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삼풍백화점 붕괴' 20주기 아픔 달랜다

  • 뉴시스

입력 : 2015.06.04 16:46

"잠시 후 /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처참한 광경들이 / 눈 앞에 펼쳐졌다 / 이곳 저곳에 매달린 사람들이며 / 이곳 저곳에 파묻힌 사람들이며 / 이곳 저곳에 부딪히고 그을린 흔적들이며 / 아이를 끌어안고 웅크린 엄마 / 두손 꼭 잡고 쓰러져 있는 부부 / 세상에 나온지 얼마 안 된 학생들 / 그보다 더 세상에 나온지 얼마 안 된 아가들 / 그리고 / 그리고"(판소리 '유월소리 - 민간구조대' 편 대본)

명창 안숙선(66·국립국악원 예술감독)이 '삼풍백화점 붕괴' 희생자들의 아픔을 달랜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은 오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20주기를 맞아 사고 당시 민간구조대의 실화를 담은 창작판소리 '유월소리'를 선보인다고 4일 밝혔다

당시 민간구조대원으로 활동한 최영섭(57)씨의 증언이 토대다. 안숙선과 극작가 오세혁(34·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대표)이 제작한 판소리 공연이다.

서울문화재단 '메모리인(人)서울프로젝트'의 하나다.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드는 이 프로젝트는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기억을 목소리로 채록, 사장될 수 있는 고유의 미시사적 스토리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8월부터 '서울의 아픔, 삼풍백화점'이라는 주제로 동화작가, 영화PD, 사진작가 등 15명의 기억수집가들이 유가족, 생존자, 구조대, 봉사자 등 100여 명의 시민을 만나 삼풍백화점에 관한 흔적을 수집해왔다.

실제 인터뷰를 토대로 창작한 '유월소리'는 참사 당시 상황을 극명히 대비되는 지하와 지상의 소리로 표현해 낸다.

무너진 백화점 지하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해 민간구조대가 내던 망치질 소리, 취재경쟁을 위해 뜬 헬리콥터 소리, 시시비비를 가리는 사람들의 소리 등이 안숙선 명창의 목소리로 되살아난다.

서울문화재단은 "20년이란 시간이 흘러 삼풍백화점의 존재조차 아득해진 지금, 그 날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소리들은 과거의 아픔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수였던 최씨는 장비가 부족해 구조 활동이 어렵다는 속보를 듣자마자 톱과 장비를 들고 바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그는 "현장에 모인 민간구조대원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라면박스에 서로의 신상정보를 기록해두며 구조 활동을 펼쳤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메모리인(人)서울프로젝트'를 통해 수집된 100여 개의 에피소드는 판소리에 이어 전시, 구술집 등 다양한 2차 문화예술콘텐츠로 제작된다. 오는 24일부터 7월 5일까지 시민청 시민플라자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시 '기억 속의 우리, 우리 안의 기억. 삼풍'(큐레이터 엄광현)이 대표적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억수집과 문화예술콘텐츠 제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 포털사이트 다음(Daum)은 지난 4월부터 '다음뉴스펀딩'을 통해 그동안 수집된 기억들을 연재하고 기억수집활동과 콘텐츠 제작을 위한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6월4일 현재 105명의 네티즌이 참여해 175만5000원이 모였다. 이 기부금으로 연말까지 삼풍백화점 구술집을 제작해 공공도서관 및 학교 도서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모금활동은 오는 29일까지 이어진다.

'유월소리'는 24일 오후 7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선보인다. 무료. 02-3290-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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