오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냥 해요! 내가 다 이해할게." 신혼여행을 미루고 연습에 뛰어든 동안 아내가 임신하는 경사가 생겼다.

숱한 뮤지컬과 연극에서 주연을 맡아 온 서범석은 최근 들어 판소리꾼으로 나온 '서편제', 위안부 문제를 다룬 '꽃신', 세종대왕 역을 맡은 '뿌리 깊은 나무' 등 토속적이거나 민족적인 역할로 유독 많이 출연했다. "제가 좀 그래요.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나이키 신발 찾을 때 저는 고무신 신고 싶었고요, 지금도 팝송보다 판소리나 마당놀이가 더 끌려요." 우연히 일제 강점기 영화 '아리랑'을 감독한 나운규의 사진을 보곤 깜짝 놀랐는데, 눈을 부릅뜬 모습이 자신과 너무 닮아서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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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리랑’의 주인공 송수익 역을 맡은 안재욱(왼쪽)과 서범석은 “희망의 에너지를 전해주는 뮤지컬”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두 사람은 "송수익은 다른 작품의 주연보다는 비중이 작지만,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라고 했다. "개인의 행복 대신 사재(私財)를 털어 나라를 위해 나서는 인물입니다. 정의로우면서도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지요."(서범석) "민족의 아픔은 누구에게나 똑같잖아요. 아프면 아픈 대로 눈물을 흘리고 싶은 건데…. 양반이라서 그런 감정을 다 드러낼 수 없으니까 대단히 절제된 연기가 필요해요."(안재욱)

함께 작업하는 배우와 스태프에 대해 이들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았다. "고선웅 연출가는 배우들한테 정말 좋은 에너지를 주는 분이에요. 자기 색깔이 있는데도 강요를 하지 않아요." "김우형·카이(양치성 역) 하고 윤공주·임혜영(수국 역)은 다들 자기가 주인공인 줄 알고 엄청나게 열심히 연습해요." "감골댁으로 나오는 김성녀 선생은 이 작품이 '뮤지컬 감골댁'인 줄 알고 계세요." 옥비 역으로 나와 구성진 창(唱)을 뽑아내는 국립창극단원 이소연에 대해선 "출연 배우들 사이에서 팬클럽이 결성됐다" "국가가 보호해 줘야 될 배우"라고 입을 모았다.

안 그래도 힘든 일상을 사는 관객이 뮤지컬 공연장에서까지 '수난의 이야기'를 봐야 할까. 안재욱이 목소리를 높였다. "수난의 역사를 겪긴 했지만, 우리는 견뎠고, 결국 살아남았지 않습니까? 이 작품은 그런 삶을 보여주는 겁니다." 서범석이 맞장구를 쳤다. "절대 암울한 작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주는 뮤지컬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