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28 09:53

전익령(34)이 단숨에 대학로 마니아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배우가 됐다.
연극 '스피킹 인 텅스(Speaking in Tongues)'에서 호연 중인 덕분이다. 전익령은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를 뻔했던 섹시한 유부녀 '쏘냐'와 불면 꺼질 듯 연약한 내면의 상담치료사 '발레리', 1인2역을 맡아 전혀 다른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 유명 극작가 앤드류 보벨의 작품으로 한국 초연 중인 '스피킹 인 텅스'는 배우 4명이 연기하는 등장인물 9명이 총 3막에 걸쳐 교묘하게 이어지고 만나는 과정에서 현대인의 소외, 결핍 등을 막막하게 그린다. 전익령의 쏘냐와 발레리는 그 정서의 정점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전익령은 "연극을 잘 보셨다는 분들이 물론 감사하죠. 근데 무섭기도 해요. 여러 번 작품을 보시니까 실수를 다 알아채시잖아요"라며 웃었다.
마니아들의 이 같은 관심도, 1인2역도 '스피킹 인 텅스'를 통해 처음 접했다는 그녀는 "연출이 힘든 작품일 거로 생각했는데 배우가 이렇게 힘들 지 몰랐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특히 1인2역을 맡다 보니 두 캐릭터 연기를 어떻게 차별화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쏘냐와 발레리, 둘 다 강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예요. (좋고 싫음이 분명한) 쏘냐가 쿨하고 멋지게 강하다면 발레리는 인간 관계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그 만큼 반응하죠. 쏘냐는 확실히 캐릭터를 잡아서 연기했고, 반면 발레리는 연기할 때마다 감정선에 신경을 더 썼어요." 쏘냐와 발레리의 성격이 주로 드러나게 되는 원인은 각자 남편의 불륜이다. 지난해 결혼한 전익령은 신혼이라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정서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고 웃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쏘냐의 공허한 감정 등을 이해하기 위해 저희 부부 사이에서도 뭔가를 찾으려고 하고…(웃음)."
독백이 많고 배우들이 같은 대사를 겹쳐 말하는 등 '연극적인 연극'이다. 그래서 "더 배우고 공부할 것도 많다"고 했다. 특히 배우들 간 호흡을 맞추기 위해 매번 긴장해야 한다고 했다.
"배우들이 계속 한 공간에 있으니 제가 호흡을 길게 잡으면 다른 배우들이 더 신경 쓸게 많아지죠. 무엇이든 하고 있어야 하니까요. 특히 발레리의 공중전화 장면이 그래요. 다른 배우와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이 아닌데, 전화가 세번이나 끊어지는 상황에서 감정 변화를 이어가야 하니까요. 자신은 낯선 곳에 있는데 남편은 계속 전화를 받지 않고. 그런 밀도를 조정하기가 힘들었어요."
지난 2001년 MBC 3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전익령은 2003년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아오이'를 맡아 연극에 발을 들였다. 영상과 무대 미학이 조화를 이룬 이 작품에서 호평 받았으나 한동안 연극 활동이 뜸했다. 지난 2007년 '신의 아그네스', 지난해 '엄마를 부탁해'에 출연한 것이 전부다. "일부러 연극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어떤 작품은 엎어지기도 했고, 제안이 들어온 배역 중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있었고요."
하지만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기 전인 고등학교 때부터 티켓을 파는 연극에 출연했던 그녀에게 "연극은 고향 같은 곳"이다. "늘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스피킹 인 텅스' 같은 작품을 만나 감사하죠."
SBS TV 아침드라마 '황홀한 이웃'에서 '서봉희' 역도 맡고 있는 전익령이 여러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스피킹 인 텅스'에서 강지원과 번갈아 가며 출연하고 있는데 연극에서 같은 배역에 더블 캐스팅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가지 도전의 의미가 있는데 무사히 잘 되고 있어서 다행"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KBS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등 특히 단만극에서 절정의 연기를 보여준 전익령은 "영화, 드라마, 연극 연기를 굳이 나누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기술적으로) 다르긴 한데 개인적으로 차이가 없어요. 아침 드라마가 감정을 더 끌어모으기는 하는데 이런 것이 좋다, 저런 것이 좋다 그런 것은 없어요."
다만 '스피킹 인 텅스' 같은 어려운 작품에 출연했으니 "다음 작품은 좀 더 수월하지 않겠냐는 기대는 있다"고 웃었다. 코미디나 사극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는 그녀는 무엇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어렸을때는 자연을 닮은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달빛 같고 태양 같고 폭풍 같고 이슬비 같은 그런 배우, 즉 다양한 감성을 선보일 수 있는 배우요. 근데 결국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인물들을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함으로써 보시는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해요."
섹시하지만 공허한 쏘냐, 어렸을 적 당했던 일로 생긴 트라우마로 불안에 시달리는 발레리가 그 사람 자체로 이해가 되니 전익령은 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7월16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연출 김동연. 이승준, 강필석, 김종구, 정문성, 강지원, 김지현, 정운선. 러닝타임 130분(인터미션 10분). 5만원. 수현재컴퍼니. 02-766-6506
연극 '스피킹 인 텅스(Speaking in Tongues)'에서 호연 중인 덕분이다. 전익령은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를 뻔했던 섹시한 유부녀 '쏘냐'와 불면 꺼질 듯 연약한 내면의 상담치료사 '발레리', 1인2역을 맡아 전혀 다른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 유명 극작가 앤드류 보벨의 작품으로 한국 초연 중인 '스피킹 인 텅스'는 배우 4명이 연기하는 등장인물 9명이 총 3막에 걸쳐 교묘하게 이어지고 만나는 과정에서 현대인의 소외, 결핍 등을 막막하게 그린다. 전익령의 쏘냐와 발레리는 그 정서의 정점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전익령은 "연극을 잘 보셨다는 분들이 물론 감사하죠. 근데 무섭기도 해요. 여러 번 작품을 보시니까 실수를 다 알아채시잖아요"라며 웃었다.
마니아들의 이 같은 관심도, 1인2역도 '스피킹 인 텅스'를 통해 처음 접했다는 그녀는 "연출이 힘든 작품일 거로 생각했는데 배우가 이렇게 힘들 지 몰랐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특히 1인2역을 맡다 보니 두 캐릭터 연기를 어떻게 차별화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쏘냐와 발레리, 둘 다 강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예요. (좋고 싫음이 분명한) 쏘냐가 쿨하고 멋지게 강하다면 발레리는 인간 관계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그 만큼 반응하죠. 쏘냐는 확실히 캐릭터를 잡아서 연기했고, 반면 발레리는 연기할 때마다 감정선에 신경을 더 썼어요." 쏘냐와 발레리의 성격이 주로 드러나게 되는 원인은 각자 남편의 불륜이다. 지난해 결혼한 전익령은 신혼이라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정서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고 웃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쏘냐의 공허한 감정 등을 이해하기 위해 저희 부부 사이에서도 뭔가를 찾으려고 하고…(웃음)."
독백이 많고 배우들이 같은 대사를 겹쳐 말하는 등 '연극적인 연극'이다. 그래서 "더 배우고 공부할 것도 많다"고 했다. 특히 배우들 간 호흡을 맞추기 위해 매번 긴장해야 한다고 했다.
"배우들이 계속 한 공간에 있으니 제가 호흡을 길게 잡으면 다른 배우들이 더 신경 쓸게 많아지죠. 무엇이든 하고 있어야 하니까요. 특히 발레리의 공중전화 장면이 그래요. 다른 배우와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이 아닌데, 전화가 세번이나 끊어지는 상황에서 감정 변화를 이어가야 하니까요. 자신은 낯선 곳에 있는데 남편은 계속 전화를 받지 않고. 그런 밀도를 조정하기가 힘들었어요."
지난 2001년 MBC 3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전익령은 2003년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아오이'를 맡아 연극에 발을 들였다. 영상과 무대 미학이 조화를 이룬 이 작품에서 호평 받았으나 한동안 연극 활동이 뜸했다. 지난 2007년 '신의 아그네스', 지난해 '엄마를 부탁해'에 출연한 것이 전부다. "일부러 연극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어떤 작품은 엎어지기도 했고, 제안이 들어온 배역 중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있었고요."
하지만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기 전인 고등학교 때부터 티켓을 파는 연극에 출연했던 그녀에게 "연극은 고향 같은 곳"이다. "늘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스피킹 인 텅스' 같은 작품을 만나 감사하죠."
SBS TV 아침드라마 '황홀한 이웃'에서 '서봉희' 역도 맡고 있는 전익령이 여러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스피킹 인 텅스'에서 강지원과 번갈아 가며 출연하고 있는데 연극에서 같은 배역에 더블 캐스팅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가지 도전의 의미가 있는데 무사히 잘 되고 있어서 다행"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KBS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등 특히 단만극에서 절정의 연기를 보여준 전익령은 "영화, 드라마, 연극 연기를 굳이 나누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기술적으로) 다르긴 한데 개인적으로 차이가 없어요. 아침 드라마가 감정을 더 끌어모으기는 하는데 이런 것이 좋다, 저런 것이 좋다 그런 것은 없어요."
다만 '스피킹 인 텅스' 같은 어려운 작품에 출연했으니 "다음 작품은 좀 더 수월하지 않겠냐는 기대는 있다"고 웃었다. 코미디나 사극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는 그녀는 무엇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어렸을때는 자연을 닮은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달빛 같고 태양 같고 폭풍 같고 이슬비 같은 그런 배우, 즉 다양한 감성을 선보일 수 있는 배우요. 근데 결국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인물들을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함으로써 보시는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해요."
섹시하지만 공허한 쏘냐, 어렸을 적 당했던 일로 생긴 트라우마로 불안에 시달리는 발레리가 그 사람 자체로 이해가 되니 전익령은 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7월16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연출 김동연. 이승준, 강필석, 김종구, 정문성, 강지원, 김지현, 정운선. 러닝타임 130분(인터미션 10분). 5만원. 수현재컴퍼니. 02-766-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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