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13 03:00
[연극 리뷰] 인간동물원초
손을 뻗으면 배우 몸에 닿을 듯한 좁디좁은 소극장 무대 위, 12명의 배우가 한꺼번에 등장한다. 열 명은 머리를 빡빡 깎고 지저분한 러닝셔츠와 팬티 차림으로 주저앉아 있다. 이곳은 감옥이다. 마치 동물원의 우리 안처럼 죄수들은 동물적인 본능으로 위계질서를 형성함으로써 생존을 이어간다. 그들은 때론 짐승처럼 울부짖거나 발광하기도 한다.
놀랍다. 90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물론, 수시로 바가지로 머리에 얼음물을 끼얹는 듯한 충격을 받게 된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 중 상당수를 '끓인 지 한참 지난 매운탕'에 비유한다면, 극단 신세계의 연극 '인간동물원초(人間動物園抄)'는 '펄펄 뛰는 활어회'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행하는 폭력, 옛 권력과 새로운 권력의 잔인한 신경전, 권력이 더 큰 권력 앞에 무너지는 광경이 날것의 모습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놀랍다. 90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물론, 수시로 바가지로 머리에 얼음물을 끼얹는 듯한 충격을 받게 된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 중 상당수를 '끓인 지 한참 지난 매운탕'에 비유한다면, 극단 신세계의 연극 '인간동물원초(人間動物園抄)'는 '펄펄 뛰는 활어회'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행하는 폭력, 옛 권력과 새로운 권력의 잔인한 신경전, 권력이 더 큰 권력 앞에 무너지는 광경이 날것의 모습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김수정 각색·연출의 이 작품은 손창섭이 1955년에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무대에 올린 것으로 올해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연출상을 받았다. 제목의 '초(抄)'는 '초록(抄錄)'이란 뜻이니 동물원과도 같은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뽑아 보여준다는 얘기다. 원작은 감옥의 풍경을 통해 사람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전후(戰後)의 암울한 모습을 그렸는데, 연극은 이것을 '과거인지 현재인지 알 수 없는 가상의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경제적 궁핍과 사랑의 결핍이 여전하며, '사회적 적응'이 곧 '강자에 대한 순응'과 다를 바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문제의식이다.
가장 독특한 인물은 한 발짝 물러나 그들 모두를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죄수 '통역관'이다. 지식인인 그는 "약자끼리의 싸움이란 언제나 강자를 위한 자멸입니다" "저 푸른 하늘을 차지하고 싶거든 용감해져야 합니다" 같은 원작의 대사를 통해 틀에 갇혀 사는 인간들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관객에 따라선 수위 높은 폭력과 욕설, 성적(性的) 묘사가 불편할 수도 있다.
▷19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010-8074-7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