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22 14:05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이재우(25)에게 발레 '백조의 호수'는 특별하다.
지난해 이 작품을 공연하는 도중 솔리스트에서 수석 무용수로 승급됐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4월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백조의 호수' 직후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재우를 수석무용수로 승급시켰다.
무대에서 무용수의 승격을 발표한 것은 국립발레단 창단 이후 처음이다. 솔리스트 다음 단계는 '그랑 솔리스트'인데, 이를 건너 뛰어 수석 무용수로 단숨에 승격된 것도 파격이었다.
이후 1년 간 무럭무럭 자라난 이재우가 다시 '백조의 호수' 출연을 앞두고 있다.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로 차이콥스키의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마법에 걸려 낮에는 백조로 변하는 공주 '오데트'와 그녀를 마법에서 구하려는 왕자 '지그프리트'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이재우는 이번에도 왕자 역의 '지그프리트', 악마 역의 '로트바르트'를 번갈아 연기하는데 최근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만난 그는 책임감과 함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백조의 호수는 아무래도 의미가 큰 작품이다.
"작년보다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웃음). 동작을 정확히 해야할 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감정도 잘 표현해야죠. 특히 처음에 왕자가 생일을 맞이하는데 기쁜 날이지만 외롭기도 하죠. 게다가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처음 만나는 날이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연기적으로 무수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서 계속 고민하고 있죠."
-수석무용수로 승급하던 당시 감회가 아직도 있나?
"초심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 때 동영상을 가끔식 봐요. 그러면서 마음을 다 잡기도 하고. 그 때 객석에서 눈물을 흘리시던 분들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아직도 찡하죠."
-'백조의 호수'가 발레리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남성 주역 무용수라면 반드시 소화해야만 하는 작품이죠. 제대로 하면 발전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림자 춤' 등 왕자와 악마가 함께 추는 춤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왕자, 악마 둘 다 번갈아 가며 연기해서 양 캐릭터의 동선과 감정을 잘 알 듯하다.
"두 캐릭터의 내면이 달라 재미있어요. 왕자는 서글프고 외롭기 때문에 무엇인가 갈망하죠. 악마는 장난끼가 많은 데 그 장난끼가 사악하죠. '스파르타쿠스'에서 욕망에 충실한 '크라수스'를 연기한 적이 있는데 본능에 충실하면서 연기력이 늘었어요. 한 껍질을 깬 거죠. 무엇보다 그 배역에 맞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데 노력하고 싶어요."
-혹시 '백조의 호수' 왕자와 닮은 부분이 있는가?
"혼자 있는 시간이요(웃음). 무용수는 자기 시간을 이겨야 해요. 연습하는 동안 내내 혼자여야 하는데 그 때 외로움을 느끼는 왕자와 비슷한 거 같아요."
-국립발레단의 그리가비치 버전 '백조의 호수'는 다른 버전과 달리 '해피엔딩'이다.
"마음에 들어요. 좀 더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죠.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은 여운을 줘서 좋지만 관객분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경험도 무용수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죠."
-동갑내기 수석무용수인 이은원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수석무용수로는 둘 다 막내인데 서로 힘이 많이 될 듯하다.
"서로 으쌰으쌰하는 부분이 많아요(웃음). 워낙 강한 아이라서 많이 배우고 있죠. 무대 위에 서면 서로 많이 의지를 해요."
-수석무용수로서 1년은 어땠나? '7번 교향곡' '말광량이 길들이기'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체력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발레 콩쿠르도 함께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더 정신이 없었죠. 근데 정말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특히 몸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건강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걸요. 물론 전에도 열심히 했지만 수석무용수니 연습도 중요하지만 무대 위에서 정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추진력이 생기고, 게으름도 없어지고, 무엇보다 책임감도 생겼죠. 올초 연습하다 허리의 퇴행성 디스크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좀 더 이를 악물고 몸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키라 195㎝로 국내 최장신 발레리노인 이재우는 팔, 다리가 남들보다 길기 때문에 같은 동작을 해도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그는 운동을 쉬지 않고 있다. 몸의 곳곳에 근육을 만들어야 계속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따로 취미를 가질 시간도 없다. 하지만 발레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연신 싱글벙글이다. "무대 위에서 그 캐릭터에 몸과 마음을 맡기며 즐기는 순간의 즐거움은 뭐하고 말할 수 없어요." 이 발레리노 계속 성장하겠다.
24~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지그프리트 프리드만 포겔·김현웅·이영철·허서명·이재우, 오데트·오닐 김지영·이은원·박슬기·김리회 지휘 주디스 얀,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5000~8만원. 국립발레단. 02-587-6181
지난해 이 작품을 공연하는 도중 솔리스트에서 수석 무용수로 승급됐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4월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백조의 호수' 직후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재우를 수석무용수로 승급시켰다.
무대에서 무용수의 승격을 발표한 것은 국립발레단 창단 이후 처음이다. 솔리스트 다음 단계는 '그랑 솔리스트'인데, 이를 건너 뛰어 수석 무용수로 단숨에 승격된 것도 파격이었다.
이후 1년 간 무럭무럭 자라난 이재우가 다시 '백조의 호수' 출연을 앞두고 있다.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로 차이콥스키의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마법에 걸려 낮에는 백조로 변하는 공주 '오데트'와 그녀를 마법에서 구하려는 왕자 '지그프리트'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이재우는 이번에도 왕자 역의 '지그프리트', 악마 역의 '로트바르트'를 번갈아 연기하는데 최근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만난 그는 책임감과 함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백조의 호수는 아무래도 의미가 큰 작품이다.
"작년보다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웃음). 동작을 정확히 해야할 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감정도 잘 표현해야죠. 특히 처음에 왕자가 생일을 맞이하는데 기쁜 날이지만 외롭기도 하죠. 게다가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처음 만나는 날이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연기적으로 무수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서 계속 고민하고 있죠."
-수석무용수로 승급하던 당시 감회가 아직도 있나?
"초심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 때 동영상을 가끔식 봐요. 그러면서 마음을 다 잡기도 하고. 그 때 객석에서 눈물을 흘리시던 분들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아직도 찡하죠."
-'백조의 호수'가 발레리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남성 주역 무용수라면 반드시 소화해야만 하는 작품이죠. 제대로 하면 발전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림자 춤' 등 왕자와 악마가 함께 추는 춤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왕자, 악마 둘 다 번갈아 가며 연기해서 양 캐릭터의 동선과 감정을 잘 알 듯하다.
"두 캐릭터의 내면이 달라 재미있어요. 왕자는 서글프고 외롭기 때문에 무엇인가 갈망하죠. 악마는 장난끼가 많은 데 그 장난끼가 사악하죠. '스파르타쿠스'에서 욕망에 충실한 '크라수스'를 연기한 적이 있는데 본능에 충실하면서 연기력이 늘었어요. 한 껍질을 깬 거죠. 무엇보다 그 배역에 맞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데 노력하고 싶어요."
-혹시 '백조의 호수' 왕자와 닮은 부분이 있는가?
"혼자 있는 시간이요(웃음). 무용수는 자기 시간을 이겨야 해요. 연습하는 동안 내내 혼자여야 하는데 그 때 외로움을 느끼는 왕자와 비슷한 거 같아요."
-국립발레단의 그리가비치 버전 '백조의 호수'는 다른 버전과 달리 '해피엔딩'이다.
"마음에 들어요. 좀 더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죠.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은 여운을 줘서 좋지만 관객분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경험도 무용수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죠."
-동갑내기 수석무용수인 이은원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수석무용수로는 둘 다 막내인데 서로 힘이 많이 될 듯하다.
"서로 으쌰으쌰하는 부분이 많아요(웃음). 워낙 강한 아이라서 많이 배우고 있죠. 무대 위에 서면 서로 많이 의지를 해요."
-수석무용수로서 1년은 어땠나? '7번 교향곡' '말광량이 길들이기'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체력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발레 콩쿠르도 함께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더 정신이 없었죠. 근데 정말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특히 몸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건강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걸요. 물론 전에도 열심히 했지만 수석무용수니 연습도 중요하지만 무대 위에서 정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추진력이 생기고, 게으름도 없어지고, 무엇보다 책임감도 생겼죠. 올초 연습하다 허리의 퇴행성 디스크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좀 더 이를 악물고 몸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키라 195㎝로 국내 최장신 발레리노인 이재우는 팔, 다리가 남들보다 길기 때문에 같은 동작을 해도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그는 운동을 쉬지 않고 있다. 몸의 곳곳에 근육을 만들어야 계속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따로 취미를 가질 시간도 없다. 하지만 발레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연신 싱글벙글이다. "무대 위에서 그 캐릭터에 몸과 마음을 맡기며 즐기는 순간의 즐거움은 뭐하고 말할 수 없어요." 이 발레리노 계속 성장하겠다.
24~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지그프리트 프리드만 포겔·김현웅·이영철·허서명·이재우, 오데트·오닐 김지영·이은원·박슬기·김리회 지휘 주디스 얀,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5000~8만원. 국립발레단. 02-587-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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