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多役, 이 배우들이라면 끄덕여지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5.07.01 23:49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여주인공 김지현·정연
14일 개막, 영국産 3부작에서 강렬한 심리극 펼치는 2인
"어디서도 보지못한 연극 될 것"

"연습하다 너무 힘들어서 다리가 덜덜 떨리더라고요."(김지현)

"그래도 이렇게 원 없이 연기해볼 만한 연극은 드물죠."(정연)

연극을 보러 극장에 들어선 관객은 좁은 호텔 방 안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방은 관객의 코앞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는 무대이기도 하다. 여기서 10년씩의 시간차를 두고 각각 독립된 세 가지 에피소드가 펼쳐지지만 세 명의 배우는 같은 사람이다. 그중 여배우는 수다스러운 쇼걸이 되기도 하고 광기 어린 복수의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연극‘카포네 트릴로지’에 더블 캐스트로 출연하는 김지현(왼쪽)과 정연.
연극‘카포네 트릴로지’에 더블 캐스트로 출연하는 김지현(왼쪽)과 정연.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두 사람은 모두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오는 14일 개막하는 독특한 3부작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제이미 윌크스 작, 김태형 연출)는 한 사람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강렬한 심리극을 펼쳐야 하는 어려운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더블 캐스트로 여주인공을 맡는 두 배우는 공연 마니아라면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사람들이다. 1982년생 동갑내기 김지현과 정연. 모두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소속인 두 배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연극과 뮤지컬 양쪽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정연은 김지현에 대해 "첫사랑 역할이라면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배우"라고 말했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2013)에선 누구라도 눈 감고 그려볼 첫사랑의 모습 그대로였다는 것. 김지현은 지난해 명동예술극장의 연극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에서 천진난만한 영혼의 소유자 나스타샤 역을 맡아 관객을 사로잡았다. "제가 실제로 그렇게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어서 연기가 실제론 쉽지 않았어요." 이후 1인 다역(多役)을 해야 하는 뮤지컬 '러브레터'와 연극 '스피킹 인 텅스'에서 주연을 맡았다.

김지현은 정연이 "혼자서 여러 색채의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라고 했다. 콘서트 드라마 '스프링 어게인'에선 12곡을 혼자 다 불렀는데, 록과 재즈에 창(唱)까지 걸쳐 있을 정도로 장르가 다 달랐지만 천연스럽게 소화했다는 얘기다. 정연은 지난해 연극계 최고 흥행작 '유도소년'에서 천진한 듯 야무진 여고생 배드민턴 선수로 등장했다. 잠깐 공연된 모노드라마 뮤지컬 '웨딩 플레이어'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고난도 피아노 연주와 노래·대사를 줄줄 이어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연습을 정말 미친 듯이 했죠. 이젠 뭐든지 못할 게 없다는 용기가 났어요."

두 사람의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고교 때 연극반 활동을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김지현이 정적(靜的)인 과정을 밟아 배우가 된 반면, 정연은 예고에서 성악을 전공하다 한양대 연극과에 진학하고, 돌연 미국에 유학 가서 6년 동안 뮤지컬을 배우는 등 동적(動的)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2008년 김지현이 다른 일정 때문에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에 출연하지 못하게 되자 극단이 구한 '지현이만큼 노래와 연기 되는 배우'가 정연이었다. 같은 연극 출연은 처음인 이들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흥미로운 연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3부작 시간표별 공연) 7월 14일~9월 29일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 (02)541-2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