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1인극, 막막"…'남한산성아트홀 모노드라마 페스티벌'

  • 뉴시스

입력 : 2015.06.01 14:54

데뷔 50주년을 넘긴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73·사진)도 모노드라마(1인극)는 힘들다고 했다.

그녀는 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남한산성아트홀 모노드라마 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모노드라마는 무섭죠. 배우들은 200~300% 긴장하게 됩니다"며 웃었다.

클래식 모노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 모노드라마 4개 작품에 출연한 박정자는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했는데 무대 위에서 그 막막함, 떨림, 긴장은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국내 첫 모노드라마 축제를 내세운 '남한산성아트홀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은 박정자를 비롯해 명창 안숙선(66)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 배우 김성녀(65)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배우 손숙(71) 등 국내 내로라하는 예술계 여성 거장들의 모노극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무대다.

"돌이켜보면 (모노드라마에 출연한 건) 지옥의 시간이었어요. 사실은 모노드라마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관객에게 다가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 이번에 참여하게 된 건 연출 겸 예술총감독을 맡은 연극연출가 김정옥(73) 얼굴박물관 관장과의 인연 때문이다.

박정자는 대한민국예술원 35대 회장을 지낸 김정옥 연출이 1997년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모노드라마페스티벌'에서 연출한 '그 여자, 억척어멈'에 출연했다.

"브레히트 원작을 한국 식으로 만든 작품인데 도쿄부터 오키니와를 거치면서 공연했어요. 그렇게 떨고 힘들어했는데, 아사히신문이 뽑은 '베스트5'에 뽑히면서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죠. 지금 하라고 하면 겁이 나서, 열 발자국 뒤로 도망갈 수밖에 없어요."

극단 자유(대표 최치림)와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대표 광주도시관리공사 안병균사장)이 함께 여는 이 페스티벌은 12~21일 경기 광주 송정동 남한산성아트홀에서 열린다.

12일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 '심청전'을 시작으로 13~14일 김성녀가 출연하는 극단 미추의 '벽속의 요정 이야기', 19일 박정자의 낭독공연인 '영 이별 영영이별', 20~21일 손숙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공연한다.

판소리가 모노극에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끈다. 안숙선은 "심봉사가 눈 뜨기를 염원하는 마음, 심청이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해주려는 간절한 마음을 소리로, 연기로, 눈빛으로 잘 표현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한국의 판소리는 뮤지컬 모노드라마"라고 정의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판소리가 세계의 모노 드라마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용도 모노드라마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어요. 무용의 극적인 요소를 발전시킬 수 있죠. 남한산성아트홀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은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자 합니다. (부부로서 판소리 작업을 한) 김성녀, 손진책의 판소리도 우리 모노드라마와 연결이 됐으면 좋겠어요."

서울이 아닌 곳에서 페스티벌을 연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서울보다 넓은 의미의 문화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옛날 장터 같은 곳에서도 1인극은 할 수 있습니다."

김 연출은 이와 함께 내년부터 정식으로 여는 이 축제를 국제적인 페스티벌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한산성아트홀을 운영하는 광주도시관리공사 안병균 대표는 이를 위해 ITI(국제극예술협회)의 모노드라마 분과와 제휴한다고 알렸다.

김 연출은 "이전에 '제3세계 연극제'가 의미가 있었던 것은 서구(미국·유럽) 중심이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나라에서 참여했기 때문"이라면서 "모노드라마 페스티벌 역시 서구 국가를 초청하지만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중동, 남미, 동유럽 등의 모노드라마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일흔살이 훌쩍 넘은 김 연출은 모노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깊다. "제가 이제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인데 모노드라마는 나이가 들어서 연출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작업이에요(웃음). 근데 배우들에게는 제일 어려운 세계죠. 배우가 갈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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