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스 따라잡기] 매출 1조5200억, 브로드웨이 흥행의 비밀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5.06.05 16:34

'뉴욕에 가면 꼭 ○○봐야 한다' 지구촌 관광객에게 입소문 내고
할리우드스타 기용, 부자들 공략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는 브로드웨이 공연을 홍보하는 전광판으로 365일 잠들지 않는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는 브로드웨이 공연을 홍보하는 전광판으로 365일 잠들지 않는다. /Ralf Kayser·위키피디아
해마다 연극과 뮤지컬 50여편이 격전을 벌이는 '총성 없는 전쟁터' 브로드웨이에서 2014~2015년 시즌에 역대 최고 매출 기록이 나왔다. 지난달 연간 결산에서 맨해튼의 극장 40곳이 불러모은 관객이 1310만4078명, 매출로는 13억7000만 달러(약 1조5200억원)를 올렸다고 뉴욕 극장주·프로듀서 연합인 브로드웨이연맹이 최근 발표했다. 직전 해와 비교해 관객 수로는 7.3%, 매출로는 7.6% 증가했다. '매출의 왕'인 '라이언 킹'이 1억200만 달러, '위키드'가 9200만 달러, '북 오브 몰몬'이 8400만 달러 등을 거둬들였다.

브로드웨이는 관광객이라는 태양열에 의해 돌아가는 거대한 모터와 같다. 관객 중 관광객이 약 40%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5640만명이었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뉴욕 관광객들은 요즘 짧게 체류하고 적게 쓴다는 게 뉴욕관광청의 분석이다. 브로드웨이 제작사들은 '사전 포섭 전략'을 쓴다. 최대 공략처는 브라질. 브라질 사람들은 영국에 이어 둘째로 뉴욕을 많이 찾는다. 라이언 킹, 킹키부츠 제작진은 상파울루에 원정 홍보팀을 파견해 "뉴욕에 가면 꼭 ○○○을 봐야 한다더라"는 입소문을 현지에 퍼뜨린다.

소문이나 마음만 잡는 것으론 불안하다. 관광객의 얇은 주머니보다 부자들의 두툼한 지갑을 공략한다. 이른바 프리미엄 가격 정책. 무대와 가까운 앞줄 좋은 좌석 가격을 400달러(약 44만원)에서 600달러(약 66만원)까지 매긴다.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이 TV스타나 영화 배우다. 줄리아 로버츠와 톰 행크스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면 600달러라도 괜찮다는 부자들을 끌어모은다. 할리우드 배우에게는 스크린으로는 다 보여주지 못한 연기력을 과시하거나, (연기력이 없다면) 허영심을 채울 기회가 된다. 영화 '더 퀸'으로 2006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헬렌 미렌은 지난 2월부터 연극 '오디언스(The Audience)'에 출연 중이다. 개막 넉 달째인 '오디언스'의 매출은 1600만 달러(약 177억원)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스타가 등장하는 기간은 한정돼 있다. 각종 수집품의 한정판이 사람들을 줄 세우고 가격을 올리는 것처럼, 스타의 공연은 소수만이 공유한다는 만족감을 안겨준다. '그래도 너무 비싸지 않으냐'는 의구심을 일거에 불식한 주인공이 '엑스맨' 휴 잭맨이다. 2011년 자신의 이름을 건 '휴 잭맨: 다시 브로드웨이로' 공연으로 8회에 146만8189달러(약 16억2500만원)를 벌어들였다. 하룻밤에 2억원이 넘는 매출은 프리미엄 티켓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후 '북 오브 몰몬' 등 인기 공연은 스타 없이도 자신 있게 400달러 이상을 책정해 돈방석에 앉았다. 현재 공연 중인 '헤드윅'은 소극장 뮤지컬임에도 고가(高價) 정책에, 입석표까지 판매해 점유율 118%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엔 유연 가격 정책도 도입했다. 일종의 빅 데이터를 이용한 전략으로, 매표 경향, 요일, 날씨 등을 바탕으로 그날 최고가와 최저가를 정한다. '이 값에도 보겠지'라는 자신감과 '이래도 안 보시겠습니까'라는 유혹의 손짓에 많은 관객이 지갑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