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스 카우프만 "제2의 파바로티보다 제1의 카우프만"

  • 뉴시스

입력 : 2015.05.26 13:28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46)이 첫 내한공연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 메이저 오페라 극장과 페스티벌을 평정하며 21세기 최고의 스타 성악가로 발돋움했다.

카우프만은 내한을 앞두고 뉴시스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포스트 스리 테너'라는 수식어나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다른 테너들의 뒤를 잇는 데 목적을 두기보단 스스로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제2의 파바로티보다는 제1의 카우프만으로 알려지고 싶다"는 것이다.

관악기 클라리온(명쾌한 음색을 가진 옛 나팔)처럼 시원하게 뻗어가는 고음이 특기할 만하다. 가창력, 연기력, 해석력, 외모 등 오페라 가수에게 요구되는 모든 것을 골고루 갖췄다는 평이다.

1969년 뮌헨에서 태어나 1994년 자르브뤼켄 주립 오페라 극장에서 전속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취리히 오페라 극장 앙상블 멤버로 활동하며 주목 받았다. 2006년 2월 뉴욕 메트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를 맡아 유망주로 떠올랐다. 같은해 12월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 '카르멘에서 '호세'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2010년 바그너 축제인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로엔그린'의 연출을 맡은 한스 노이엔펠스가 주역으로 카우프만을 지목(나가노 지휘)하면서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2010년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서 비평가들이 뽑은 '올해의 성악가'가 됐고 2007·2011·2012·2013년 그라모폰 상을 받았다. 하지만 카우프만이 처음부터 주목 받은 건 아니었다. 데뷔는 23세였지만 37세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약 15년간 밑바닥과 앙상블 가수 생활을 견뎌온 대기만성형의 스타다.

그는 "오페라 가수가 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고 가장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을 잘하는 것처럼 인생에 있어 기분 좋은 일이 없는 것 같다. 어두운 과거가 있었지만, 그 때에도 나는 내 미래가 환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학을 공부하다 성악으로 방향을 틀었다. "부모님은 내가 합리적이고 실속있는 일을 배워서 미래에 나의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갖기를 원하셨다. 아버지는 보험회사에 다니시면서 가족을 부양했다. 나 역시도 성악가의 길이란 불확실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특히 자신은 아주 작은 감기조차 걸리면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건강도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부모의 조언을 받아들였고, 독일 뮌헨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두학기 정도 지나고 나서, 내가 이론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작은 역할을 맡기 위해 오디션을 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1989년 여름, 뮌헨의 음악원에 진학해 오페라 배우와 콘서트 성악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건강 상의 이유로 지닌해 가을 일본 투어를 올해 5~6월로 연기했다. "가장 슬픈 순간은 건강으로 인해 공연을 취소해야 할 때다. 난 늘 무대에 서고 싶다. 하지만 건강 상태로 인해 도저히 최상의 목소리를 관객에 선사할 수 없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공연을 취소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기에 그것을 방지하려 공연 사이에 쉬는 날 휴식도 잘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감기 기운이 들면 바로 운동을 해서 컨디션을 찾아가는 식이다. 목소리를 최적의 컨디션으로 유지했다가 공연 때 꺼내 들려주는 게 우리 일이므로 평소에 컨디션 관리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목소리의 장점을 묻자 "사실 내가 부른 음악은 잘 듣지 않는다. 듣기가 힘들다. '빨리 감기' 버튼을 많이 누르는 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작품을 공연하더라도 매번 늘 내 소리가 다르다. 몇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듯이,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에서 또 발전을 했으리라 기대해본다."

엄청난 성량 등 이미 실력을 인정 받지만 종종 화려한 외모가 그런 실력을 가리는 듯하다. "오페라 공연을 할 때 외모에만 관심이 쏠리는 게 아니라면 괜찮다. 음악이 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력이 외모에 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많은 노력을 한다."

스타 성악가라는 수식은 언제나 듣기 좋지만, 동시에 조심스럽다. "더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더 가파른 내리막길이 있다. 국제적 명성의 근원을 물으신다면 그건 아마도 재능과 테크닉, 행운과 머리,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에너지가 모두 섞인 덕이 아닐까 한다." 뮤지션에게 행운이란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음악 자체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가치를 높이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했다. "TV에서부터 모든 사람의 마음 속까지 음악이 차지하지 않는 부분은 없다"면서 모두에게 뮤지컬 사운드 트랙이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첫 내한이다. "서울 공연에 무척 관심을 가지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온 여러 대단한 성악가들과 뮤지션들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됐는지 궁금하고 음악적 배경과 교육 과정 또한 궁금하다."

한국 성악가에 대해서도 꽤 알고 있다. "이용훈을 예로 들면 그렇게 소리가 좋은 테너는 어디에서든 환영받는다. 슈투트가르트의 아틸라 윤(전승현)은 들으면 금방 저력이 느껴지는 가수다. 센세이셔널한 목소리의 베이스, 사무엘 윤의 능력은 바이로이트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정명훈(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오페라 지휘도 환상적이다. 나의 리트 반주자 헬무트 도이치와 한국 성악가들의 놀라운 활약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 세계적인 소프라노 홍혜경이 출연한다. "대단한 소프라노"라고 치켜세웠다. "MET(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의 그녀의 명성을 잘 알고 있다. 기획사에서 게스트 소프라노를 함께 무대에 세우고 싶다고 했을 때 처음 떠오른 한국 소프라노 이름이 홍혜경이었다." 그녀가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좋은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첫 내한인만큼 대중적인 곡들 위주로 들려준다. 토스카, 베르디 루이자 밀러,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비제 카르멘 등을 선보인다. 벌써부터 두 번째 내한이 기다려진다. "애석하게도 유럽의 많은 스케줄로 인해 시간을 내는 것이 녹록치 않지만, 꼭 다시 내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요나스 카우프만 첫 내한공연' 6월7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요헨 리더, 협연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8만~34만원. 세나 클래식 02-552-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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