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웨스트엔드 주역 김수하 "아직 믿기지 않아요"

  • 뉴시스

입력 : 2015.06.04 09:34

뮤지컬배우 김수하(21)가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킴' 역을 통해 한국 뮤지컬배우로는 처음으로 주역을 맡아 웨스트엔드 무대에 오른다.

영국에 머물고 있는 김수하는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글에는 설렘과 함께 감사함이 오롯이 묻어났다.

소속사 라온뮤직에 따르면, '미스사이공' 제작사 카메론 매킨토시사는 지난 3월 이 뮤지컬의 한국 라이선스 사인 KCMI에 영상 오디션 요청을 했고 그 결과 김수하가 킴 언더스터디(대체 배우)로 최종 합격했다. 지난 4월11일 출국, 지난달 11일부터 '뉴 캐스트 미스사이공' 팀에 합류했다,

"믿을 수가 없었죠. 말로만 듣던 웨스트엔드에 공연을 하러가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어요. 웨스트엔드 진출 첫 여자배우로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죠."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월남전에 파병된 미국인 병사 '크리스'와 현지 여인 '킴'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1989년 런던 공연 이후 15개 언어로 28개국, 3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연했다.

김수하가 오르는 무대는 이 뮤지컬의 25주년 기념 뉴 프로덕션이다.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김수하는 11일을 시작으로 13, 18, 20일 무대에 킴 역으로 오른다. 앞서 뮤지컬스타 홍광호가 지난해 이 프로덕션에서 '투이'를 맡아 한국 뮤지컬배우 중 주요 배역으로는 처음으로 웨스트엔드를 밟았다. 홍광호에 이어 조상웅이 바통을 이어 받아 투이를 연기 중이다.

김수하는 "매일 앙상블로 무대에 서면서 박수를 받는 것도 너무나 감사한데, 너무나 사랑하는 캐릭터인 킴으로, 그것도 웨스트엔드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영어 가사를 외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영국에 온 4월11일부터 첫 커버 리허설였던 5월30일까지 악보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어요. 오죽하면 영국에 온 지 두 달이 돼가는 지금까지도 빅벤과 런던아이를 보지 못했어요. 주위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도움과 격려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거예요."

김수하는 학생으로서 이 같은 쾌거를 거둬 더 주목된다. 2012년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공연예술과를 뮤지컬전공으로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에서 뮤지컬을 전공(4학년)하고 있다. 같은 과 선배인 뮤지컬스타 양준모와 그의 아내인 맹성연 뮤지컬 음악감독(라온뮤직 대표)에게 연기와 노래 등을 배웠다.

"같이 학교생활 했던 친구들은 신기하다고도 하고 자랑스럽다고도 해줘요. 가장 많은 응원을 해주고 있죠.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배우고 있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축하해줘요. 많은 힘이 됩니다."

양준모·맹성연 부부를 만난 것 역시 대학동기 소개 덕분이었다. 대학동기가 맹성연 음악감독이 작곡을 맡은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앙상블을 한 것이 인연이 됐다.

"맹성연 선생님이 차기작 데모 녹음을 하셔야 했는데, '공동경비구역 JSA'에는 남자 배우밖에 없었죠. 그 친구가 데모 녹음에 함께하게 됐는데 여자 배우를 소개시켜 달라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나와 자신의 친한 언니를 추천해서 처음 만나 뵙게 됐어요.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며 격려해주셨고, 많은 가르침을 받으면서 매니지먼트 관계도 자연스럽게 시작됐죠."

맹성연 음악감독은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가지고" 있고, 양준모에 대해서는 "그처럼 귀여운 남자가 없는데 무대에서 모습과 180˚ 달라 가끔 깜짝깜짝 놀라요"라고 즐거워했다. 일본에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을 연기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가창력으로 내로라하는 양준모를 만나 "소리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고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뮤지컬 '플레이'를 보고 뮤지컬배우를 꿈꿨다는 그는 웨스트엔드로 진출하면서 "이미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라고 전했다. "순간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느끼고 있고,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한 뮤지컬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끈기가 장점인 김수하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예다. 스스로를 "스물한살, 뮤지컬을 너무나 사랑하는 소녀"라면서 "죽을 때까지 무대에서 서고 싶습니다. 그리고 직접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 김수하를요"라고 소개했다.

한국 프로무대에 데뷔하게 되면 "한 캐릭터에 국한되기보다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춤추는 것도 좋아해서 '시카고'의 록시 역할도 해보고 싶고, 킴 만큼 너무나 사랑하는 캐릭터인 '레 미제라블'의 에포닌으로도 무대에 서 보고 싶어요. 라이선스 뮤지컬도 너무 사랑하지만 꼭 창작뮤지컬에도 출연해보고 싶고, '미스사이공'의 킴을 한국에서 꼭 해보고 싶네요(웃음)."

앞으로 웨스트엔드에서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 대한민국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고 싶다"면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더욱 지켜봐주시고 응원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킴으로 데뷔할 날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상상이 안 됩니다. 그저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대에 선 순간을 생각하면 일단 긴장이 되지만 기대도 많이 돼요.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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