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틀어도 나오는 배우, 무대로 돌아온 이유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5.05.28 03:00 | 수정 : 2015.05.28 08:55

[연극 '스피킹 인 텅스'의 이승준]

'명량' '연애의 발견'서 얼굴 알려… 5년만에 연극 서며 1인 2역 맡아
"연극은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해… 1년 한 편씩 꼭 출연하고 싶어"

특정 배우가 주요 TV 드라마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최근 '연애의 발견'(KBS) '전설의 마녀'(MBC) '하이드 지킬, 나'(SBS)에 줄줄이 출연했던 이승준(42)이 그랬다. 때론 비굴해 보이기도 하지만, 주로 친근하고 사람 좋은 마스크로 주인공 주변에서 중심을 잡으며 훈훈한 온기를 뿜는 조연이었다. 그보다 앞서 큰 흥행을 거둔 영화 '명량'에서 신궁(神弓)으로 묘사된 거제현령 안위 역을 맡은 이후 이승준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배우가 됐다.

"이것 참, 이번 연극은 공연을 할 때마다 실수를 해요, 글쎄." 지금 그를 볼 수 있는 곳은 대학로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연극 무대에 5년 만에 다시 서게 된 것. 이달 개막한 '스피킹 인 텅스'(앤드루 보벨 작, 김동연 연출)에서 1인 2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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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스피킹 인 텅스’에 출연하는 이승준은“연극은 배우에게 환기 역할을 해 주지만, 이 작품은 연습보다 실제 공연이 훨씬 어렵다”고 했다. /박상훈 기자
배우 4명이 모두 9명의 인물을 연기하는데, 그들 사이의 관계가 종횡으로 얽혀 있다. 게다가 한 무대에 등장한 두 쌍의 남녀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다. 이들의 대사가 동시에 겹치기도 한다. 알고 보니 두 쌍의 부부가 동시에 다른 쪽 배우자와 바람을 피우려고 하는 중이다. "연습 때보다 공연이 더 힘들죠. 대사가 어긋날 경우엔…. 뭐, 그냥 다음 대사로 넘어가요."

오랜만의 연극 출연에서 그의 연기는 힘이 넘쳤다. 1막에서 뻔뻔한 불륜남 '레온'으로 등장했던 그는, 2막의 용의자 '닉' 역할에선 집요한 자책감과 공포를 보여주다 3막에서 다시 능청스러운 경찰 '레온'으로 변신했다. 사실 원래 극본과는 조금씩 다른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2막에서 닉이 진짜 살인자인지 아닌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데, 일부 대사를 아주 무섭게 해 봤어요. '저 사람이 범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말이죠." 3막의 레온은 좀 건들거리면서 상대방을 약 올리는 경찰로 나오는데, "그렇지 않으면 존재감도 없고 무미건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예대 연극과 92학번인 그는 "처음엔 친구 따라 무작정 진학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배우들이 흔히 회고하는 '집안의 갈등' 같은 건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모두 '너 하고 싶은 걸 해라' 하시는 거예요. 엄청 쿨했죠." 정작 '정말 연기를 해야겠다'고 느낀 건 1학년 때 연극 '한여름밤의 꿈' 워크숍을 하면서였다. "무대 뒤에서 떨고 있다가 갑자기 깨달았죠. '이 긴장감이 정말 좋다'고."

'흉가에 볕들어라' '관객모독' 등의 연극에 나왔고,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나인'과 영화 '최종병기 활' 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너무 소모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연극 출연 제의가 왔다. "연극은 공연 하나하나에 배우를 집중하게 합니다. 환기(換氣) 기능이 있어요. 앞으론 1년에 한 편이라도 꼭 출연하고 싶습니다."

▷연극 '스피킹 인 텅스' 7월 19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02)766-6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