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25 00:46
[뮤지컬 리뷰] 데스노트
홍광호·김준수의 짙은 호소력, 사신役 강홍석 열연 돋보였지만
단순한 무대, 앙상블 역량 부족
좀 놀랐다. 이게 정말 그때 봤던 그 뮤지컬이란 말인가? 지난주 개막한 '데스노트'는 배우들의 가창력이 업그레이드될 경우 작품 수준이 얼마나 올라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 실례(實例)였다. 유려하면서도 짙은 호소력을 지닌 홍광호의 목소리는 삽입곡을 가지고 노는 듯했고, 김준수의 쇳소리에 담긴 혼과 귀기(鬼氣)는 구한말의 판소리 5명창을 연상케 했다. 지난 4월 도쿄 '데스노트' 공연 때 봤던 일본 배우들의 조악한 목소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일본 유명 만화를 원작으로 국내 라이선스 초연 중인 '데스노트'는 1·2차 티켓 판매분 6만장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돌 그룹 JYJ의 김준수가 '엘' 역을 맡았고, 웨스트엔드 진출 배우 홍광호가 '라이토' 역을 맡아 가세했기 때문.
엘리트 대학생 라이토는 이름을 적기만 하면 사람이 죽는 '데스노트'를 줍고 나서 '악인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 이 사건에 뛰어든 탐정 '엘'과 심리전을 벌인다. 2막에서 두 사람이 테니스를 하며 부르는 2중창 '놈의 마음속으로'는 이 작품의 백미. 홍광호·김준수의 목소리는 불에 기름을 붓는 듯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여자 사신(死神) 렘 역 박혜나의 연기와 노래도 좋았지만,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것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집요한 남자 사신 류크 역을 제대로 소화한 강홍석이었다.
한계도 보였다. 철제 난간과 기둥으로 이뤄진 단순한 무대는 대형 뮤지컬에 걸맞지 않았고, 구리야마 다미야(栗山民也)의 연출은 악(惡)의 세계로 들어서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충분히 묘사하지 못했다. 갑자기 끝나버리는 듯한 결말은 생뚱맞았으며, 앙상블(군무와 합창을 맡는 배우)의 역량은 부족했다. 전작 '지킬 앤 하이드'와 '드라큘라'에서 가져온 듯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뛰어난 배우들이 '평균 이하'였던 이 작품을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렸지만, JYJ나 홍광호 등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비싼 티켓을 사서 가야 할 작품인지는 의문이다.
▷8월 1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공연 시간 175분, 1577-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