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잡기노트]미인대회와 갤러리, 무슨 상관?

  • 뉴시스

입력 : 2015.05.26 13:29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519>

파인아트가 미녀와 만났다. 미스월드와 미술관이 결합, ‘갤러리 퀸’이 됐다. 유력여성들이 의기투합하는 장으로도 기능한다.

박정아(53) 미스월드코리아 대표가 서울 종로구 평창31길 36에 터를 잡은 숲속의 3층집을 화랑으로 바꿨다. ‘모던한 공간에 한국 가구와 소품이 보기 좋게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 노하우를 보여주는 쇼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들은 자택을 갤러리로 변신시켰다. 산을 깎지 않고 높낮이 흐름에 맞춰 지은 덕에 1층이 지하, 2층이 1층 같다.

개관기념전으로 화가 김중식(53)의 작품들을 택했다. 비비앤 리, 메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소재로 삼은 그림이 갤러리퀸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구석구석의 큰 거울, 왕관모양 크리스털 설치물, 다빈치의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호피무늬 의자, 열대밀림그림 커튼, 작은 옥외풀, 테라스의 선베드가 아름다움과 더불어 생명력을 자아낸다. 여성이 주제인 미술품과 여성 예술가에게 전시 우선권을 준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미스월드 선발대회에 참가하는 미스월드 코리아도 이곳에서 트레이닝한다. 세계미인대회 강국인 베네수엘라식 뷰티사관학교인 셈이다. (박정아는 한국 대표미인의 대모 격이다. 미스코리아 진·선·미도 미스월드에는 참가 못 한다. 미스월드코리아의 오너가 박정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박정아가 마음만 먹으면 또 다른 국제 뷰티패전트에도 미스코리아가 아닌, 자신이 낙점한 미인을 내보낼 수 있다)

여기에 살롱이 보태졌다. 박 대표는 “30개국 대사와 국내 경제계 인사의 부인들이 갤러리퀸 오픈 모임을 했다. 우리나라의 뷰티와 패션 산업을 세계에 알리는 거점이 될 것이다. 당장 각 나라의 미스월드 내셔널디렉터들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박 대표는 갤러리 운영경험이 있다. “이상하게도 한국의 색과 디자인은 서양의 것과 만났을 때 유난히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뉴욕의 최고급 펜트하우스에서 제일 먼저 손님을 반기는, 여왕처럼 화려한 전주 나비장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까치호랑이를 무대 정면에 멋지게 걸어놓은 조지오 아르마니의 홍콩 패션쇼에도 감동했다. 우리 민화가 이렇게 멋있을 줄이야…”라면서 진작 10년 전 서울 이태원에 ‘고색 갤러리’를 열었다.

각종 고가구는 기본이었다. 한복이 동기가 된 섹시한 의상과 액세서리, 생활용품을 선보였다. 명함없는 외교관으로 성가를 높였다. “천의무봉의 실루엣”, “자연 색감”, “곡선의 여성미”, “한국의 미”, 국내외 호응 덕분에 부산에 지점을 둘 정도로 번창했다. 갤러리고색은 ‘코컬러’, 즉 한국의 색이라는 전통과 현대의 퓨전패션 리빙브랜드로 한류의 방향성마저 일찌감치 제시했다. 당시에도 박 대표는 주한대사 부인들을 패션쇼 무대에 모델로 올리는, 긍정적 의미의 로비력을 과시했다.

카페에 들르듯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간이 갤러리퀸이다. 커피와 차를 팔고, 미리 말하면 케이터링 서비스로 먹고 마시며 즐길 수도 있다. 프러포즈나 상견례 장소로 크고 작은 방들을 내준다. 박 대표는 “메이크업룸도 갖췄다. 갤러리퀸으로 들어오는 순간, 모든 여성은 퀸이 될 수 있다”고 그녀들의 별난 아지트를 소개한다.

미인과 명작은 둘 다 예술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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