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01 09:38

솔리스트이자 노부스 콰르텟 리더 활동 활발
피아니스트계 신성 선우예권과 한 무대 협연
세계 무대를 누비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30)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6)이 한국서 만난다. 김재영이 펼치는 바이올린 리사이틀 '브리티스 & 아메리칸(British & American)'을 통해서다.
좀처럼 한국 무대에서 보기 힘든 두 아티스트를 한 번에, 그것도 평소 듣기 힘든 프로그램으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영국 음악과 미국 음악을 묶는 건 김재영이 아이디어를 냈다.
최근 서초동 예술의전당 인근에서 만난 김재영은 "2년 전 작은 무대에서 연주한 영국 작곡가 엘가가 마음에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엘가의 바이올린 소나타 마단조 작품 82과 할리우드 영화음악·오페라로도 유명한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작곡가 코른골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사장조, 작품 6이 이번 연주회의 뼈대가 됐다.
거기에 영국 작곡가 브리튼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작품 6 중 3개 작품, 프롤로프가 미국 작곡가 거쉰의 곡을 편곡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포기와 베스' 주제의 콘서트 판타지가 덧대졌다. "엘가의 곡들은 광활한데 (비가 자주 오는) 영국 날씨 때문에 그런지 어두운 부분들이 있어요. 코른골트의 이번 곡은 영화음악 같은 화성이 곳곳에 숨어 있어요. 듣기 좋은 멜로디라기 보다 노력해야 들리는 화성을 가지고 있죠. 브리튼은 오프닝 곡으로 제격이에요. 이번에 오프닝인데 그 사람 특유의 위트가 넘치죠. '포기와 베스' 주제의 콘서트 판타지는 바이올린 기교가 너무 어려워요. 다소 재지(Jazzyf)한 곡들이죠. 화려함을 보여드려야 하는데…열심히 해야죠(웃음)."
김재영은 "보통 독일 등의 유럽 작곡가 곡 위주로 공연하는데 영국과 미국 작곡가 공연은 많지 않아 색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재영과 선우예권을 한국 무대에서 만난다는 것 역시 색다르다. 김재영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리더로 유럽이 활동 본거지다.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초로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리사이틀 데뷔를 앞두고 있는 선우예권 역시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아티스트다.
두 사람은 예원학교 선후배 사이지만 지난해 8월 부산 실내악축제에서 처음 만났다. 김재영은 "그 때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한 건 아니었어요. 나중에 함께 연주할 피아니스트를 물색하다가 알맞다 생각했죠.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가 한번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는 힘든데, 선우예권과는 잘 맞았어요"라고 만족해했다.
(인터뷰 당시 러시아에 머물고 있던) 선우예권에 대해서는 양면성이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여겼다. "화려한 색깔을 내는 연주자잖아요. 근데 리허설을 했는데 소리가 좋아서 쳐다볼 정도로 내적인 깊이도 있어요"라고 부연했다.
김재영이 바이올린의 활을 잡기 시작한 건 8세 때.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하면서 좋지 않았던 몸의 쾌유를 경험한 할아버지가 권유했다. 그 역시 몸이 약했기 때문이다. 이후로 바이올린 연주에 빠져든 김재영은 누구 하나 억지로 시키지 않았는데 계속 활을 그었다.
아울러 '바이올리계의 여제' 정경화에게 반해서 그녀가 연주한 곡들이 담긴 테이프, CD를 사모으기 시작하면서 실력도 늘었다. "당연히 연주할 수준이 안 되는데 막 따라해보고 그랬어요. 일종의 정경화 선생님 마니아였죠. 그 당시 곡들의 악보를 수집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악보를 수집 중이에요. 제가 '덕후'(maniac) 기질이 좀 있거든요(웃음)."
인터뷰 내내 쾌할하던 김재영은 바이올린과 공통점을 묻자 "예민하다는 거"라며 미소지었다. "연주가 완벽해질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는데 더 잘하고 싶은 거 있잖아요. 연주자로서는 당연히 악기를 더 잘 연주하고 싶고, 작곡가를 더 잘 이해하고 싶고 그렇잖아요. 그러다보면 예민해지죠."
노부스 콰르텟은 지난해 제11회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하는 등 대한민국 실내악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팀이다. 기존에는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팀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물이 오른 아티스트로 점차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멤버들이 젊고 외모가 준수한 '훈남'들이라 '클래식계 아이돌'이란 수식이 따라다닌다. "저희가 처음에 나왔을 때 '클래식계 F4'라는 수식어도 있었는데 그 때는 싫었어요. 우리 실력이 아무것도 증명이 된 게 없었거든요. 콩쿠르에서 상을 탄 것도 없었고요. 근데 점점 굵직한 경력이 쌓이니 그런 수식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돼요. 저희는 기획사가 만들지 않았어요. 음악을 좋아해서 순수하게 만들어졌죠. (주변의 여러 평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죠."
내년 상반기 중 첫 월드 와이드 앨범을 발매하는 노부스콰르텟은 9월13일 독일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에서 초청연주를 한다. 한국 연주단체로는 처음이다. 독주자나 실내악단도 초청되기는 하지만 베를린필, 보스턴심포니 등 주로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무대를 꾸미는 축제다. "두말 나위 없이 영광이죠. 가서 잘해내야죠."
김재영처럼 현악사중주단 멤버와 솔리스트를 오가며 뚜렷한 성과를 내는 아티스트는 드물다. "제 복이죠. 제 안에서 굳이 역할을 나누기 보다 음악이란 큰 틀 안에서 여러가지를 해내가고 싶어요"라고 눈을 빛냈다.
'브리티시 & 아메리칸' 6월 1일 오후 7시 30분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2만~4만원. MOC프로덕션. 02-338-3816
피아니스트계 신성 선우예권과 한 무대 협연
세계 무대를 누비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30)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6)이 한국서 만난다. 김재영이 펼치는 바이올린 리사이틀 '브리티스 & 아메리칸(British & American)'을 통해서다.
좀처럼 한국 무대에서 보기 힘든 두 아티스트를 한 번에, 그것도 평소 듣기 힘든 프로그램으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영국 음악과 미국 음악을 묶는 건 김재영이 아이디어를 냈다.
최근 서초동 예술의전당 인근에서 만난 김재영은 "2년 전 작은 무대에서 연주한 영국 작곡가 엘가가 마음에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엘가의 바이올린 소나타 마단조 작품 82과 할리우드 영화음악·오페라로도 유명한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작곡가 코른골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사장조, 작품 6이 이번 연주회의 뼈대가 됐다.
거기에 영국 작곡가 브리튼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작품 6 중 3개 작품, 프롤로프가 미국 작곡가 거쉰의 곡을 편곡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포기와 베스' 주제의 콘서트 판타지가 덧대졌다. "엘가의 곡들은 광활한데 (비가 자주 오는) 영국 날씨 때문에 그런지 어두운 부분들이 있어요. 코른골트의 이번 곡은 영화음악 같은 화성이 곳곳에 숨어 있어요. 듣기 좋은 멜로디라기 보다 노력해야 들리는 화성을 가지고 있죠. 브리튼은 오프닝 곡으로 제격이에요. 이번에 오프닝인데 그 사람 특유의 위트가 넘치죠. '포기와 베스' 주제의 콘서트 판타지는 바이올린 기교가 너무 어려워요. 다소 재지(Jazzyf)한 곡들이죠. 화려함을 보여드려야 하는데…열심히 해야죠(웃음)."
김재영은 "보통 독일 등의 유럽 작곡가 곡 위주로 공연하는데 영국과 미국 작곡가 공연은 많지 않아 색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재영과 선우예권을 한국 무대에서 만난다는 것 역시 색다르다. 김재영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리더로 유럽이 활동 본거지다.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초로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리사이틀 데뷔를 앞두고 있는 선우예권 역시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아티스트다.
두 사람은 예원학교 선후배 사이지만 지난해 8월 부산 실내악축제에서 처음 만났다. 김재영은 "그 때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한 건 아니었어요. 나중에 함께 연주할 피아니스트를 물색하다가 알맞다 생각했죠.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가 한번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는 힘든데, 선우예권과는 잘 맞았어요"라고 만족해했다.
(인터뷰 당시 러시아에 머물고 있던) 선우예권에 대해서는 양면성이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여겼다. "화려한 색깔을 내는 연주자잖아요. 근데 리허설을 했는데 소리가 좋아서 쳐다볼 정도로 내적인 깊이도 있어요"라고 부연했다.
김재영이 바이올린의 활을 잡기 시작한 건 8세 때.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하면서 좋지 않았던 몸의 쾌유를 경험한 할아버지가 권유했다. 그 역시 몸이 약했기 때문이다. 이후로 바이올린 연주에 빠져든 김재영은 누구 하나 억지로 시키지 않았는데 계속 활을 그었다.
아울러 '바이올리계의 여제' 정경화에게 반해서 그녀가 연주한 곡들이 담긴 테이프, CD를 사모으기 시작하면서 실력도 늘었다. "당연히 연주할 수준이 안 되는데 막 따라해보고 그랬어요. 일종의 정경화 선생님 마니아였죠. 그 당시 곡들의 악보를 수집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악보를 수집 중이에요. 제가 '덕후'(maniac) 기질이 좀 있거든요(웃음)."
인터뷰 내내 쾌할하던 김재영은 바이올린과 공통점을 묻자 "예민하다는 거"라며 미소지었다. "연주가 완벽해질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는데 더 잘하고 싶은 거 있잖아요. 연주자로서는 당연히 악기를 더 잘 연주하고 싶고, 작곡가를 더 잘 이해하고 싶고 그렇잖아요. 그러다보면 예민해지죠."
노부스 콰르텟은 지난해 제11회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하는 등 대한민국 실내악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팀이다. 기존에는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팀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물이 오른 아티스트로 점차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멤버들이 젊고 외모가 준수한 '훈남'들이라 '클래식계 아이돌'이란 수식이 따라다닌다. "저희가 처음에 나왔을 때 '클래식계 F4'라는 수식어도 있었는데 그 때는 싫었어요. 우리 실력이 아무것도 증명이 된 게 없었거든요. 콩쿠르에서 상을 탄 것도 없었고요. 근데 점점 굵직한 경력이 쌓이니 그런 수식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돼요. 저희는 기획사가 만들지 않았어요. 음악을 좋아해서 순수하게 만들어졌죠. (주변의 여러 평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죠."
내년 상반기 중 첫 월드 와이드 앨범을 발매하는 노부스콰르텟은 9월13일 독일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에서 초청연주를 한다. 한국 연주단체로는 처음이다. 독주자나 실내악단도 초청되기는 하지만 베를린필, 보스턴심포니 등 주로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무대를 꾸미는 축제다. "두말 나위 없이 영광이죠. 가서 잘해내야죠."
김재영처럼 현악사중주단 멤버와 솔리스트를 오가며 뚜렷한 성과를 내는 아티스트는 드물다. "제 복이죠. 제 안에서 굳이 역할을 나누기 보다 음악이란 큰 틀 안에서 여러가지를 해내가고 싶어요"라고 눈을 빛냈다.
'브리티시 & 아메리칸' 6월 1일 오후 7시 30분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2만~4만원. MOC프로덕션. 02-338-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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