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로잡은 韓순수 국내파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5.06.01 01:13

임지영,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임지영씨 사진

국내에서 바이올린을 배운 스무 살 젊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폴란드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정복했다. 지난 30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임지영(20·한국예술종합학교 기악과 4학년)이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출범 75주년을 맞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부문이 3년에 한 번씩 차례로 개최되는 권위있는 대회다. 임지영은 우승 부상으로 일본음악협회 후원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Huggins) 바이올린을 4년간 임대 받아 사용하고, 벨기에를 비롯하여 폴란드, 미국,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무대에 서게 된다. 우승 상금은 2만5000유로(약 3000만원)이다.

임지영은 31일 전화 통화에서 "1시간밖에 못 잤다.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기쁘다"고 했다. 지난 25일부터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엔 12명이 참가했다. 임지영은 결선 마지막날인 30일 스위스 작곡가 미카엘 야렐(Jarrell)의 협주곡과 브람스 협주곡을 연주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임지영은 "미카엘의 신작 난이도가 생각보다 훨씬 높아 선택곡인 브람스 협주곡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했다.

임지영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예술영재교육원장을 사사했고, 2011년 한예종에 조기 영재로 들어갔다. 작년 바이올린 콩쿠르로 유명한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3위에 오르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4년부터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후원으로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1794년산 주세페 과다니니로 연주하고 있다. 8월 13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금호 악기 시리즈'에서 독주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 김남윤 교수는 "그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한국인이 우승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임지영의 연주는 공연장을 압도했고, 심사위원 모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