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우 "새로운 지젤 해석, 어렵지만 재밌어"

  • 뉴시스

입력 : 2015.06.12 09:56

발레 '그램 머피의 지젤' 알브레히트역
기본 줄거리 빼곤 모두 바꾼 혁신작품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세계 초연을 앞두고 있는 발레 '그램 머피의 지젤'의 핵심은 새로움이다.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그램 머피(65)가 이 발레단을 위해 클래식 발레의 고전인 '지젤'을 재해석했다.

'지젤'이 귀족 '알브레히트'를 만나 사랑을 하다가 배신을 당한다는 기본 줄거리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바뀐다. 음악, 안무, 세트, 의상 등이 새롭게 탈바꿈한다.

머피의 선택을 받은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강민우(27)도 주역 무용수 중 가장 새롭다. 고전 발레 '지젤'을 건너 뛰고 '그램 머피의 지젤'을 통해 '알브레히트'로 데뷔하게 됐다. 겨울 시즌의 레퍼토리인 '호두까기 인형'을 제외하고 주역을 맡는 것도 처음이다.

최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강민우는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클래식 지젤이 아닌 완전 새로운 스타일의 '지젤'이라 많이 어렵죠. 처음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참조할 것이 없으니까요. 머피 선생님 개인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다른 안무 영상을 보며 공부했어요(웃음)."

현대 무용 같은 독특한 포즈의 안무와 클래식한 마임이 아닌 새로운 상황에서 설정된 마임을 익히느라 고생했다. "동작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으로도 심리 상태를 표현해야 했어요. 제대로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초연이라 기준도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나름대로 해석을 하자고 생각했죠. 계속 생각하느라 잠도 못 자고 있어요."

19세기 낭만주의의 흐름을 타고 만들어진 '지젤'은 낭만주의 대표 발레리나 카를로타 그리지의 춤을 본 작가 테오필 고티에가 발레 각본을 썼다. 하인리히 하이네가 쓴 시구에서 빌리(Wili)라는 처녀귀신들의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받았다. 아돌파 아당이 음악을 맡아 1841년 초연했다.

순박한 시골 처녀 지젤이 귀족 '알브레이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나중에 충격을 받아 심장마비로 죽은 지젤은 뒤에 처녀귀신이 돼 알브레이트를 죽을 위기에서 구한다

'그램 머피의 지젤'은 원작처럼 농민과 귀족으로 신분을 나누는 대신 같은 가치를 지닌 다른 세계로 나눈다. 지젤이 사는 세상이 현실적이고 자연과 가깝고 소박한 세계라면 알브레히트가 사는 쪽은 더 물질적이고 미래적이며 테크놀로지적이다. 알브레히트는 소박한 기쁨과 가치를 추구하다 지젤을 사랑하게 된다. 이 순간은 강민우를 위한 장면이다. 그는 알브레히트가 지젤을 처음 본 순간을 연기할 때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클래식 '지젤'의 알브레히트보다 담백하다는 뜻일 텐데 일본에서 '꽃미남 발레돌'로 주목 받고 있는, 쑥스러운 미소가 인상적인 강민우와 어울린다.

"1막에서 지젤을 처음 만나 첫 눈에 반하고 그 상태에서 춤을 추면서 풍기는 설렘, 그 감정을 어느 신의 감정보다 잘 전달하고 싶어요."

음악은 '마오의 라스트 댄서' 음악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고든이 모두 새로 만들었다. 클래식 '지젤'의 음악은 2마디 가량만 사용했다. "어려워요. 맨 처음에는 듣고 춤을 추기도 어려웠죠. 그런데 들으면 들을 수록 멜로디나 액센트가 좋아요.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거든요.머피 선생님이 스토리를 짜고 고든 작곡가님이 그 위에 바로 음악을 입혀서 퍼즐처럼 이야기와 음악이 딱 맞아요."

신작이라 이처럼 어려운 점이 많지만 새로운 창작은 즐겁다고 했다. "마음대로 해석을 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머피 선생님도 마음에 들어하시면 신나죠. 과정을 생각하고 그 과정을 익히는 게 공부도 많이 됩니다."

마른 체형의 강민우는 아홉 살 때 운동장에서 뛰어놀면 흙먼지 때문에 기침이 계속 나올 정도로 약한 소년이었다. 어머니가 경기 일산으로 이사간 날 첫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던 광고를 보고 그를 운동도 시킬 겸 다음 날 발레학원에 보낸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인연이 됐다.

"처음에는 수동적이었는데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현재 영재교육원)에 다니면서 또래 남자들을 만나고 거기서 경쟁 의식도 생기고 우정도 생기면서 흥미를 느꼈죠."

이후 2013년 존 크랑코의 드라마 발레 '오네긴'에서 섬세하고 예민한 '렌스키' 역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솔리스트로 승급한 것이 발레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문훈숙 단장님께 제가 어떤 역을 맡고 싶다고 말씀드렸던 것이 그 때가 처음이었죠"라고 웃었다. "알브레히트가 두 번째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르겠어요. 우선 공연을 잘 끝내야죠"라고 소년처럼 웃는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유니버설발레단 '그램 머피의 지젤' : 지젤 황혜민·강미선·김나은, 알브레히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이동탁. 13~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휘 미하일 그라노프스키, 협연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러닝타임 100분. 1만~10만원. 02- 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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