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화의 화려한 외출을 꿈꾸는 ‘화가 이소영’

  • 아트 조선

입력 : 2015.05.18 14:59 | 수정 : 2015.05.18 15:00

Propose, 70X90 cm / Ink on Korean paper, 2015/ 이소영 作
Propose, 70X90 cm / Ink on Korean paper, 2015/ 이소영 作

 
동양화? 민화? 하나의 단어로 단정 짓기에는 아쉬운 느낌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고풍스럽고 수더분한 민화 같으면서 색채나 그림의 마감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조선 시대 한양의 어느 산을 뛰놀던 사슴 한 마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 서울로 나들이를 온 느낌이다. 행여나 고뿔이라도 들까 봐 목에 스카프를 감은 채 말이다.


민화, 화려한 외출을 꿈꾸다


기분 좋은 바람이 머리카락에 가려진 이마 위 땀방울을 씻어내던 봄날의 오후, 역삼역 인근에 위치한 머큐어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 호텔 로비에서 화가 이소영을 만났다. 현재 이 호텔 1층 레지나 갤러리에서는 그의 첫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림의 주인공 이소영 작가의 첫인상은 그의 그림을 떠오르게 한다. 편견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간 떠올리던 화가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한눈에 봐도 이지적인 커리어우먼을 연상케 한다. 흔히 알던 민화와 다른 매력을 가진 그의 그림과 똑 닮았다.


실제로 그는 오랜 시간을 디자인 업계에서 일한 커리어우먼이다. 패션, 광고 디자인, 실내 인테리어 등 순수미술과는 다소 거리가 먼 실용미술에 잔뼈가 굵다. 그가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기간은 5년 남짓. 어떤 이유가 그의 발길을 순수미술, 그중에서도 흔치 않은 민화 화가의 길로 이끌었을까.


“오랫동안 디자인 관련 산업에 종사하면서 피로가 찾아 왔어요. 나도 모르게 심신이 지쳤던 거죠. 그런 피로감을 해소해 준 것이 민화예요. 그리고 있을 때나 보고 있을 때나 편안한 느낌을 주는 민화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거죠.”

Propose, 45X60 cm / Ink on Korean paper, 2015/ 이소영 作
Propose, 45X60 cm / Ink on Korean paper, 2015/ 이소영 作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민화를 그려내고 있다. 예전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작품활동을 한다. 이 부분에서 그의 경력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작품활동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디자인 업계에 몸담았던 기간 동안 몸에 밴 습관이 화폭에 나타나요. 주위 분들이 제 그림을 보고 세련된 민화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아마도 이전 경력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그의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면 팝아트적인 요소도 발견할 수 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동양 여인, 그릇 위에 담긴 호랑이, 스카프를 두른 사슴 등 민화의 틀에서 벗어난 소재들이다. 발칙한 상상에서 비롯된 파격적인 소재의 선택이 그녀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으면 좋겠다는 이소영 작가의 작은 바람이 담겨있다.


“저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는 것만큼 많은 분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너무 대중의 성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느꼈던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어야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요?”

화가 이소영
화가 이소영

그는 앞으로 활동하는 데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면서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타이포그래피와 민화를 접목한 작품도 그려내고 있고, 기존에 사용하던 이합장지가 아닌 광목 원단을 화폭으로 사용한 작품도 작업 중에 있다. 그가 앞으로 선보일 ‘민화의 화려한 외출’이 기대된다.


이소영 화가의 첫 번째 개인전은 5월 1일부터 6월 26일까지 계속되며, 작가의 작품을 담은 조명과 우산은 역삼동 머큐어 앰배서더 소도베 호텔에서 전시, 판매 된다.