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14 09:38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고은령(35) 스튜디오뮤지컬 대표를 만난 내내 든 생각이다.
KBS 공채 31기 아나운서 출신인 그녀는 팟캐스트인 '자리주삼', 공연문화소외계층인 시각 장애인을 위한 뮤지컬 '배리어 프리'(barrier-free)를 제작하는 이 법인 기업을 꿋꿋하게 이끌고 있다.
공연이 좋아 5년 만에 KBS를 퇴사하고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 예술전문사(석사) 과정에 입학한 그녀다.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뮤지컬 대중화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는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 조만간 홍대 인근에 스튜디오가 딸린 사무실을 여는 고 대표를 최근 만났다.
-요새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신과 함께 - 저승편' 프레스콜 사회를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아나운서 출신인데다가 뮤지컬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 진행이 매끄럽더라고요.
"뮤지컬이나 연극에 애정을 가지고 있고 친한 배우들도 있어서 한번 MC를 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작사 예산에 부담 없이 사회를 볼 수 있거든요(웃음)."
-지난해 말 '빨래'에 이어 올해 초 선보인 배리어 프리 공연 '당신만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시각장애인이 직접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이었고, '당신만이'에는 시각 장애인 두 명이 배우로 참여하기도 했죠. "2012년부터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기존 뮤지컬 작품을 각색해 오디오북 형태로 만들고, 시각장애 복지관에 기증을 해왔죠. 그러다 시각 장애인분들이 직업 공연을 향유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공연은 아무래도 현장성이 있잖아요. '빨래' 때 반응이 너무 좋았고 '당신만이' 때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말씀도 하셨죠. 18일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배리어 프리 공연 '홀연했던 사나이'(오세혁 작)를 올려요. 이번에는 노래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 우선 시각장애인 한 분이 해설자로 참여하죠."
-공연에 참여하신 장애인분들의 변화가 있었나요?
"한분은 한동안 예민하고 많이 우울해하셨는데 공연을 하면서 많이 행복해하셨어요. 이후 많이 밝아지셨고요."
-스튜디오뮤지컬의 앞으로 활동 방향은 어떤가요?
"올해는 자립이 목표에요. 가능성을 보시고 현대차 정몽구 재단 등에서 지원도 해주시게 됐죠. 그런 지원을 영리하게 잘 써야죠. 이와 함께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연계해서 여러 사업도 하려고 해요. 학생들이 팟캐스트 만드는 체험도 하고 뮤지컬 장면을 실습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거죠. 홍보를 맡아서 하는 일도 생각 중이에요. 저희 팟캐스트가 예술 분야 쪽 1위를 찍기도 했거든요. 갈라 콘서트의 홍보를 맡기도 했죠. 이번에 열리는 제4회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상설 전시 기획을 맡았는데 관객들이 뮤지컬을 오디오북, 전시 등 다양한 형태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갤러리를 바꾸려고 구상 중이죠. 이런 기획도 많이 하고 싶고요."
-뮤지컬에는 어떻게 빠져드시게 된 건가요?
"제가 부산 사람이에요. 중학교 때 '이수일과 심순애'를 각색한 나현희·이상우 씨 주연의 뮤지컬 '스타가 될거야'를 우연히 보러 간 뒤 신세계를 만나게 됐죠. 부산이 뮤지컬을 많이 공연하지 않는데 공연 올 때마다 교복을 입고 혼자 보러 갔어요. 그 당시 본 '스타가 될거야'를 비롯해 '신의 아그네스' '콘트라 베이스'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제 최고 뮤지컬이죠. 아무래도 감수성이 예민한 때 본 작품들이라서요(웃음)."
-뮤지컬이 왜 그렇게 좋나요?
"무대 위헤서 감정을 토해내는 방식과 배우들의 호흡이 참 좋아요. 영화와 드라마와 달리 현장에서 분출하는 '카타르시스'가 있잖아요. 어린시절에는 누구나 그렇듯 '나도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컸지만 대학교 때 연극반을 하면서 그 길은 제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도 아나운서라는 좋은 직업을 5년 만에 그만두고 나오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부산KBS에서 근무하면서 문화 관련 행사나 프로그램의 진행을 많이 맡았어요.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구게 무용제 등을 비롯해 4년 동안 미술, 연극 등 모든 예술을 다루는 프로그램과 함께 했죠. 그 때 선배 PD를 잘 만났어요. 예술에 대해 공부하라고 아이디어도 많이 주시고 책도 사주시고 했죠. 그러면서 공연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커졌죠. 갑자기 결정한 것이 아니라 천천히 생각이 굳어진 만큼 막상 그만둘 때는 어렵지 않았어요."
-한예종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건 어땠나요?
"연극 이론을 공부하는데 저와는 거리감이 느껴졌어요. 저만이 할 수 있는 걸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방송을 접목할 수 있는 팟캐스트를 떠올린 거죠. 2000년대 초반 뉴욕 라디오코리아에서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한 적도 있었거든요."
-스튜디오뮤지컬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처음부터 스튜디오뮤지컬을 회사로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동아리처럼 즐겁게 시작한 것인데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죠. 지속 가능하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현대차 정몽구재단처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힘을 내고 있죠. 제가 결혼은 했지만 아직 자식은 없는데 스튜디오뮤지컬이 제게 자식 같은 존재죠."
-뮤지컬은 아직 한국에서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저희 어머니도 뮤지컬을 잘 모르셨는데 몇 편 추천드렸더니 지금은 뮤지컬을 사랑하시거든요. 앞으로 스튜디오뮤지컬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이 '큐레이션'이에요. 대중에게 뮤지컬을 소개하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결국 '뮤지컬 큐레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죠."
KBS 공채 31기 아나운서 출신인 그녀는 팟캐스트인 '자리주삼', 공연문화소외계층인 시각 장애인을 위한 뮤지컬 '배리어 프리'(barrier-free)를 제작하는 이 법인 기업을 꿋꿋하게 이끌고 있다.
공연이 좋아 5년 만에 KBS를 퇴사하고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 예술전문사(석사) 과정에 입학한 그녀다.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뮤지컬 대중화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는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 조만간 홍대 인근에 스튜디오가 딸린 사무실을 여는 고 대표를 최근 만났다.
-요새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신과 함께 - 저승편' 프레스콜 사회를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아나운서 출신인데다가 뮤지컬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 진행이 매끄럽더라고요.
"뮤지컬이나 연극에 애정을 가지고 있고 친한 배우들도 있어서 한번 MC를 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작사 예산에 부담 없이 사회를 볼 수 있거든요(웃음)."
-지난해 말 '빨래'에 이어 올해 초 선보인 배리어 프리 공연 '당신만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시각장애인이 직접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이었고, '당신만이'에는 시각 장애인 두 명이 배우로 참여하기도 했죠. "2012년부터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기존 뮤지컬 작품을 각색해 오디오북 형태로 만들고, 시각장애 복지관에 기증을 해왔죠. 그러다 시각 장애인분들이 직업 공연을 향유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공연은 아무래도 현장성이 있잖아요. '빨래' 때 반응이 너무 좋았고 '당신만이' 때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말씀도 하셨죠. 18일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배리어 프리 공연 '홀연했던 사나이'(오세혁 작)를 올려요. 이번에는 노래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 우선 시각장애인 한 분이 해설자로 참여하죠."
-공연에 참여하신 장애인분들의 변화가 있었나요?
"한분은 한동안 예민하고 많이 우울해하셨는데 공연을 하면서 많이 행복해하셨어요. 이후 많이 밝아지셨고요."
-스튜디오뮤지컬의 앞으로 활동 방향은 어떤가요?
"올해는 자립이 목표에요. 가능성을 보시고 현대차 정몽구 재단 등에서 지원도 해주시게 됐죠. 그런 지원을 영리하게 잘 써야죠. 이와 함께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연계해서 여러 사업도 하려고 해요. 학생들이 팟캐스트 만드는 체험도 하고 뮤지컬 장면을 실습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거죠. 홍보를 맡아서 하는 일도 생각 중이에요. 저희 팟캐스트가 예술 분야 쪽 1위를 찍기도 했거든요. 갈라 콘서트의 홍보를 맡기도 했죠. 이번에 열리는 제4회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상설 전시 기획을 맡았는데 관객들이 뮤지컬을 오디오북, 전시 등 다양한 형태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갤러리를 바꾸려고 구상 중이죠. 이런 기획도 많이 하고 싶고요."
-뮤지컬에는 어떻게 빠져드시게 된 건가요?
"제가 부산 사람이에요. 중학교 때 '이수일과 심순애'를 각색한 나현희·이상우 씨 주연의 뮤지컬 '스타가 될거야'를 우연히 보러 간 뒤 신세계를 만나게 됐죠. 부산이 뮤지컬을 많이 공연하지 않는데 공연 올 때마다 교복을 입고 혼자 보러 갔어요. 그 당시 본 '스타가 될거야'를 비롯해 '신의 아그네스' '콘트라 베이스'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제 최고 뮤지컬이죠. 아무래도 감수성이 예민한 때 본 작품들이라서요(웃음)."
-뮤지컬이 왜 그렇게 좋나요?
"무대 위헤서 감정을 토해내는 방식과 배우들의 호흡이 참 좋아요. 영화와 드라마와 달리 현장에서 분출하는 '카타르시스'가 있잖아요. 어린시절에는 누구나 그렇듯 '나도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컸지만 대학교 때 연극반을 하면서 그 길은 제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도 아나운서라는 좋은 직업을 5년 만에 그만두고 나오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부산KBS에서 근무하면서 문화 관련 행사나 프로그램의 진행을 많이 맡았어요.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구게 무용제 등을 비롯해 4년 동안 미술, 연극 등 모든 예술을 다루는 프로그램과 함께 했죠. 그 때 선배 PD를 잘 만났어요. 예술에 대해 공부하라고 아이디어도 많이 주시고 책도 사주시고 했죠. 그러면서 공연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커졌죠. 갑자기 결정한 것이 아니라 천천히 생각이 굳어진 만큼 막상 그만둘 때는 어렵지 않았어요."
-한예종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건 어땠나요?
"연극 이론을 공부하는데 저와는 거리감이 느껴졌어요. 저만이 할 수 있는 걸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방송을 접목할 수 있는 팟캐스트를 떠올린 거죠. 2000년대 초반 뉴욕 라디오코리아에서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한 적도 있었거든요."
-스튜디오뮤지컬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처음부터 스튜디오뮤지컬을 회사로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동아리처럼 즐겁게 시작한 것인데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죠. 지속 가능하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현대차 정몽구재단처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힘을 내고 있죠. 제가 결혼은 했지만 아직 자식은 없는데 스튜디오뮤지컬이 제게 자식 같은 존재죠."
-뮤지컬은 아직 한국에서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저희 어머니도 뮤지컬을 잘 모르셨는데 몇 편 추천드렸더니 지금은 뮤지컬을 사랑하시거든요. 앞으로 스튜디오뮤지컬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이 '큐레이션'이에요. 대중에게 뮤지컬을 소개하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결국 '뮤지컬 큐레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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