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29 13:40

스타 현대무용가 차진엽(37)의 무용을 보고 있노라면 '건축'이 떠오른다. 건축가 김수근은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고 말했는데 무용은 '빛(조명)과 움직임(movement)이 짓는 시'라 할 만하다.
언어를 통하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축과 무용은 얼마나 시(詩)적인가. 차진엽의 움직임은 특히 건축구조를 지탱하는 벽돌처럼 절도와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무엇보다 건축도 차진엽의 안무도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차진엽은 "사람의 몸으로 건축을 하고 있어요"라고 눈을 빛냈다.
"건축, 춤 모두 공간 자체가 중요한데 사람이 어떻게 있느냐에 따라 그 공간의 쓰임이 달라지죠. 정기용 건축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를 인상깊게 봤는데 그 분은 화려한 디자인보다 사람들이 드나들 때 편안한 공간을 더 고려하시더라고요. 무용 역시 마찬가지에요. 화려하고 트렌디한 무용도 좋긴 하지만 그 안에 사람이 잘 드나들어야죠."
초연을 앞둔 주호민 원작의 동명웹툰이 바탕인 서울예술단(이사장 이용진)의 창작 가무극(뮤지컬) '신과 함께-저승편'의 현대무용 안무 파트를 차진엽이 맡아 기대가 크다.
저승∙이승∙신화 3부작으로 구성된 웹툰 '신과 함께'는 한국의 민속 신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는데, 이 배경은 사람의 내면을 톺아보기 위한 일종의 무대다.
뮤지컬로 옮겨지는 '신과 함께-저승편'은 저승의 국선 변호사 '진기한'이 평범하게 살다 죽은 소시민 '김자홍'을 변호하는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49일간의 험난한 저승시왕(저승의 10명의 신)과 재판 과정을 그린다. 이와 함께 저승차사(저승사자)가 군 복무 중 억울하게 죽은 '원귀'의 사연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얽힌다. 차진엽이 그리는 '저승'에 대해 미리 들어봤다.
-앞서 연극, 뮤지컬 등 무용 외 작업에 여러 번 참여했다.
"여러 장르를 좋아해요. 이윤택 선생님과도 작업(연희단거리패 '피의 결혼'·2007)했고 작년에는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과도 함께(뮤지컬 '오필리어') 했죠. 조광화 선생님 작업(영상 소리극 '그림 손님'·2007)에도 참여했고요. 다 재미가 있었어요."
-'신과 함께'는 언제 봤나?
"이번에 봤어요. 다른 분들께 '필독서'라며 강조하고 다니죠(웃음). 책('저승편'은 3권짜리 단행본으로 나왔다)을 보고 정말 마음에 들었죠. 한국의 민속 신을 다뤘는데 단테의 '신곡'도 떠오르고. 생각할 거리도 많더라고요."
-안무는 어떻게 구성하고 있나?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요. 다른 작품이 경우 레퍼런스가 있을 수 있는데 저승은 마음대로 상상이 가능하잖아요. 그곳에는 우리가 모르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상상하고 있죠. '유령신부' 등 팀 버튼 영화 같이 동화적이면서도 괴기스러운 느낌도 생각했고, 그로테스크한 독특함이라고 할까요.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어요. 지옥이지만 너무 공포스럽거나 어둡기만 한 곳은 아니죠."
-연출을 맡은 김광보 연출의 의도는 무엇인가?
"어둡고 우울하고 슬프고 통탄만 하는 슬픈 저승이 아니라 '봄소풍'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죽는 것 자체는 물론 슬픈 거지만 저승에서 기분 좋게 누릴 수 있는 걸 상상하는 거죠."
-'신과 함께 - 저승편' 안무를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안무가 필요해서 한다기 보다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움직임들을 만들고 싶어요. 배우의 행위에 대해 단순히 코멘트를 하기 보다 이야기의 맥락, 캐릭터의 상황과 춤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함께 이야기하며 만들어나가고 싶죠. 만화의 캐릭터를 살리고 싶어요. 웹이나 지면으로 봤을 때 캐릭터의 동작들은 다 정지한 상태잖아요. 그 동작들이 무대로 튀어니왔을 때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중요시해야죠. 여기서 근사한 것을 우선시하지는 않아요. 역동적인 리듬을 살리고 싶어요."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가?
"'근사하다' '멋있다'라는 생각보다 한번 잘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거든요(웃음). 연출님 이하 스태프들이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우리네 사는 이야기처럼 느끼셨으면 하죠."
-예술감독으로 있는 콜렉티브 에이(Collective A)는 현대무용뿐 아니라 설치미술, 사운드, 비디오아트 등 다양한 예술 매체를 결합한다.
"결론적으로 제가 만든 안무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들이에요. 결국 춤을 추기 위해서 영상이 필요하고 의상이 근사해야 하는 거죠."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여성' 무용수 겸 안무가로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어느 영역이든 마찬가지죠. 하면서 여러 고비를 견디다 보니 기특하게 잘했구나라는 칭찬도 들을 수 있었죠. 조금씩 상황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화려한 외모의 차진엽은 무대에서 특히 예쁘다. 외모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무대 위에서 존재감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무대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항상 무대에 설 때마다 절박해요. 무용 특성상 언제까지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지 모르잖아요. 최근 출연한 전미숙 선생님의 '아모레 아모레 미오'에서도 다른 사람은 모를 수 있는 실수를 했는데 저는 잠도 못 잤어요. 자료로 남기기 힘든 '순간의 예술'인 만큼 매순간이 중요하죠. 뮤지컬도 마찬가지에요. '신과 함께'같이 좋은 작품이라도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아니면 보기 힘들죠."
'신과 함께 - 저승편' 7월1~1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진기한 김다현·박영수. 강림 송용진·조풍래, 김자홍 정동화·김도빈. 연출 김광보, 극작가 정영, 작곡가 조윤정, 음악감독 변희석, 한국무용 안무가 김혜림, 무대디자인 박동우, 영상디자인 정재진. 4만~8만원. 서울예술단 공연기획팀. 02-523-0986
◇차진엽은 ?
엠넷 '댄싱9'의 심사위원으로 얼굴을 내비칠 당시 화려한 외모와 스타일로 일반 대중에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현대 무용계에서는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왔다.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현대무용팀인 'LDP무용단'을 거쳐 콜렉티브 A 예술감독으로 있다. 네덜란드 '랜덤 컬리즌(Random Collision)' 비상주 안무가, 국립발레단 현대무용트레이너 겸 객원안무가로 활약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대표작 ▲페이크 다이아몬드 ▲로튼 애플 ▲춤, 그녀…미치다
언어를 통하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축과 무용은 얼마나 시(詩)적인가. 차진엽의 움직임은 특히 건축구조를 지탱하는 벽돌처럼 절도와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무엇보다 건축도 차진엽의 안무도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차진엽은 "사람의 몸으로 건축을 하고 있어요"라고 눈을 빛냈다.
"건축, 춤 모두 공간 자체가 중요한데 사람이 어떻게 있느냐에 따라 그 공간의 쓰임이 달라지죠. 정기용 건축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를 인상깊게 봤는데 그 분은 화려한 디자인보다 사람들이 드나들 때 편안한 공간을 더 고려하시더라고요. 무용 역시 마찬가지에요. 화려하고 트렌디한 무용도 좋긴 하지만 그 안에 사람이 잘 드나들어야죠."
초연을 앞둔 주호민 원작의 동명웹툰이 바탕인 서울예술단(이사장 이용진)의 창작 가무극(뮤지컬) '신과 함께-저승편'의 현대무용 안무 파트를 차진엽이 맡아 기대가 크다.
저승∙이승∙신화 3부작으로 구성된 웹툰 '신과 함께'는 한국의 민속 신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는데, 이 배경은 사람의 내면을 톺아보기 위한 일종의 무대다.
뮤지컬로 옮겨지는 '신과 함께-저승편'은 저승의 국선 변호사 '진기한'이 평범하게 살다 죽은 소시민 '김자홍'을 변호하는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49일간의 험난한 저승시왕(저승의 10명의 신)과 재판 과정을 그린다. 이와 함께 저승차사(저승사자)가 군 복무 중 억울하게 죽은 '원귀'의 사연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얽힌다. 차진엽이 그리는 '저승'에 대해 미리 들어봤다.
-앞서 연극, 뮤지컬 등 무용 외 작업에 여러 번 참여했다.
"여러 장르를 좋아해요. 이윤택 선생님과도 작업(연희단거리패 '피의 결혼'·2007)했고 작년에는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과도 함께(뮤지컬 '오필리어') 했죠. 조광화 선생님 작업(영상 소리극 '그림 손님'·2007)에도 참여했고요. 다 재미가 있었어요."
-'신과 함께'는 언제 봤나?
"이번에 봤어요. 다른 분들께 '필독서'라며 강조하고 다니죠(웃음). 책('저승편'은 3권짜리 단행본으로 나왔다)을 보고 정말 마음에 들었죠. 한국의 민속 신을 다뤘는데 단테의 '신곡'도 떠오르고. 생각할 거리도 많더라고요."
-안무는 어떻게 구성하고 있나?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요. 다른 작품이 경우 레퍼런스가 있을 수 있는데 저승은 마음대로 상상이 가능하잖아요. 그곳에는 우리가 모르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상상하고 있죠. '유령신부' 등 팀 버튼 영화 같이 동화적이면서도 괴기스러운 느낌도 생각했고, 그로테스크한 독특함이라고 할까요.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어요. 지옥이지만 너무 공포스럽거나 어둡기만 한 곳은 아니죠."
-연출을 맡은 김광보 연출의 의도는 무엇인가?
"어둡고 우울하고 슬프고 통탄만 하는 슬픈 저승이 아니라 '봄소풍'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죽는 것 자체는 물론 슬픈 거지만 저승에서 기분 좋게 누릴 수 있는 걸 상상하는 거죠."
-'신과 함께 - 저승편' 안무를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안무가 필요해서 한다기 보다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움직임들을 만들고 싶어요. 배우의 행위에 대해 단순히 코멘트를 하기 보다 이야기의 맥락, 캐릭터의 상황과 춤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함께 이야기하며 만들어나가고 싶죠. 만화의 캐릭터를 살리고 싶어요. 웹이나 지면으로 봤을 때 캐릭터의 동작들은 다 정지한 상태잖아요. 그 동작들이 무대로 튀어니왔을 때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중요시해야죠. 여기서 근사한 것을 우선시하지는 않아요. 역동적인 리듬을 살리고 싶어요."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가?
"'근사하다' '멋있다'라는 생각보다 한번 잘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거든요(웃음). 연출님 이하 스태프들이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우리네 사는 이야기처럼 느끼셨으면 하죠."
-예술감독으로 있는 콜렉티브 에이(Collective A)는 현대무용뿐 아니라 설치미술, 사운드, 비디오아트 등 다양한 예술 매체를 결합한다.
"결론적으로 제가 만든 안무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들이에요. 결국 춤을 추기 위해서 영상이 필요하고 의상이 근사해야 하는 거죠."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여성' 무용수 겸 안무가로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어느 영역이든 마찬가지죠. 하면서 여러 고비를 견디다 보니 기특하게 잘했구나라는 칭찬도 들을 수 있었죠. 조금씩 상황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화려한 외모의 차진엽은 무대에서 특히 예쁘다. 외모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무대 위에서 존재감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무대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항상 무대에 설 때마다 절박해요. 무용 특성상 언제까지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지 모르잖아요. 최근 출연한 전미숙 선생님의 '아모레 아모레 미오'에서도 다른 사람은 모를 수 있는 실수를 했는데 저는 잠도 못 잤어요. 자료로 남기기 힘든 '순간의 예술'인 만큼 매순간이 중요하죠. 뮤지컬도 마찬가지에요. '신과 함께'같이 좋은 작품이라도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아니면 보기 힘들죠."
'신과 함께 - 저승편' 7월1~1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진기한 김다현·박영수. 강림 송용진·조풍래, 김자홍 정동화·김도빈. 연출 김광보, 극작가 정영, 작곡가 조윤정, 음악감독 변희석, 한국무용 안무가 김혜림, 무대디자인 박동우, 영상디자인 정재진. 4만~8만원. 서울예술단 공연기획팀. 02-523-0986
◇차진엽은 ?
엠넷 '댄싱9'의 심사위원으로 얼굴을 내비칠 당시 화려한 외모와 스타일로 일반 대중에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현대 무용계에서는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왔다.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현대무용팀인 'LDP무용단'을 거쳐 콜렉티브 A 예술감독으로 있다. 네덜란드 '랜덤 컬리즌(Random Collision)' 비상주 안무가, 국립발레단 현대무용트레이너 겸 객원안무가로 활약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대표작 ▲페이크 다이아몬드 ▲로튼 애플 ▲춤, 그녀…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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